네이버 vs 공인중개사…부동산 중개 서비스 놓고 '충돌'
중개협 2월부터 포털 매물 '셧다운' 돌입
일산신도시 아파트 매물 한 주 새 97% 줄어
중개업소 "광고비 출혈경쟁 부추겨"
네이버 "허위매물 근절 조치…건당 500원만 받아"
아직 매물 변동은 크지 않아
업소 "고객 대부분 포털 보고 문의" 눈치보기
발단은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였다. 집주인의 거래 의사를 제3자가 현장 검증한 매물을 많이 올리거나 '거래 완료' 처리를 신속하게 한 중개사에게 우수 인증 마크를 달아주는 방식이다. 이들 업소 매물은 네이버 부동산 목록 상단에 노출된다.
문제는 '현장 확인 매물' 등록비(광고비)가 일반 매물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일반 매물은 건당 1700~2000원이지만, 현장 매물은 최대 1만8000원이다. 돈을 많이 쓴 곳이 우수업체가 되는 구조다. 이에 중개업소들은 "광고비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자기들만 배를 불리려는 의도"라며 매물 등록을 거부하는 등 반발했다. 결국 네이버가 '등급제'를 없애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의 반감은 여전하다. 시스템이 바뀌었어도 포털 등록 광고비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달 12일 협회 소속 전국 244개 지회장이 모여 네이버 등 포털에 매물 정보 제공을 중단하고, '한방'을 키우는 쪽으로 결의했다.
'한방'은 협회에 가입한 중개사라면 매물을 무료로 올릴 수 있다. 강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1월 말까지 준비 과정을 거쳐 2월부터 전국적으로 '셧다운' 운동을 시행 중"이라며 "더는 포털에 끌려다니지 않고, '한방'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선 '우수활동 중개사' 서비스는 허위·방치 매물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포털에서 매물을 보고 중개업소를 찾아가면 '물건이 없다"며 다른 집을 보여주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총 3만9267건에 달했다.
광고비를 많이 받는다는 지적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개업소가 내는 광고비는 대부분 부동산 정보업체가 가져가고, 네이버는 서버 유지비 수준에서 건당 500원만 받는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부동산114 같은 정보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공간(플랫폼)만 제공하는 구조라 '네이버가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은 오해라는 얘기다.
이들 갈등에 당장 피해는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간다. 포털을 통한 아파트 매물 정보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시세·매물 현황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방' 앱을 이용해 본 수요자 사이에선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화면 넘어가는 속도가 느리다" "허위 매물이 많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현 중개사협회 부장은 "각 시도 지부에서 허위 매물을 확인해 삭제 조치하고, 그래도 안 될 시엔 삼진아웃제를 실시해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방침 후 '네이버 부동산' 매물 변동 추이는 어떨까. 일산과 대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아직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최근 물건이 는 곳도 있다. 세종시 중개업소들은 두 달 전 시범으로 네이버에 매물 제공을 중단했지만, 현재 6200여 건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부산 아파트 등록 건수도 지난달 말 3만여 건에서 3만3000여 건으로 늘었다. 매물을 내렸다가 홍보를 위해 다시 네이버에 매물을 올린 것이다.
가장 물건이 많은 서울은 아파트 매물이 다소 줄었다. 현재 15만여 건으로, 지난달 말(19만여 건)보다 2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셧다운'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네이버 주장이다. 집값 담합 문제로 아파트 입주민과 중개업소 간 갈등이 불거져 매물이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용산구 동부이촌동 등에선 최근 매물이 확 줄었다. 호가(부르는 값)를 최대한 올리라는 집주인 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에서 매물을 일제히 내렸기 때문이다.
'눈치 보기'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많은 수요자가 네이버에서 매물 정보를 보고 문의한다"며 "'한방'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다른 중개업소들이 그대로 포털에 매물 올리면 나만 손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중개업소 실장은 "이번 캠페인은 중개사가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여긴 대부분 네이버와 '한방'에 물건을 같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방·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이 잇따르는 데다, 아파트 시세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는 KB국민은행 같은 금융회사도 부동산 중개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 시장도 변혁의 바람을 맞고 있다"며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네이버 vs 공인중개사…부동산 중개 서비스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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