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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와 고은 시인

수원시와 고은 시인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8월 04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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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수원 행궁동 소재 수원문학인의 집에서는 수원 시민과 문학인을 위한 고은 시인의 특강이 있었다. 수원문인협회와 수원문학 주관으로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7월 금요문학광장에 초청된 고은 시인은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달콤한 한여름밤을 보낸 것이다. 이날 강연회는 수원의 문인들은 물론 시민, 심지어는 인근 경기도청 직원들까지 참여해 과연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시에 정착한 이래 수원시민과 공식적으로 마주한 화려한 인사를 했다. 그렇다면 고은 시인이 수원시민에게 건넨 첫 인사말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그는 "그대에게 아! 신의 가호가 내리시길 바란다"로 화두를 열며 같은 수원시민으로서 시민 모두에게 반가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이어진 강연은 ‘한 세기의 시와 세계’라는 주제로 시작됐으며 고은 시인은 지금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은 고유한 감정과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인간의 진정한 문학성에 대하여도 이제는 고민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인공지능 시대는 퇴락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으로 전환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인공지능이 다시 자연지능으로 바뀌게 된다" 라고 했다. 이는 어쩌면 우리 문학이 안고 나가야 할 현재의 지표와 미래성에 대한 예견으로서 후배 문인들에게 향후 펼쳐질 문학성과 흐름에 대한 충고이기도 했다. 강의와 함께 곁들어진 고은 시인의 즉흥적 시 낭독은 팔순을 넘긴 연세임에도 시종일관 강단에 서서 다이내믹한 열정으로 때로는 엄숙하게, 때로는 천진무구한 표정으로, 때로는 해학적 포즈로 듣는 이의 혼을 빼앗아 갔다.

 그는 2016년에 발표한 시집 「초혼」중 ‘직유에 대하여’, ‘온몸에 대하여’, ‘꿈에 대하여’, ‘조상에 대하여’ 등을 낭독했는데 이 중 ‘온몸에 대하여’라는 시를 낭독할 때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저 매미 보아/온몸의 매미소리 아닌가/저 쓰르라미 보아/온몸 똥끝까지 떨며 나오는 소리 아닌가/저 팔월 태초 햇볕 온몸으로 퍼붓는 들녘 보아//소원하나/저 햇볕으로 내 주검 썩어지고 있어// 오, 완벽이여" 라며 호소하듯 그리고 포효하듯 하는 목소리로 장내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고은 시인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문단의 거목으로서 우리 문학사에 희망과 미래를 열어주는 진행형의 문사이다.

 암울했던 70년대 청죽(靑竹)과 같은 그의 성품은 독재와 맞서며 재야운동가로서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그것은 그의 시 세계에 확연히 나타나 있다. 데뷔 당시의 추천 시 ‘봄밤의 말씀’, ‘눈길’, ‘천은사운’ 등의 시를 보면 삶에 대한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 반면, 암울했던 시기인 1974년에 발표한 네 번째 시집「문의 마을에 가서」에 수록된 시를 보면 권력에 의해 신음하는 민중을 대변하는 참여시로 바뀌었다. 이는 독재와의 싸움을 알리는 서곡으로 한 세대를 이끌어 가는 시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의미에서 민중적 시인으로 거듭났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그의 시에는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분단의 아픔을 통곡하며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는 시도 다수 있다. 시집「부활」에 있는 ‘남한에서’ 라는 시와 시집「새벽길」의 ‘사랑’ 이란 시가 그 대표적 시로서 그는 어쩌면 민족의 혼을 살리는 민족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러한 시인 고은이 수원 시민이며 수원의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살고 있다니 참으로 자랑스럽다.

 고은 시인은 분명 인문학도시를 표방한 수원시의 브랜드를 한층 높이는 우리나라 문학계의 큰 별이다. 수원시에는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자 고은 시인이 분명히 살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그 나라의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노벨문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문학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나라의 국민들이 문학의 존재감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온 국민의 힘을 모은 결과이다. 이제는 우리 수원시민 모두가 수원시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문학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그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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