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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어제와 오늘’ 사진전 보다

‘수원화성 어제와 오늘’ 사진전 보다

등록일 : 2017-03-08 08:36:37 |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행궁동 담벼락 갤러리


화성행궁광장 신풍루 앞에서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가는 길에는 ‘담벼락 갤러리’가 있다. ‘왕의골목’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각종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는 곳으로 미술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특별행사 때마다 그에 맞는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하지만 수시로 작품들이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수원화성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옛 신풍초교 담벽에는 수원화성의 모습을 담은 수많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수원이나 화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곳 사진전을 본다면 지난 세월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960-1970년대만 해도 경기도 수원은 촌스러운 모습이어서 실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팔달문 사진을 보면 옛 모습이나 지금이나 팔달문은 다르지 않다. 원형 그대로 복원을 했으니 다를 리가 없지만 거리의 풍경은 많이 달라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도로 위에 늘어선 전깃줄과 전봇대들, 그래도 공중에 신호등이 세워져있다. 오고가는 버스와 화물차, 택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옛 모습이 새롭다.
재미있는 것은 7~8명의 보행자들이 버스가 오고 있는 앞에서 뛰어가고 있다. 그 중에는 단발머리의 한 소녀가 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를 등에 업은 채, 그 앞에는 하이칼라의 청년이,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아버지로 보이는 흰옷 입은 노인을 등에 업고 뛰는 모습이 당시의 도로상황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팔달문 거리


그러고 보면 지금은 바퀴가 달린 기구를 타고 다니지만 옛날에는 사람의 등허리처럼 편리한 이동수단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은 차보다 사람이 우선이지만 전에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 되었다. 그래서 자동차가 빵빵거리면 사람들은 무서워서 피하기에 바빴다. 그러니 업고 뛰는 저 다급한 마음들이 헤아려지면서 보는 재미도 더해주고 있다. 

그 도로에는 차선도 횡단보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호등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옆에 보이는 또 다른 사진에는 가로등이 보이고, 중앙선과 차선이 하얗게 그려져 있지만 역시 무단횡단 하는 그 사람이 카메라에 찍혔다.
그런가 하면 아래쪽 똑같은 위치에서 찍은 현대의 모습은 높은 건물들과 신호등이 있고, 횡단보도가 선명한 도로 위에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과 옆에는 보행자들이 질서 있게 건너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보인다. 

또 팔달문 옆모습이 보이는 이 사진은 지동교쪽에서 지금의 차 없는 거리를 찍은 것 같았다. 길 양편에 도열한 사람들 가운데는 군복을 입은 군인이거나 경찰관 같기도 하고,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과 그 옆에는 여학생들도 보인다. 팔달문시장 쪽에 서있는 사람들 중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핸드마이크를 든 사람과 맞은편 길바닥에는 환자를 이송할 때 쓰는 들것 같은 물체도 보인다. 민방위훈련이라면 너무나 심각한 모습들이다. 비상방공훈련이라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컬러사진에는 똑같은 그 거리에 긴 머리 아가씨들이 한가롭게 걸어가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팔달문과 지동교 간


그러면 자리를 북쪽으로 옮겨 장안문은 어떤가. 6,25전란 때 폭격을 당했는지 건물은 송두리째 날아가고, 담장 벽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그런 가운데 거푸집을 세우고 몇 명의 인부들이 재건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야간 조명이 휘황한 지금의 장안문모습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창룡문을 보았다. 성곽을 따라 오른편으로 창룡문의 기와지붕이 보이고 경사진 채전 밭과 산비탈의 미개간지, 외딴 민가 몇 채가 있는 그곳은 성 밖 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아래쪽의 같은 위치의 사진을 보면 파란 잔디밭과 활터의 과녁이 서 있고, 승용차도 몇 대 보여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창룡문을 돌아 나오면 방화수류정이다. 나무숲을 배경으로 성곽이 제대로 이어지며 그 모퉁이에는 팔각 뾰쪽 지붕이 아름답게 보인다. 흑백사진이지만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성 언덕아래에는 블록 담을 쌓아 지은 슬레이트지붕의 낮은 민가 한 채가 있고, 집 앞에는 양철통2개와 그 통 위에 놓인 물지게가 눈길을 끈다. 정황으로 보아 수돗물이 없던 때여서 어딘가에 샘물을 길어 물지게에 지고 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쪽 컬러사진은 녹지가 조성되어 있어 지금의 모습을 알 것 같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서장대다. 흑백사진 속에서는 서장대 입구에 작은 건물이 하나 있고, 비치파라솔 아래는 여인 셋이 앉아있다. 옆에는 양산을 든 여인과 검은 옷을 입은 아기, 또 다른 흰옷을 입은 여인의 옆 꼬마 역시도 하얀 옷에 흰 모자를 쓰고 어깨에 멘 가방이 여간 멋지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똑 같은 위치의 아래쪽 사진은 소나무가 훌쩍 자라 올라 건물이 사라지고 안내소가 단정히 세워진 가운데 관광객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창룡문 부근


또 서장대에서 화서문쪽을 보면 컬러 사진이지만 초가집들이 대부분이다. 성벽은 중간마다 허물어진 가운데 성터만 남은 곳이 많다. 그래도 화서문으로 보이는 검은 기와집이 하나 있어 그 형체를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로는 온통 논으로 된 들판이 보인다. 그러나 아래 사진은 성벽이 완전 복원됐다. 서북각루를 따라 내려가면 화서문도 완연하게 드러나 보이고 들판은 시가지로 바뀌었다. 

또 다른 사진은 화서문에서 본 북쪽 성벽이다. 컬러사진으로 큰 길 양쪽에는 푸른 들판이 있고, 언덕에는 붉은 황소가 앉아있다. 그 큰 길을 따라 리어카를 끄는 어른과 아이 두 명이 가고 있다. 그러나 아래 사진을 보면 황소가 앉아 있던 언덕에는 성곽이 복원되고 북쪽 멀리는 광교산이 와불처럼 누워있다. 

많은 사진들을 보는 동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림처럼 예술에 조예가 없어도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누구라도 수원을 아는 만큼 더 사랑하게 되리라, 사진에 대한 연대와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