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 뒤 전화 한통 받은 사람도 드물었다고 한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에서 옮김)
“박대표님이 이걸 선물로 줬어요.”
나와 공동대변인을 하다가 먼저 그만둔 모의원은 감격했다.
박근혜대표가 수고했다면 ‘터틀넥 니트셔츠’를 선물로 주었기 때문이다.
박대표는 뭘 주는 법이 없었다.
그 남자의원도 그런 박대표를 알기에 더더욱 선물에 감격한 것이었다.
그는 사이즈를 보더니 또 감격했다.
“어머머, 어머나—내가 M사이즈인데 눈썰미도 좋으시지--”
그는 돌아가신 고 김봉남선생을 찜쪄먹는 감격의 멘트를 연발했다.
“한번 입어보세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옷을 입어보였다.
“딱 맞아요. 저스트~”
어찌나 감동했는지 그는 ‘앙드레 김 코스프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런데—그 옷은 폴리에스터였다. 물론 값비싼 순모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양념반 프라이드반이라도 되어야 했다.
웬만한 옷이 울과 폴리에스터가 반반씩이다.
가격도부담스럽지않다
그래도 나름 고생을 한 사람인데--싶었다.
‘선물’에는 고마움이 담겨야 한다. 비싸지 않더라도 주는 사람의 ‘특별한 마음’을 담아야 옳다.
나는 늘 ‘내가 갖고 싶은 것’만을 사람들에게 선물로 줬다.
허접한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은 안주는 것만 못하다.
나는 박대표가 그 선물을 고르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쇼핑의 즐거움같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녀는 몰랐다.
아마도 백화점 문을 닫아놓고 혼자서 쇼핑을 하라면 모를까-
대변인을 물러났을 때 나 역시 선물을 받았다.
나는 마음씀이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내방에 들어와서 선물상자를 열었다.
연보라색 숄이었다.
나는 흡족했다. 실용적인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감사한 마음으로 그 숄을 걸치고 다녔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그 숄을 두를 수가 없었다.
“이게 웬 보푸라기예요. 아유—온 몸에 난리네--”
행사를 갔다가 낭패를 봤다. 행사에 온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들은 내 몸에 묻은 보푸라기를 떼어주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에구-아무리 검소해도 그렇지-어디서 이런 걸 샀어요?”
“이거 손으로 떼려면 하루 종일 걸려도 안돼요. 커다란 테이프나 찍찍이 사가지고 떼어야 되요. 고터에서 샀어요? 거기도 이런 허접한 것은 안 파는데--”
창피했다.
나를 가운데두고 아주머니들은 보푸라기를 떼어주기에 바빴기때문이다
게다가 찍찍이를 사서 아무리 밀고 또 밀어도 그 보푸라기는 내 상의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옷을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나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며칠 뒤, 니트셔츠를 선물받은 의원과 회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나는 일부러 물어봤다.
“왜 박대표가 준 니트셔츠 안입고 다니세요?” .
“글쎄-양복밑에 받쳐입었는데—글쎄 그걸 다시 입기가---”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선물은 누가 샀을까? 박대표는 회관에 여비서가 있었지만 그냥 차만 나르는 단순사무직이었다.
아마도 최순실이 사다 줬을 가능성이 컸다.
아-그녀는 경우없는 짠순이였다.
그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던 날-
나는 최순실이 벗겨진 프라다 구두를 보면서 혼자서 웃었다.
정치인 박근혜는 감사라는 것을 몰랐다.
사람들이 해주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박근혜는 받는데만 익숙한 사람, 받아보기만 한 사람이었다.
또 하나는 ‘저 사람들이 다 바라는 것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2007년 여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때도 그랬다.
물론 2012년 대선때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는 자기 돈을 쓰지 않았다.
당내 경선만 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선거사무실 임대, 선거요원들의 식대, 지방유세갈 때 여비, 홍보비용, 현수막과 홍보인쇄와 영상물—이루 말할 수 가 없다. 그런데 박근혜후보에게 돈 문제를 꺼내면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누가 돈쓰라고 했습니까? 깨끗한 선거를 치러야죠.”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매우 깊은 뜻이 있다.
‘나는 내 돈 안 쓴다. 나중에 바라는 것이 많은 너희들이 돈 내라. 투자나 다름없잖아?’
친박의원들 사이에서도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2007년 당내 경선때 친박의원이 내게도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아니-돈 문제는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내 손에는 절대 먼지 하나 안묻히겠다-뭐 이런 거죠.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겨도 다 니들이 뒤집어 써라. 니들 선에서 잘라라. 그거죠.”
그래서 불쌍한(?) 친박의원들은 다 십시일반해서 돈을 모았다.
또한 박근혜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영남쪽 사람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조언그룹인 ‘7인회’역시 상당한 후원금을 냈다.
이렇게 공식적인 후원금 외에도 ‘알파’를 댄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대통령이 된 뒤 전화 한통 받은 사람도 드물었다고 한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그것이 애국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조언 그룹 ‘7인회’는 감사전화는 물론 박대표와 식사 한번을 못했다.
최병렬 전대표는 언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 박근혜대통령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그래도 처음에 사람들은 ‘경계의 담장을 높이 쌓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엄격함’으로 이해했다.
아마 적잖은 이들이 이 나라만 잘 이끌어 준다면 다 괜찮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은 최태민일가에게는 감사할 줄 알았다.
그들에게는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선물’을 안겼다.
최순득씨 아들 장승호에게는 정부개발원조(ODA)까지 동원해
유치원 사업지원이란 ‘선물’도 챙겨주려 했다.
정부개발원조(ODA) 아니라 박근혜개발원조(PDA)였던셈이다.
나랏돈이 내 돈이었다.
최태민일가에게만 고마워했다.
최순실에게는 아예 경계의 담장자체가 없었다.
‘늘어진 니트셔츠’
‘보푸라기투성이 숄’
‘당신들의 쓰임새는 끝났어.’
이 나라 국민에게 대해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다 이나라 이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인데—왜들 그러는 거지?’
이것이 박근혜대통령의 속내이다.
자신을 어렵게 뽑아준 이 나라 국민에게도 감사할 줄 몰랐던 박근혜대통령.
국민에게 바칠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 하나있다.
탄핵절차에 따라 물러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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