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신문.기고.사설.칼럼.방송.

수원시장과 수원시의회

수원시장과 수원시의회

노건형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지방자치는 간단히 말하자면, 지역에서도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통치체제를 의미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가 차원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 되었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 합의를 얻은 것이 바로 지방자치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더 좋은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온갖 설명이 다 가능하겠지만, 우선 표현을 명확히 하자면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다. 즉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들에게 일정 기간동안 통치의 권한을 위임한 뒤, 나중에 다시 선거를 통해 통치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다. 따라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있고 좋은 대표를 선출하는 것과 그 대표들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원시에서 선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은 두 부류다. 수원시장과 수원시의회 의원들이다. 이들 이외에는 그 어떤 누구도 수원시의 시정과 통치를 수행할 권한과 정당성을 위임받지 못했다. 따라서 120만 수원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정책들은 반드시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이 중심이 되서 추진되어야 한다. 이들이 수원시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 책임있게 일하지 못하고 배제된다면, 결국 이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시민들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최근 수원시에서 논란이 된 바 있는 ‘광교상수원보호구역 해제논란’은 이러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모두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었다. 광교산 주민들의 재산권 문제, 비상취수원과 광교산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 그리고 120만 수원시민들의 먹는 물이 모두 걸려있는 사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수원시의회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소외되었다. 모든 일은 수원시장과 그 관할 부서가 일사천리로 추진했고, 수원시의회는 모든 절차가 다 진행된 이후에서야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을 존치하느냐 폐지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나타난 더 큰 문제는 바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원시는 그간 모범적인 지방자치의 사례로 늘 거론되어 왔다. 지역의 다양한 전문가, 교수,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시정을 논의하는 ‘좋은시정위원회’가 대표적이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민관 거버넌스’ 기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민관 거버넌스’니 ‘협치’니 하는 것들이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시민들의 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수원시의회가 시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들이나 학자나 활동가들을 모아서 의견을 듣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시민들의 요구를 대표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시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시민들을 주권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바로 수원시의회 의원들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지 않은 정책은 제아무리 그 내용이 좋아도 정당성의 한계를 피할 수 없으며, 나중에 시민들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수원시는 수원시장이 몇몇 전문가들 모아다가 논의하고 운영하면서 이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시민들이 시정의 주인이 되고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싶다면, 수원시의회가 시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수원시의회가 시정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하는 한, 수원시는 수원시장이라는 ‘현대판 군주’가 견제받지 않고 통치하는 중세 시대의 도시 국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모든 권한이 시장에게 초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당장 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의 태도가 중요하다. 모든 시정을 다 의회와 논의하라는 말은 안하겠지만, 시의회와 자주 논의하고 토론하기를 바란다. 수원시는 시장이 ‘거버넌스’라는 명목 하에 몇몇 전문가 불러다놓고 논의하고 이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노건형 수원경실련 사무처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