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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시그널 '좀 더 솔직해라'

[기자수첩]부동산 시그널 '좀 더 솔직해라'
기사등록 일시 [2016-09-10 06:00:00]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집주인이 전세 값을 더 올릴까봐 걱정이에요."

강남 재건축 단지 집값이 미쳤다.
한 달 새 2억원이 오른 곳도 생겼다.
이대로 가다간 2006~2007년 부동산 버블 때의 집값도 추월할 지경이다. 

정부가 공급과잉을 우려해 공공택지 공급을 서서히 줄여나가겠다고 하자 시장이 공급 축소 시그널로 받아들이면서 집값이 뛰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자금이 몰린 것도 한몫했다. 

언뜻 보면 집주인이 돈을 많이 번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재건축 단지가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하려면 적어도 5~10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집을 팔아 몫돈을 쥘지, 완공 때까지 버텨볼 지 고민이 많다.

"집값은 자꾸 오르는데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매매 타이밍이 올지 걱정스럽다. 지금 팔자니 나중에 재건축이 완공되면 더 많은 시세 차익을 얻을 것 같아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단지 집주인) 

압구정 재건축 단지 주민들 중에는 굳이 재건축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자식들도 분가시키고 경제적으로 아쉬울 게 없다보니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미 30년 넘게 살아 온 동네라 집을 팔고 딴 데로 옮기기도 마땅치 않다. 그들은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불편하기만 하다. 

세입자들의 불안에 비하면 집주인들의 고민은 아무 것도 아니다.

"집값이 자꾸 오르니까 집주인이 전세 값을 더 올려달라고 할까 걱정이다. 갑자기 집을 팔겠다고 전세를 빼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싶어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강남 재건축단지 세입자) 

이들은 한번 이사할 때마다 수백만원씩 드는 건 차지하더라도 아이들이 새로 전학한 곳에서 잘 적응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을 보면서 위화감이 느끼는 건 덤이다. 점점 사회가 양극화되고 지역별로 계층화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는 국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그나마 다시 살아난 부동산 시장을 죽일 수 없다는 이유로 과감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금융위원장이 나서 다급하게 추가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시답지 않다. 

'가계부채도 줄이면서 시장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면서 부동산 과열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이도저도 아닌 방향성 없는 대책이다.

덕분에 투기꾼들만 신났다. 
꾼들은 '지금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거나, 팔 기회'라며 투자를 부추긴다.

집값이 폭락하는 것은 두렵지만, 지금처럼 과열 양상으로 치닿는 것도 골칫거리다.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할 타임이다. 더 이상 시장에 부담을 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는다.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부동산발 '폭탄돌리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시장 전문가)

저금리 핑계도 곧 끝난다.
인구 고령화 그림자는 갈수록 다가온다.

지금은 '좀 더 솔직한 시그널'이 필요하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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