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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우리동네 옆집 예술가'…궁금했던 작가의 작업실 문이 열린다

경기도 '우리동네 옆집 예술가'…궁금했던 작가의 작업실 문이 열린다

김동성 estar1489@joongboo.com 2016년 07월 12일 화요일
예술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생활공간이자 때로는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실험의 장으로써 끊임없이 진화해 온 창조적인 장소. 바로 예술가의 작업실이다.

그들은 무엇이 달랐고 무엇을 갖고 있었을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예술가의 작업실이란 공간은 낯선 만큼 우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선망이 서려있다.

문득 우리와는 다른 '무엇'이 그들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 높음과 낮음, 밝음과 어둠이라는 경계 사이를 넘나들 수 있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에 있는 그 특별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들이 고민하고 구상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공간, 바로 예술가의 작업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8월까지 펼쳐진다.

'우리동네 옆집예술가'를 통해 오는 8월까지 평택, 이천, 화성, 파주, 양평 등 총 9곳에 위치한 예술가의 작업실의 문을 열어, 날 것 그대로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옆집예술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택 우대식 오픈 스튜디오‘우대식 시인과 함께하는 남부군들의 시와 노래 이야기’

우대식 시인이 평택시 진위면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26년이 됐다. 인근에는 저수지가 흔하고 산이라고 해야 200m가 채 안 되는 야트막한 구릉이 몇 있는 평지에 자리잡은 곳이다. 과연 시인의 집 뒤로 진위천이 흘러간다.

지난달 18일 열린 옆집 예술가 행사에서 우대식 시인은 그의 문학을 낳은 송탄과 이곳의 이름없는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완호 시인이 참여하는 대담을 통해 ‘설산 국경’ 등 이국의 풍광과 서정을 결합한 빼어난 여행 시편을 남긴 시인의 작업실은 동시에 지역 문학 연구의 산실이다. 작곡가, 가수이자 시인이기도 한 유성운의 콘서트에서는 우대식 시인의 ‘백년만의 사랑’과 ‘아버지의 발자국’이 처음 노래로 만들어져 발표돼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부군’으로 불리는 시인의 친우들도 이날 함께했다.



이천 최태훈 오픈 스튜디오 - ‘옆집, 조각가 최태훈’

최태훈의 근작으로 큰 벽면을 가로로 가득 채운 작품 ‘숨(Breath)’은 수많은 철사줄이 얽히고 눌리며 밀어내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작가에게도 특별히 아껴서 소개하고 싶은 작업이 바로 이 대작으로 긴 시간을 공들여 작업했을 작가의 시간들에서 그가 직면했을 어떤 선택들의 까다로움이 전해지는 듯하다. 여기에 발길을 낼 이들이 누굴까 떠올려 본다면, 우선 최태훈이라는 작가, 그리고 그가 기다리는 미래의 이들을 조심스레 예비해 본다. 지난달 25일 이천 그 먼 길을 찾아온 예비작가들에게 건낼 그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이들, 벗으로서의 작가, 말 그대로 옆집에 살았기에 증언할 수 있는 지인의 목소리가 ‘숨’처럼 얽히고 눌리며 밀어내어져서 공명하고 쟁명하는 자리가 됐다.



화성 이덕규 오픈 스튜디오 - ‘큰바보 흙집의 시인’

오로지 혼자 힘으로 흙집을 지었다. 농사일 틈틈이 기둥을 올리고 50cm 두께의 벽을 바르는 동안 일 년 세월이 흘렀다. 시인 친구들이 흙의 어리석음처럼 살라는 뜻으로 ‘토우방(土愚房)’이라 붙여준 이덕규 시인의 작업실이다. 토우재에서 시인을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은 이곳을 다시 그리워하게 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쓸데 없는 이야기만 하자 해도 토우재는 지역 현안을 고민하는 지인과 문화인들의 모임으로 늘 북적인다. 어수룩 숫되배기 같은 ‘어스러기’들의 예쁨을 사랑하는 그의 넉넉한 품 덕이다.

지난 2일에는 이 시인의 오픈 스튜디오를 맞아 가수 김두수가 공연을 자청하고 나섰고 하와이에서 인디언 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인디 가수 인디언 수니, 박남준 시인, 건축가 곽재환이 공동 기획하는 ‘유랑유랑 콘서트’가 판을 키웠다.



파주 이세현 오픈 스튜디오 - ‘이세현과 개꿈 이야기들’

얼마전 이세현 작가는 아담하지만 세련된 전시공간과 널찍한 작업공간, 그리고 탁트인 잔디밭을 품은 새 작업실로 이사를 했다. 새로 마련한 이번 작업실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파주다.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비교적 저렴한 집세로 조용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찾던 그에게 파주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지난 9일 이세현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여행길에 포착해낸 풍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함께 모인 이들이 다같이 서로의 여행과 일상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그들이 가진 풍경들을 공감하고 교류하는 장이 됐다. 여행풍경도, 고향풍경도, 일상풍경도, 그저 시시콜콜 우리네가 살아가는 풍경들에 눈과 귀를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한여름의 무더위 쯤은 잊어버리고 웃음소리만 가득한 시간이 됐다.



화성 박용국 오픈 스튜디오 - ‘폼나게 놀자’

언제 : 7월16일 오후 2시~6시

알과 둥지를 조각해오던 박용국 작가는 얼마전 기어이 작업실 앞마당에 거대한 둥지를 들여놓고야 말았다. 그는 이 공간을 젊은 예술가들이 도약할 수 있는 둥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얼마전에는 폼(FORM)이라는 통통 튀는 이름을 직접 금속판에 새긴 간판을 달았다. 기실 ‘폼’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기본적으로는 조형적 차원에서의 ‘형태’이지만 ‘폼을 잡는다’라는 표현에 쓰이곤 하는 ‘멋스런 자태’를 뜻하기도 하며 높이 도약하기 위한 발구름판을 은유하는 ‘플랫폼’이라는 표현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작가는 폼이라는 공간을 대대적으로 공개한다. 알과 둥지를 보듬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손수 재단하고 조립한 이 공간에 그는 알(예비 작가)들을 맞이할 채비를 끝냈다. 오는 16일 다함께 모여 그의 또 하나의 작업인 ‘폼’에 펼쳐질 수많은 미래를 응원해 줄 작가와 관람객을 맞이한다.



양평 김근중·이태경 오픈 스튜디오- ‘청계다방 아트토크’

언제 : 7월23일 오후 4시-8시

양평군의 서쪽에 자리한 청계산 일대에는 수십명의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곳 양평 예술가촌의 터줏대감 격인 김근중 작가의 작업실은 20여 년째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그가 자리잡은지 10여년 후 이태경 작가가 아예 살림집까지 이곳에 차리면서 두 작가는 그저 마당 하나만 사이에 둔 채 서로가 서로에게 ‘옆집예술가’가 됐다. 그렇게 두 예술가가 서로 이웃하며 작업에 몰두해온지도 어언 10년째다. 그렇다면 그토록 긴 시간동안 두 작가가 공유해온 어떤 사유의 접점 혹은 감성의 접점은 없을까?

10여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앞마당에서 두 사람은 실존의 이유와 흔적들을 찾아헤맨 자신들의 예술과 삶의 여정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다독였을 것이다. 23일 해질녘,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생의 불안 한 가운데에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수다 한판이 시작된다.



안양 Palm’s 오픈 스튜디오 - ‘손바닥 위 작은시장’

언제 : 7월30일 토요일 2시-6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위치한 Palm’s(팜스)는 ‘Palm studio’를 줄인 말로 우리말로는 ‘손바닥 작업실’을 의미한다. 도예를 전공한 이광호, 김민재, 김가영과 회화를 전공한 최일호가 멤버이며 손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시각예술을 위해 마련된 작업실이다. 팜스의 너른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면 일단 흙이 담긴 자루들이 눈에 띈다. 성형을 위한 물레며 커다란 전기가마 등 도자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와 기구들 일색이다. 앵글로 만든 진열대에는 초벌, 재벌을 마친 도자기들, 유약까지 발라 마감이 된 생활 자기와 도자 작품들이 시선을 끈다. 도예 작가들이 멤버의 다수이다 보니 공간 대부분이 도예 작업에 최적화돼 있지만 최일호 작가의 자리에 걸려 있는 회화 작품들이 공간에 이채로움을 더해 준다. 오는 30일 만나는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4명의 작가가 준비한 도자 워크숍에서는 도자의 기초를 이해하고 도자예술의 새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다.



파주 홍정욱, 김효정 작가의 오픈스튜디오 - ‘부부작가의 작업실 ‘들이’에 초대합니다’

언제 : 8월 6일 토요일 오후 4시-9시

홍정욱, 김효정 작가의 작업은 매우 고집스럽고 섬세하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물과 기억이 중첩되는 감각 기억을 불러오기 위해, 시공간이 중첩되는 찰나를 이미지화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수공예적인 과정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두 작가의 파주 작업실에서 바라본 풍경은 참으로 깊고 고즈넉하다. 최근 이사 온 SAP(스튜디오 알트 파주) 4층 작업실 ‘들이’에서는 자유로와 심학산 사이 갈대샛강을 따라 자리한 파주출판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섬세하고 고요한, 그러나 부부로, 때로 동료 작가로서 서로를 격려해 가며, 자기 ‘안’(혹은 사이)에서 느리게 작업하며 하루를 보낼 듯하다. 다음달 8일 소란스럽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시간, 그러면서 서로 반갑고 진솔한 풍경 속에서 기억에 남을 사이의 시간, 찰나의 시간을 마련하고 싶은 바람. 그 바람의 환대가 있으니 방문객들은 산책하듯 파주로 건너가기만 하면 된다.



고양 강숙진, 김용관, 신지현, 진선희 작가 오픈 스튜디오 보수하는 잡화점

언제 : 8월13일 오후 2시-6시

‘보수하는 잡화점’의 네 작가를 만나면서 삶에서 희극과 비극 사이를 표시할 때와 같이, 일상과 작업 사이를 쉼표나 마침표가 아닌 빗금(/)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엄격하게 보자면 자연인으로서의 그들과 예술가로서의 그들이 가지는 정체성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공간과 예술가로서 작업하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의 삶이란 시공간 안에 자연과 예술, 그리고 일상과 작업이 서로의 그림자와 같이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친구의 그림자를 쫓는 그림자놀이를 기억한다면 다음달 13일 작업의 반경 안에 놓인 일상의 그림자를 내몰지 않는 ‘보수하는 잡화점’에 들러보길 권한다. 발에 치여 흩어져버린 일상적 편린들을 닦고 또 광을 내어 제 모습을 찾아줄지 모른다. 그 어떤 잡화라도 상관없다. 그림자놀이를 하듯 요리조리 도망치는 순간을 보란 듯이 보수해 낼 테니.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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