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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지방재정 해결책은 형평성이 아니라 확충이다 - 염태영 수원시장

지방재정 해결책은 형평성이 아니라 확충이다 -    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2016년 05월 1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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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5월에 참석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서 공식적인 인사말은 생략한다. ‘지방재정’으로 인사말을 시작해 ‘지방재정’으로 끝낸다. 참석한 시민들은 “살림살이를 지키기 위해 수원시장이 당연히 나서야지!”, “앉아서 코 베어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낸 세금은 우리 시민이 써야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힘을 보태주신다.

지금 수원의 거리 곳곳에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수원 시민사회단체들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100만인 반대서명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기자회견도 잇따르고 있다. 동네마다 설명회가 열리고, 대규모 결의대회도 준비 중이다. 125만의 도시 규모에 비해 늘 조용한 도시로 알려진 수원이 이처럼 들썩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갑작스러운 행정자치부 발표가 발단이 됐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지방재정개혁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첫째, 기초자치단체간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세(道稅)의 일부를 떼서 조성하는 ‘시·군 조정교부금’의 배분 기준을 바꿔,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초자치단체에 가는 몫을 줄이고, 그렇지 못한 시·군에 더 주겠다는 것. 둘째,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가량을 도세로 전환해 재정 지원이 필요한 시·군에 배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의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수원시는 해마다 1천800억 원 가량의 세수가 사라져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안전,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된다. 주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복지 혜택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도 사라진다.

그동안 수원시민들은 점잖게 참아왔다. 반세기 이상 군 공항 소음 피해도 감내했다. 광역시 대우를 받아야할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가 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요구하지 않았다. 도시 규모는 광역시임에도, 기초자치단체로 묶여 차별 아닌 차별과 불평등을 받아왔다. 2등 국민 취급을 받고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버팀목 삼아 바보처럼 참았다. 하지만 자기 집 곳간이 털리는데 멍하니 바라볼 주인이 어디 있을까?

정부의 지방재정개혁안은 ‘개혁’이라는 포장지를 뒤집어쓴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여당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경기도의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반대하고 나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원인에 대한 처방 없는 대증요법은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들이 ‘복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듯이 복지예산 과다 지출로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는 힘겹다. 중앙정부가 무상보육, 기초연금, 누리사업 등을 시행하면서 법률로서 지자체에 높은 비율의 예산 분담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직원 인건비 등 기본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단언컨대 지자체의 재정구조는 1995년 지방자치 출범 이래 최악의 상태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지자체간의 문제로 둔갑시킨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첫째, 정부의 개편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방재정의 안정을 포기한다는 선언에 가깝다. 정부가 약속한 지방재정 확충이 핵심이다. 국세 중 일부를 지방세로 과감히 이양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최소한 60대40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둘째, 지방재정을 하향 평준화시킨다. 분배의 규칙을 바꾸면 지자체간 재정 격차가 줄어드는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나지만 결과는 하향평준화이다.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3%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런데도 도시 지역의 재원으로 농어촌 지역 골 메우기에 쓴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셋째, 절차도 문제다. 당사자인 기초지자체들과 최소한의 논의 절차도 없었다. 열린 정부라면서 주요 국정 현안을 ‘깜짝쇼’하듯 발표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정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이라면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통의 부재는 문제를 키울 뿐이다.

끝으로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정부가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여론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부자’ 지자체, ‘탐욕’ 지자체라는 용어를 끌어내 지자체간에 위화감과 갈등을 부추기고 낙인찍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안이 현실화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피해 지자체를 비난하는 형국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재정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우선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 땜질식 대책으로는 지자체간 재정불균형이 해소되지도, 지방재정이 개혁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왜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논란과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먼저 들어야하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방재정 안정을 약속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해결점을 찾자. 아직 늦지 않았다.

 

염태영 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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