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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아집과 오만의 정치-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오만과 독선에 젖어 있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게는 이제는 제1당의 자리를 내려놓고 겸손한 정치를 하라는 주문을...)

독선과 아집과 오만의 정치-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오만과 독선에 젖어 있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게는 이제는 제1당의 자리를 내려놓고 겸손한 정치를 하라는 주문을...)

김중위 2016년 05월 1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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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터크먼(B.W.Tuchman: 조민 조석현역)이라는 사람이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터득한 역사의식으로 저술한 “독선과 아집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독선과 아집에 찬 지도자들에 의해 역사가 얼마나 비참하게 엮어져 왔는가를 속속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 자신의 지위가 영원하리라고 착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지도자들의 독선과 아집과 이에 따른 우둔이야 말로 “세상에 만연한 만성질환”인데도 아무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피터(Peter) 의 원리”라는 것이 있다. 이 또한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들이 모든 분야의 정상에 앉아 있는지 알기나 하는가”를 묻고 있는 원리다. “모든 사람은 무능한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한다”는 것을 원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역설적으로 설명하면 “최고 정상까지 승진해서 더 이상 승진할 지위가 남아 있지 않게 되면 새로운 욕망이 생길 이유가 사라지고 그 지위의 타성에 젖어 스스로 무능해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왕자로 태어나서 왕이 된 사람으로 옆에 있는 화로를 치울 줄을 몰라서 죽은 왕이 있다. 17세기 초 스페인의 펠리페 3세라는 사람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몸종이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만 고열에 떠 죽은 것이다. 아둔함과 무능의 극치일 것으로 여겨진다. 지위가 가져다 준 타성에 젖어 스스로 무능해 진 결과라 여겨진다.

이처럼 지도자의 어리석음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한 사례는 실로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역시 히틀러를 드는 것이 제격이 아닐까싶다. 1945년에 접어들면서부터 히틀러는 극도의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공항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암살음모에 관여했던 사막의 여우 롬멜 원수를 비롯한 수많은 유능한 장군과 정치인에 대한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했다. 전쟁의 패배가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하자 그는 위대한 독일국민에게 있어 패배는 있을 수 없는 것이고 패배로서는 살아남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명령을 내린다. “독일에 있는 모든 공업기지와 통신기지를 남김없이 파괴해 적군에게 넘겨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김정은이 만약 이런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소름끼칠 일인가. 걱정될 뿐이다.) 1차대전 당시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작전(일정 지역내 항해 선박은 무조건 격침하겠다는 전략)이 보여준 사례에서나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보여 준 사례들도 모두 하나같이 정치지도자들의 독선과 아집과 오만의 소산임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영국이 식민지 미국을 잃은 것도 영국귀족과 지배계층의 독선과 아집이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낭떠러지로 몸을 던지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낭떠러지로 몸을 던지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왜 지금이라고 없겠는가?

지난 4.13선거때 보여준 정부 여당쪽의 공천파동 또한 좋은 사례임이 분명하다. 친박 비박하면서 치졸한 “막장 드라마식”의 공천경쟁과 악밖에 안남은 것같은 단말마적 표정의 공천발표가 바로 “안달”이 난 작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처럼 우리의 정치가 독선과 오만과 아집의 덫에 걸려 깊은 늪에 빠진채 허우적거리자 이를 본 국민들은 이번 20대 국회의원선거를 통해 그 해법을 제시했다. 민주당에게는 제1당을 만들어주면서 언제나 정부여당의 발목이나 잡고 있는 아집의 태도를 버리고 정치적 책임도 질줄 아는 정당으로 탈바꿈해 보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반면에 지금까지 제1당으로 있으면서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선에 젖어 있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게는 이제는 제1당의 자리를 내려놓고 겸손한 정치를 하라는 주문을 했다. 국민의 당에 대해서는 기왕에 제3당으로 출범한 이상 지금까지 양당체제가 보여준 대결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이제는 중재와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라는 의미로 그 길을 터 준 것이라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자중자애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소신껏 일하되 서로서로 타협하면서 정치를 잘해보라는 채찍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치가 물 흐르듯 잘되면 안 되는 나랏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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