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제민주화 특별시

서울시=경제민주화 특별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도시 서울 선언 및 협약체결식’에서 기업계, 금융계 등 14개 기관 관계자들과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서울시, 함께 잘 사는 도시 선포
대형마트 입점때 주변상권 평가
금융소외계층 부채탕감 지원 등
16개 과제 발표…5월 조례 제정
박 시장 “헌법적 가치 구현할 것”

“서울시 시설관리 용역직원으로 일하면서 매년 고용계약 때마다 실직의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가족들도 많이 불안했을 겁니다. 지난해 제가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전환되자 가족들이 정말 기뻐했고, 저도 긍지를 갖고 일하게 되었습니다.”(홍중기 서울시 총무과 주무관)

11일 ‘경제민주화 특별시, 서울 선언식’이 열린 시청사 3층 대회의실에서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이어 ‘함께 잘 사는 경제민주화’라는 주제로 강연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정규직 전환으로 삶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는 영상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서울시의 정책은 혁명적”이라고도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16개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제도적 기반으로 ‘서울시 경제민주화 기본조례’를 오는 5월 공포할 예정이다. 중앙 정치권이 왜곡한 ‘경제민주화’를 지방정부가 제한된 권한으로라도 먼저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실천과제

시가 약속한 실천과제는 상생의 동반성장,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노동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3개 영역에 걸쳐 있다.(표 참조)

우선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가 들어설 때 시가 자체적으로 상권영향평가를 해 상생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건물이 들어서고 입점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속수무책’이던 기존과 달리, 건축허가 전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규모 조정이나 판매품목·가격대 차별화 등을 선제적으로 이끌겠단 취지다.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롯데쇼핑이 지으려고 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등이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시는 “(골목상권 상생의 1단계 구실을 했던) 의무휴업일 추가지정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적 채무조정이 불가능한 금융소외계층은 주빌리은행과 협력해 부채 탕감을 통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오는 4월 서울시 소기업·소상공인 가운데 중·저 신용등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 보증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갑을관계의 불공정 거래 문화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 프랜차이즈 인증제’를 실시해 업계의 자정 노력을 돕기로 했다. 지난해 광역 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생활임금제을 민간으로 확산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조례 제정과 함께 시에 ‘경제민주화팀’, 민간이 참여하는 ‘경제민주화도시추진위’(가칭)도 구성하기로 했다. 서울연구원과 함께 ‘경제민주화 지수’도 개발해 내년께 공표한다.

그럼에도 지방정부 특성상 과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시는 이에 법령·제도 개정을 통한 가맹점 실태조사 권한, 고발요청권, 임대료 인상 기준설정 권한의 위임 등을 중앙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에 주어진 권한과 직능,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민주화의 헌법적 가치가 경제활동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하성 교수는 “중앙정부도 하지 않았는데, 시에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많은지 저 자신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선언식에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사업협회 등 기업·금융·상인단체·시민단체 등 14개 기관이 참여해 경제민주화를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원낙연 임인택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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