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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리에 ‘매머드급 직영점’… 가구 대기업 “나만 살면 그만”

3㎞ 거리에 ‘매머드급 직영점’… 가구 대기업 “나만 살면 그만”

“이케아 맞선 생존전략” 한샘 본사요구로 대리점 확장 이전
1년후 인근 입점 ‘황당’… 가구거리에도 대형매장 운영 마찰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15-12-21 제23면


가구
20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초대형 가구 매장 공사현장 앞에 대형 매장 입점을 반대하는 영세상인들의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

“불과 3㎞ 떨어진 곳에 같은 브랜드의 초대형 가구 매장이 들어서 대리점 입장에서는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일 오후 2시께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사장 부지에는 다음달(내년 1월) 개장을 앞둔 대형 가구매장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는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인 한샘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플래그쉽(flagship) 스토어(주력상점·연면적 9천286㎡)가 들어선다.

인근 인계동에서 같은 브랜드의 가구 대리점을 운영하던 A(55)씨는 이 소식을 접하고 대리점 경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A씨의 대리점보다 무려 6배나 큰 규모의 매장이 들어오면 고객이 대형 매장으로 쏠릴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앞서 A씨는 15년 간 수원시 권선동 가구거리에서 한샘 대리점(720㎡ 규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IKEA)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본사 측에서 ‘매장을 대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매장 확장을 주문했다.

A씨는 고민 끝에 지난해 3월, 매장 인테리어와 추가 가구반입비용 등 8억 원을 들여 인계동으로 매장을 확장(1천600㎡ 규모) 이전 했지만 운영한 지 1년 만에 인접한 곳에 초대형 매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A씨는 “이전 비용 8억원을 본사로부터 돌려받았지만, 확장 이전을 권유해놓고 가까운 곳에 더 큰 매장을 입점시키는 본사의 처사는 힘없는 대리점주더러 영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의왕시 오전동 가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구거리와 불과 500m 거리를 두고 한샘과 리바트 등 대형 가구업체 직영 매장이 들어서면서 중소 가구점주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의왕시가구연합회 장문원 회장은 “가구거리 인근에 대형 직영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영세상인들이 수십 년 간 일궈놓은 상권에 가구 대기업들이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샘측은 현재 7개인 대형 직영점을 오는 2020년까지 전국 1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고, 리바트측은 이케아 진출 이후 이미 대형 직영점을 6곳에서 9곳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서면서 지역 가구 상권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용인 어정·수원·광명·의왕 등 지역 중소 가구점주 200여명은 다음달 한샘의 매탄동 직영매장 개장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대해 국내 가구 대기업들은 이케아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장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 이후 대형 전시장에서 다양한 물건을 둘러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나타나면서, 넓은 전시장을 갖춘 매장으로 대형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