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남경필이 전에 없이 무거운 선거를 치르게 됐다. ‘팔달’에 아성을 쌓고 성채(城砦) 속에 누려왔던 때가 옛날이 되고 말았다. 5선 고지는 역시 힘들다는 증좌인가. 수원의 정치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치의식이 달라져가고 있는지 가늠하는 커다란 시험대로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남 의원으로선 전에 없던 고된 ‘4·11’ 선거판을 만났다. 한 사람 상대도 어려운 판에 두 사람을 놓고 싸워야 하는 2대1 싸움판이 됐으니 그렇다. 수원 병지구(팔달) 선거가 전에 없이 시선집중 지역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민주통합당이 남경필 맞수로 김영진을 공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 보좌관을 지냈다. 숱한 정치 2선을 밟으면서 청장년기를 보냈다. 2인자로의 역할은 평가가 괜찮다. ‘정권교체기’라는 큰 정치 변화도 맛 본, 어찌 보면 자기 선거에는 초년생이기도 하다. 의회정치 경력으로 보면 남경필과 천양지차다. 한 사람은 4선으로 5선에 도전하고 있고, 신인 김영진은 처음 금배지 입문에 나섰다. 얼핏 보기에는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김영진의 뒤편 정치 파노라마는 순탄치 않은 체험에서 정치의 현실을 뚜렷이 지켜봤다. 정당을 넘어, 수원 변화의 중심에서도 있었고, 정치판 뒤켠에서 이뤄지는 보기 싫은 정치인 행태도 똑똑히 익혔다. 어쩌면 수원 5선의 벽을 차단해 보겠다는 야심도 이런 데서 솟아났는지 모른다. 경기도, 특히 수원의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외가닥 논리로 일관해 왔다. 한 번 잡으면 오래 가려 든다. 정치인의 사고도 그랬고, 정당의 선택도 고정 ‘프레임’을 벗어날 줄 몰랐다. 그러나 지방자치 이후 수구적 사고가 붕괴되면서 수원에 다양성의 정치문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결정판이 지난 6·2 지방선거였다. 31명의 단체장 중 3분의 2를 야당이 차지한 것이 그 한 예다. 지역 개념이 흐려지고 대신 정치관의 폭이 넓어지면서 여당에서도 외지인이 당당히 당선되는 수원 변화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편 가르기’라는 통로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수원의 정치적 판단 폭도 자연히 넓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팔달선거’를 비관서 긍정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유다. 역대 고착 개념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도시 선거판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팔달 선거판은 3각 대결이라는 희한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남경필-김영진, 그리고 김용서 전 시장의 출마는 그러나 단순히 사적 시각서 보는 것은 단견이다. 대도시 형으로 수원이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가 다분하다. 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놀라운 광경이다. 더구나 양당 구도에서 두 번에 걸쳐 8년 시장을 거듭 지낸 전직 시장이 호형호제하던 동료와 선거에 대적한다는 것은 그래서 결코 우연일 수가 없다. 정치는 어제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바꾸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정치는 이념을 넘어 보이는 현실이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가치다. 이것을 두고 누가 손실이고, 누가 이익이 된다는 피상적 편견은 그래서 옳지 않다. 정치 발전은 어쩌면 첨예한 대립에서 건져내는 생물일 수 있다. 팔달 선거 분위기를 낙후성 정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발상도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야 어떤 이유에서 이루어졌건, 결과는 새로운 ‘수원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김용서 전 시장은 어찌 보면 이미 정치적 적대를 넘나든 경험도 있다. 3선 고지를 넘으려는 과정에서 그는 우정이란 전통적 관계를 끊고, 적의 적과 손잡았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고전적 속담이 전해주는 교훈이다. ‘4·11’ 수원 팔달 선거는 흥행을 넘어서야 한다. 선거 결과에 대한 득과 실만을 따지기 전에 수원정치의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선거는 보이는 당·낙의 결과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역사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남경필의 5선 도전이 주는 경험적 가치와, 김영진의 겁 없는 야망에서 찾아지는 정치의 신선함, 그리고 김용서의 단순 감정 이상의 가치를 얻을 때 정치 발전 기여라는 긍정적 효과를 찾을 수 있다는 데서 그렇다.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