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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신 공주’ 수준의 민주적 소양 드러낸 박근혜

[사설] ‘유신 공주’ 수준의 민주적 소양 드러낸 박근혜

등록 : 2012.03.14 19:04 수정 : 2012.03.14 19:04

현대 국가에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민주주의 신념이다. 주권재민과 인권의 불가침성에 대한 확신은 왕정을 극복하고 민주공화정을 탄생시킨 근본이었다. 그 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의심을 받았다. 아버지 박정희의 그림자가 항상 겹쳐진 탓이었다. 그 점에서 그는 억울했다.

하지만 그의 책임도 컸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이를 밝히려면, 민주정부 전복과 권력 찬탈, 독재와 인권 유린, 헌정 파괴 등 박정희 체제에 대한 생각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자 뿌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공화국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가 회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엉거주춤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그런 그가 엊그제 부산에서 생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박정희 체제에서 피해를 본 이들에게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망발인가. 박정희 체제의 본질적 문제는 민주주의 파괴였다. 권력 찬탈에 따른 정통성 없는 정권의 탄생, 이런 정권 유지를 위한 억압체제와 인권 유린이었다. 그것을 그는 산업화 과정의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인식했다. 억압체제가 가하는 무차별 체포, 구금, 고문, 투옥, 살해 등도 뜻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산업화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는 파괴해도 되고, 인권은 유린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박정희의 잘못을 사과했다. 김 전 대통령도 그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엊그제 발언을 보면, 김대중 납치·수장기도 사건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본의 아닌 실수가 된다. 알려진 것과 달리 그는 겉과 속이 다르고, 인간에 대한 예의도 쉽게 뒤집는 인물인 셈이다.

엊그제 발언은 불행하게도 그동안 그를 폄훼했던 언사인 ‘유신 공주’에 손색없음을 그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왕조와 독재의 틀에서 민주주의를 보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민주공화국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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