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자체가 절차 없이 수용한 땅,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법원 "지자체가 절차 없이 수용한 땅,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머니투데이] 입력 2015.08.06 12:03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과거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만들기 위해 수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점유한 땅을 돌려주고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최성배)는 부동산 업체 H사가 서울 서초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H사에 반포동 땅 158㎡를 넘겨주고, 4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서초구는 1960~1970년대 서울 방배중학교 앞 3거리에서 방배동쪽으로 이어지는 동광로를 개설했다.

문제는 도로가 개설된 땅의 일부가 H사에게 넘어가며 불거졌다. 당초 땅의 소유주였던 남성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지만, H사는 서초구가 땅을 무단으로 점유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총 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서초구는 H사가 땅을 매수하기 이전 소유자가 이미 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 소유권을 넘겨받은 H사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로 부지라는 사실을 알고도 땅을 산 만큼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초구가 주장하는 '채권적 포기'(땅 소유주가 권리를 포기한 것)를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승계인(H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그 효력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도로가 개설된 지 30여년이 지나 권리 포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H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일부 인정, H사가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서 5년을 역산한 2009년 7월 이후에 대해서만 서초구가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인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급속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수용 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가 없어 점유할 권리가 의심스러운 토지에 대해 지자체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영구히 점유·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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