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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말로만 상생 외치는 삼성반도체

사설/칼럼
말로만 상생 외치는 삼성반도체
데스크승인 2015.06.18

 

 

상생(相生)이란 말은 자체 그대로 서로 위하며 잘 살아보자는 얘기다. 그래서 서로의 이익이 엇갈려도 이러한 상생은 원만한 타협을 통하거나 아니면 힘 있는 한 쪽이 양보하며 같은 길을 가게 마련이다. 물론 그 상생이 어려운 곳도 없지는 않지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상생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날마다 체험하고 있는 터다. 그런데 삼성반도체의 두 얼굴이 논란이라는 소식은 이러한 상생과도 멀지 않아 여러 가지로 염려가 되고 있다. 삼성이란 이미지가 이미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들과 동반성장·상생을 표방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본보에 알려졌듯이 내부적으로 협력업체를 과도한 규정으로 옥죄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짐작하다시피 이러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중인 삼성나노시티는 용인기흥, 화성, 평택, 온양캠퍼스 등 4개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서 가장 규모가 큰 기흥·화성 캠퍼스는 290여만㎡으로, 3만7천여명 임직원 중 70%인 2만5천여명이 협력업체 직원들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런 협력업체만 136개에 달하며 대개 업체들은 비교적 업무가 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운송이나 보관, 환경미화, 오폐수 정화, 약품처리, 세척 등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이 시급에 비해 받는 돈이 적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삼성나노시티의 협력사 중 운송·물류업체 직원들은 일명 ‘4근2휴제’로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4일 일하고 이틀을 쉬는 방식이다. 주로 주간조의 경우 오전8시~오후8시, 야간조는 오후8시~익일 오전8시까지 각각 12시간의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 노동자의 기본시급은 2015년 최저임금인 5천58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다.

한 예로 기흥·화성캠퍼스 내 반도체 원판, 기판, 샌드 등을 운반하는 협력업체의 경우 1톤짜리 트럭 50여대가 24시간 운송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100여차례 탑승과 하차를 반복하면서 12시간 노동에 식사시간 1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라면 노동강도가 너무 가혹해 안전사고마저 염려될 지경이다. 그럼에도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식사시간 1시간 마저 협력업체 직원들을 관리·감독하는 요원의 보이지 않는 눈살에 40분만에 끝내고 있다면 상생의 의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삼성측의 여러 변명에도 지금과 같은 가혹한 조건하에 상생만을 외쳐봐야 소용없다. 대기업의 면모다운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