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5-22 07:57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최금식(61ㆍ사진) 경기도시공사 사장의 명함은 다른 기관장들의 것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 기관장 역시 명함을 준비하고 있고 쉽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정작 연락을 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찾으면 회사 대표번호나 비서실 연락처만 있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데 최 사장의 명함엔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며 전화를 걸면 그가 직접 받아 응대한다.
최 사장과의 인터뷰는 그런 이유로 성사됐다. 지난 4월 있었던 경기 다산신도시의 사업 설명회에서 최사장은 참석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나눠줬고, 돌쇠(?)같이 다부진 그의 첫인상에 끌려 명함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도의 주거 활성화는 물론 신도시 등 개발에 남다른 철학으로 나서고 있는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 그는 경기도시공사의 해외 진출도 추진하는 등 ‘업그레이드 경기도시공사’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
인터뷰는 최근 경기 수원 권선동의 경기도시공사 5층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에 앞서 직원들에게 최 사장의 업무스타일에 대해 물으니, 첫인상처럼 일은 ‘돌쇠’같이 소통은 ‘샌님’처럼 한다는 말이 돌아온다. 추진력이 있는 업무 스타일이지만, 소통시에는 누구보다 부드럽다는 뜻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5조원이 넘는 매각 실적을 달성했고 공기업 부채 감축의 압박속에 정부의 목표를 초과하며 부채를 줄였다. 그 중심에는 최 사장이 있다.
먼저 명함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이 직접 전화를 받으면 피곤하지 않느냐며.
“지난해 9월 취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일이 공사 출입문에 게이트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3년동안 경기도시공사의 비상임이사로 일했습니다. 도민들이 경기도시공사에 가진 큰 불만 중 하나는 공사의 관료주의적인 태도라는 점이더군요. 불만을 품은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만나야 해요. 민원인들에 대한 태도 변화도 강조했습니다. 갑(甲)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실에서 도시공사로 전셋집을 얻어 집을 옮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취임 8개월. 그가 사장으로 온 이후 가장 바뀐 점으로 ‘공사의 분위기’를 꼽았다. 공기업 부채감축 압박은 경기도시공사도 피해갈 수 없었다. 경기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은 2013년도 318%에서 2014년 말 284%로 줄었다.
“부채감축 성과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직원들의 사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채를 줄이라는 것은 신규투자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는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든다는 의미죠. 전반적으로 공사에 활기가 없었습니다. 취임 후 우리의 역할을 찾는데 공을 들였어요. 보니까, 신규투자 여력이 6000억원정도 있더라구요. 이걸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새로 시작한 사업중의 하나가 도시공사가 없는 도내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것이었다. 도시공사가 없는 시ㆍ군의 역세권 사업, 정비사업 등에 경기도시공사가 참여하는 계획이다. 경기도시공사는 현재 이천, 광주, 광명, 부천 오산 등 5개의 시와 업무협약을 했다. 수원, 안양, 과천과도 현재 업무협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도의 주거 활성화인데, 기존에는 아무래도 도내 산업단지 사업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재정이 넉넉치 않아 정비 사업 등 신사업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것입니다. 시에서 재생사업 등을 자체적으로 할 경우 조성, 판매 등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재정이 넉넉치 않을 뿐더러 비용측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도시공사가 뛰어들 틈이 생기는 것이지요. 올해안에 도내 역세권 개발 등 4~5개 신사업 성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다산신도시시개발, 제2판교 테크노벨리 등 경기도시공사가 공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들도 계획대로 진행되는 상태다. 다산신도시 조성사업은 지난 4월 롯데건설, 대림산업이 처음 분양을 한데 이어 오는 11월에는 대림산업과 GS건설이 분양을 앞둔 상태다. 특히 제2판교테크노벨리의 경우,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 있어 최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제2판교테크노벨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개발지분을 공유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람과는 달리 주관은 LH(지분 65%)가 하고 있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1 판교테크노벨리 개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종 목표인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재 경기도시공사의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다. 남경필 지사가 지난 1월 도시공사의 중국진출 의지를 밝힌 이후다. 지자체 산하 도시공사가 자체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 것은 경기도시공사가 처음이다.
도의 주거 활성화는 물론 신도시 등 개발에 남다른 철학으로 나서고 있는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 그는 경기도시공사의 해외 진출도 추진하는 등 ‘업그레이드 경기도시공사’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
“현재 중국 광동성에 오퍼를 건낸 상태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주요 도시로 인구 집중현상이 심해짐에 따라 신도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이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이를 공유하자는 것이 첫번째 단계입니다.”
앞으로 경기도시공사의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것이 최 사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중앙정부는 이제 신도시 사업을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신도시라는 것은 국가정책사업인데, 국가주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LH가 그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LH가 지방으로 이전을 하면서 경기도시공사의 역할은 더 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규모개발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경기도시공사 핵심 업무이며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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