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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 채용과 지행정의 문제점 - 강관희 국제대학 교수

기간제 교사 채용과 지행정의 문제점 - 강관희 국제대학 교수
데스크승인 2015.05.20 | 최종수정 : 2015년 05월 20일 (수) 00:00:01

지원행정, 얼핏 보다도 현장을 돕는 행정을 뜻하는 것 같은데 의도가 좋다. 하지만 새로운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일선에서는 무슨 까닭인지 ‘지원행정, 말이나 말던지’하는 푸념의 소리를 왕왕 들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기간제교사 채용 정책이 아닐까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기간제교사는 정규 교원이 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웠 때 학교장이 채용하는 계약직 교원이다. 물론 기간제 교사도 당연히 교원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교원 정원이 태부족하니 정규교원의 빈자리를 새로운 정규직으로 다 채울 수 없음은 어쩔 수 없다지만, 요 몇 년간 기간제 채용 절차가 크게 강화되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터는 명예퇴직 교원은 아예 기간제교사 자격도 없다는 지침이 ‘지원행정’의 이름을 달고 내려왔다.

학교의 한 선생님이 사고로 갑작스레 휴직을 하였다는 가정 아래 기간제교사 채용 절차를 살펴보자. 교감은 우선 언론매체나 홈페이지 등에 3일 이상, 지원자가 없을 경우 계속 교사 채용 공고를 내야만 한다. 공고를 보고 지원자가 들어왔다고 해도 바로 계약해서는 안된다.

1차 서류 전형과 2차 면접은 물론 필요시 시험, 수업실연, 인사자문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직무수행 능력이나 인성 심사 등을 거쳐야만 한다. 참, 62세 이상의 지원자는 교원자격증이 있더라도 채용할 수 없다.

먼저 이 ‘지원행정’의 실효성을 보자. 첫째, 수 차례 공고를 해도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 현실인데 2~3차에 걸친 정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대목에서 장자의 목마른 물고기 고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책 담당자는 62세 이하이면서 명예퇴직교원이 아니며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중등 교원자격을 가진 이들이야 워낙 임용경쟁이 세다 보니 그러한 사람이 왕왕 있을 수 있으나, 초등 교원은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다.

물론 신규 교사 임용 대기자들을 채용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수가 워낙 적을 뿐 아니라 시골 학교로는 오려고 하는 이가 전무하다. 당장 교실에는 선생님이 궐석인데 계약할 사람은 없고, 채용을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많고도 험하다.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고 지침을 만들었다면 지원행정가 들이여, 부디 지침을 내리기 전에 현장부터 두루 살펴보시라. 만약 현장 사정을 잘 알고도 이러한 지침을 내렸다면, 그러한 그 의도가 무엇인가. 예산이 많이 필요한 기간제교사 채용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불투명한 채용 비리가 있다고 보고 있거나 혹은 보다 양질의 교사 채용을 위해서라고 변명을 할 것이다.

앞의 이유에서라면 ‘지원행정’을 하는 사람들 참 나쁘다. 현장을 믿지 않고 어찌 지원을 할 수 있는가, 차라리 앞으로는 제발 그냥 ‘지도 감독하는 행정’을 해 주면 된다. 수 차의 공고와는 별도로 개인적인 물색에도 불구하고 계약대상자가 없는 마당에 ‘뇌물’까지 써가며 일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면, 국민에게 그러한 판단력을 가진 정책가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다. 뒤의 이유 또한 기간제 교사 채용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합리화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당장 교실에 선생님이 없어 며칠씩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오지도 않는 계약대상자를 놓고 심사계획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코미디 같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는가.

의도도 명확하지 않고 실효성조차 없으면서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을 심화시키는 이러한 옥상옥 지원 정책일랑 그만 서랍 속으로 넣어두었으면 한다. 학교장에게 기간제교사 채용 권한을 주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장을 믿고 맡기되 문제가 생기면 엄중히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지원행정’의 시작이다.

강관희 국제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