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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나라 칸(사진, 활동)/-미술관. 박물관(수원미술,대안공간,이영,수원박물,수원화성박물, 등) 종합

주민과 함께 덧칠… 활기 잃은 행궁동, 예술로 살아나다 - 경기지역 대안공간을 말하다 - ① 대안공간 눈

주민과 함께 덧칠… 활기 잃은 행궁동, 예술로 살아나다 - 경기지역 대안공간을 말하다 - ① 대안공간 눈

민경화 기자 | mk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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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11일 21:56:17 전자신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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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작가들 마을로 불러오기 위해

문화예술공간인 ‘대안공간 눈’ 조성



‘행궁동 사람들’ 프로젝트로 지역주민과 소통

2년에 걸쳐 진행한 ‘벽화그리기’ 큰 반향

2011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대학생 참여 아트페어 ‘제브라프로젝트’ 등

신진·지역작가 발굴에도 심혈 기울여

대안공간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관과 화랑의 상업주의·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자각한 작가들이 만들기 시작한 비영리 전시공간을 말한다. 국내의 경우, 1999년 미술계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몇몇 미술인들의 자생적 의지로 대안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기도에는 2002년 안양의 스톤앤워터를 시작으로 소나무(안성), 아트포럼 리(부천), 대안공간 눈(수원),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안산), 문화살롱 공(의정부), 까마귀(오산) 등 7곳의 대안공간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안공간은 신진 작가 지원과 실험적 작가 발굴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나 경기지역 대안공간은 전시중심의 공간에서 탈피해 다양한 지역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사회담론을 생산하거나 골목, 시장 등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환경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가치로 지역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경기도 내 대안공간 7곳을 살펴본다.





■ 슬럼화된 행궁동 살리는 목적으로 탄생한 복합문화공간

조각가인 이윤숙 대표는 2003년 행궁동에 대안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당시 수원은 외부적으로 문화도시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인 문화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 안에 있는 행궁동은 문화재 보호 정책으로 개발이 제한되면서 낙후되고 활기를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수원 토박이인 이윤숙 대표는 행궁동에 작가들을 불러모으고 활력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남편인 김정집 관장의 아버지가 40여 년 전 지은 집터에 전시공간을 만들기로 계획하고 1년 만에 297.5㎡(90평) 규모의 대안공간을 완성했다.

그가 이 공간을 택한 것은 행궁동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고 있는 공간이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런 바람은 ‘눈’이라는 이름에도 담겨 있다. ‘눈’은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의미에서의 눈(目)과 쓸모 없어진 공간과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싹과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 ‘행궁동 사람들’로 작가와 주민이 함께 마을에 활력 불어넣다

이 대표는 행궁동 골목을 활성화하고 젊은 실험적인 작가들을 마을로 불러오는 작업에 주력했다. 지난 2010년 진행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시각예술분야의 창작을 활성화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는 4개국 총 14명의 작가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했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행궁동의 모습을 찍어 전시하는 기획전시를 비롯해 칙칙한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통해 슬럼화된 행궁동을 변화시켰다. 솜씨 있는 주민들의 작품 전시도 하며 주민참여 기회도 마련했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진행한 벽화그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골목에 40여점의 벽화가 생겼고, 이를 보기 위해 행궁동을 찾는 탐방객도 크게 늘었다. ‘눈’의 작은 움직임이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또 신진작가와 지역작가 전시지원프로그램도 ‘눈’에서 꾸준히 이어온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는 작가를 지망하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를 통해 작가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 인력부족 등 어려움 딛고 내실 강화

눈은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모든 전시활동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공모사업에 지원해 기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건 일손부족이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눈’은 프로그램 기금 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올해는 좀더 내실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더 많은 작가와 관람객을 유치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것.

지난해 진행한 대학생 작가들의 아트페어인 ‘제브라프로젝트’를 확장해 운영하고 수원지역 미술대학교 졸업생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주민솜씨 발굴 프로그램과 공연재능기부 릴레이도 이어간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김정집 관장의 해설로 벽화골목을 탐방해 외부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민경화기자 mkh@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문화공간 만들고 싶어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



“주민들이 내집 드나들 듯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사진)는 올 한해 ‘눈’의 역할을 이같이 밝혔다.

예술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실험적인 작가의 참여는 물론이고 재능이 있는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이 대표의 노력으로 ‘눈’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늘 주민의 참여도가 높다. 더불어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1년에는 ‘수원행궁동 예술마을 만들기 작은공간의힘-대안공간 눈’프로젝트로 제6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안공간도 거대한 자본력 없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였다”며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0년을 넘긴 대안공간 눈은 전시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미술뿐 아니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윤숙 대표는 “2, 3년이면 문을 닫을 줄 알았던 눈이 벌써 10년을 넘겨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지역문화활성화를 위한 다각도의 고민을 하는 대안공간이 될 것이며, 더 많은 대안공간이 생길 수 있는 정책적지원이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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