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수원특례시의회 종합/*❷수원특례시의회(의원, 일반 종합

[영남칼럼] 국민들은 기초의회 개혁에 공감한다

[영남칼럼] 국민들은 기초의회 개혁에 공감한다

박종문 논설위원
예상대로 반발은 거셌다. 대통령소속 자문위원회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가 지난달 특별·광역시 기초의회를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즉각 반대성명이 줄을 이었다. 지방자치 실시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발위가 지방자치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면서 기초의회를 폐지하겠다고 했으니 반발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지발위의 기초의회 폐지안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는 꼬리를 내렸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여야 합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여론 향배에 따라 정책추진과 백지화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조변석개(朝變夕改) 정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발위의 기초의회 폐지 방침은 너무 앞서나간 느낌이지만, 기초의회 개편문제를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사실 기초의회 무용론은 지방자치 출범 직후부터 불거진 문제로 그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특별·광역시의 기초의원은 선거과정에서부터 별 주목을 끌지 못한다. 광역단체장·교육감·기초단체장·광역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보자들의 면면이 고만고만해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고 큰 기대도 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주민밀착형 사회운동을 해온 풀뿌리정치인들의 의회진출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 지역에 오래 살면서 특정 정당 당원이나 관변단체 인사들이 많이 출마해 신선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주민대표성도 취약하고 대 집행부 감시능력도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해외견학을 둘러싼 잡음, 함량미달의 행동들, 끊이지 않는 비리와 부패, 주민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 의정활동에 앞서 국회의원 지역구 관리대행 같은 정당 활동에 더 신경 쓰는 문제 등 기초의회의 무용론으로 들 사례는 부지기수다. 특정 정당의 조직책이나 토박이가 지방자치 실시 후 ‘동네 국회의원’처럼 행세하면서 적잖은 월급과 활동비를 받아가는 것은 분명한 세금낭비 요인이다. 때문에 분권단체나 기초의회·의원단체들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 상당수는 기초의회 무용론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발위가 기초의회를 폐지하자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그런 이유라면 먼저 국회부터 폐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처럼 정쟁으로 돈과 세월을 허비하는 집단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도 국회를 폐지하자고는 하지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기초의회 부작용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기초의회가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의회 존재자체만으로도 집행부에 의한 행정편의주의적 결정이나 불공정하고 담합적인 정책결정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의 기초의회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기초의회가 주민들로부터 존재감을 얻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논의의 초점은 지금의 집행부-의회 형식의 기관대립형이 최선인가 여부, 단체장에 대한 견제강화 방안, 정당공천 폐지와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문제, 주민대표성 향상과 다양성 확대를 위한 비례대표의석 비율 향상, 여성 및 소수자 진출확대 방안, 임기 2년 단축 방안, 주민의 의회참석 및 발언권 확대, 광역지자체 선거와 분리, 출마조건 완화, 해외견학 폐지, 유급의원제도에 대한 대안검토 등 사실상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수준의 획기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활발한 논의가 전제된다면 기초의회 존폐여부와 기관형태, 기능을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