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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화한 수원역 거리 |
2015년 수원은 백화점 삼국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 말 롯데몰 수원점 개점과 이후 애경타운의 확장에 따라, 수원역을 두고 애경과 롯데의 한판승부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두 유통업계와 거리가 떨어진 수원 인계동 갤러리아백화점은 다소 여유롭다. 중부일보는 수원 내 대표 대형유통 3사를 비교·분석하고, 영등포 성공사례를 통해 품격있는 상생의 방향에 대해 진단한다.
▶수원역을 두고 애경과 롯데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수원역은 경기지역 최대 역세권이다. 118만명 수원의 중심이자, 1천200만명 경기도의 일번지다.
코레일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수원역 승·하차 철도이용객은 1천324만명으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 이용자 최다 승하차 버스정류장으로 수원역·AK플라자역을 전국 2위(하루 평균 151만1천234명)로 조사·발표했다.
이렇다보니 애경과 롯데가 유동인구 블랙홀을 두고 수원역을 잡기 위해 맞붙었다. 애경은 2003년 역사 관리 주체인 ㈜수원애경역사와 AK플라자 수원점을 통해 수원역에 진출했고, 이어 지난해 롯데가 롯데몰을 개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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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쇼핑타운 |
▶애경‘타운(town)’ 으로 진화
AK플라자 수원점의 매출은 경기 남부권에서 가장 높다.
애경의 최대 강점은 10년 이상 뿌리내려 온 수원지역(local)의 최적화다.
수원에 대한 애경의 높은 이해도는 지난달 4일 개점한 AK& 지하 1층 ‘AK 푸드스트리트’를 통해 증명됐다. 20세기 수원 대표상권은 구시가지인 수원화성 팔달문(남문)-장안문(북문) 구간이다. 남문과 북문은 2000년도 이후 기차역세권인 수원역의 발달로 급격히 쇠퇴했다. 수원시민들은 수원역을 지나가지만, 아직도 당시 남·북문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다. 애경은 수원시민의 향수를 자극하고자 AK푸드스트리트에 옛 수원의 인테리어를 녹여 20세기 남·북문 거리를 그대로 재현시켰다.
애경의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경은 항공(제주항공)→숙박(노보텔 앰배서더)→유통(AK플라자)으로 이어지는 유례없는 유통모델을 선보였다. 제주항공은 애경계열사이며 국내 저가 항공사 1위다. 제주항공은 현재 중국과 일본 중심의 17개 항공기·23개 운항 노선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 수원으로 끌어올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오픈한 특 1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연면적 3만5천㎡ 규모의 지하 3층~지상 9층, 287실)이 이를 지원한다.
이로써 애경은 철도역사(수원역), 백화점(AK플라자 수원점), 쇼핑몰(AK&), 호텔(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연면적 19만4천㎡ 규모의 대형 랜드마크 ‘애경 타운(AK town)’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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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몰 수원점 |
▶유통을 선도하는 롯데‘몰(mall)’
쇼핑(shopping)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몰링(malling)이다. 몰링은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여유가 증가할 때 나타나는 선진국형 유통 트렌드다. 몰링에는 쇼핑은 기본으로 외식, 영화, 공연 등 다양한 여가생활을 함께 충족시킨다.
국제쇼핑센터협의회(ICSC)에 따르면 몰링이란 유통 전문 사업자에 의해 계획, 개발, 운영 및 관리가 일원화된 소매 업체의 집합체를 말한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 일본의 캐널시티, 도쿄 미드타운, 레이크 타운, 홍콩의 하버시티 등이 전형적인 몰링의 형태다.
롯데몰 수원점은 국내 대표 몰링으로 연면적 23만4천여㎡ 규모의 지하 3층~지상8층, 롯데백화점, 쇼핑몰, 토이저러스, 롯데마트, 하이마트, 롯데씨네마 등으로 구성됐다.
롯데몰 수원점은 몰링 중에서도 전국 최초 이온몰(aeon mall)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롯데몰 내 곳곳에는 테마파크에서만 볼 수 있던 무료 스티커 사진 기기, 아이들을 위한 소형 롤러코스터, 범퍼카 등을 갖춰놨다. 5층 롯데문화홀에는 소극장을 갖춰 토크콘서트, 연극, 어린이문화탐방, 콘서트 공연 등을 기획했다. 이를 통해 롯데몰 수원점의 궁극적 목표는 몰을 넘어선 하나의 관광지다.
▶양날의 검 수원역의 유동인구
수원역의 최대약점은 교통이다. 교통체증은 애경타운과 롯데몰이 함께 가진 단점이다.
애경과 롯데가 10년의 시차를 두고 수원역에 진출했지만, 주변 교통 인프라는 아직 뒤따라 주지 않았다. 롯데몰과 AK플라자 수원점 사이에 두고 들어설 예정인 수원역 복합환승센터는 공사가 지연됐고, 서수원과 연결중인 과선교 역시 현재 공사중이다.
수원역의 교통기반이 열악한 것의 주요 원인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유동인구 때문이다. 과밀화 된 유동인구는 유통업계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서울역 롯데마트 경우 기차 이용률에 따른 유동인구가 마트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운영이 되자 유동인구는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 노숙자들의 마트이용에 따른 구매력 있는 고객의 방문 감소, 유동인구별 소형구매에 따른 추가 매대 설치 등은 인건비 등 비용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몰이 수원에 녹아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27일 개점 이후 첫 일주일동안 롯데몰 수원점의 매출액은 평균 20여억원(하이마트는 별도분류) 이상을 오갔다가 한달이 지난 시점에는 15~20억원 수준(주말·주중 구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롯데몰의 개점 이후 23만4천여㎡를 가득 메운 방문객 동원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했던 AK플라자 수원점과 비교해 뒤쳐진 수치다. 또 전국 최초 시행한 롯데몰의 사전주차예약제(1시간당 500대 운영)는 이미 유명무실화됐다. 주차장 입구에서 고객을 확인하는 시간이 교통체증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으로 인해 결국 모든 고객을 주차장으로 입장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롯데몰까지의 불편한 고객 접근성은 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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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몰 수원점 |
▶로열 갤러리아(Loyal Galleria) ‘백화점’
올해로 21주년을 맞이한 갤러리아 백화점 수원점은 시설이 노후화됐다. 갤러리아 수원점은 여러 번의 리뉴얼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지만, 기본적인 골격(연면적 1만8천492㎡)이 작아 애경타운, 롯데몰 등과 비교했을 때 규모면에서 뒤처졌다. 이 때문에 롯데몰과 애경타운의 등장은 갤러리아 수원점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갤러리아 수원점은 실적은 우수하다.
유통관계자에 따르면 롯데몰 개점 이후 양사 간의 매출액 차이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앞서 소개한 두 유통업계와 달리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수원점의 강점은 유동인구가 없다는 점이다.
매장 내 한산함은 오히려 씀씀이가 큰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갤러리아 충성고객(loyal)’들이 흔들림 없는 매출액을 유지한다. ‘지하2층 VIP 주차장-지하1층 프리미엄 식품관-지상 1층 명품관’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3개층은 타운과 몰 등을 비교해 90년대 백화점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예를 들어 씀씀이가 큰 고객들은 수원 3개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여성 명품 브랜드인 ‘에트로(ETRO)’를 두고 물건 구매 시 교통과 주차가 불편한 수원역보다 한산한 갤러리아 수원점을 찾는다.
VIP·여성 전용 발렛파킹 서비스와 40여명에 달하는 주차관리요원들은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킨다. 구매의사가 뚜렷한 씀씀이가 큰 고객의 갤러리아 충성도는 애경타운과 롯데몰 등장에도 갤러리아 수원점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다.
▶수원경제를 이끄는 유통 3사의 원동력
2015년 인구 118만명의 수원은 발전·진행 중이다. 2030년 수원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6%의 인구성장률을 보인 수원시는 2030년 1천340여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수원의 지역 총생산액은 도내 생산액중 7.81%에 해당, 2030년 수원 경제규모는 44조 1천41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의 KTX역사, 전철의 수원-인천간의 연결 등으로 교통은 편리해지고 동탄 1·2신도시 완성, 광교신도시의 안정화는 수원이란 시장파이(pie)를 크고 견고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롯데몰의 등장에 따른 대형유통 3사 경쟁은 수원의 경제발전에 윤활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상권의 등장은 풍선효과로 이어져 기타 상권을 위축 시키는 것이 아닌, 유동인구를 끌어모아 주변 상권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영등포다. 영등포는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해 섬유공장이 밀집된 지역이었으나, 이후 낙후돼 슬럼가로 분류됐던 영등포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타임스퀘어 효과로 일컬어지는 영등포는 신세계와 롯데가 한곳에 두 유통업체가 맞붙은 결과, 유동인구를 끌어모아 영등포 지하상가 및 인근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
영등포는 4년 연속 교통 유발금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힐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또 영등포는 재개발과 맞물려 주거 환경개선으로 이어졌다. 현재 영등포는 강남, 여의도와 함께 서울 3대 도심지로 꼽힌다. 서울시는 영등포를 강남, 광화문과 함께 2030년 국제금융중심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명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장은 “롯데몰의 등장은 과거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장 이후 같이 주변 서비스업의 질적 향상으로 경제발전에 시너지가 될 것이다”며 “이는 수원역을 키우고 서울로 향하는 소비 수요를 묶는다. 즉 지역 소득이 외부로 유출되는것을 막는다. 결국 수원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수원 대형유통 3사의 2015년 포부
팽창하는 수원경제를 두고 이를 선점하며 상생하겠다는 각 사의 의지가 대단하다. 수원 유통 3사는 선의의 경쟁을 전제하면서도 지역민들과 어우러져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애경그룹 홍보실은 “애경은 그룹사 차원에서 수원지역을 위한 올해전략을 ‘지역기반 상생마케팅’으로 잡았다”며 “특히 이를 위해 KOON, AK테르메덴, 노보텔 앰배서더, 제주항공 등 계열사 프로모션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롯데자산개발 홍보실은 “롯데몰 개점에 따라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며 “특히 전통시장상인들과의 상생방안약속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관계자는 “지역의 유통을 선도한 백화점 1번지로서 갤러리아 수원점은 지역주민의 만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롯데몰과 애경타운의 개점은 갤러리아 수원점의 재도약의 발판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철오기자/jco@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