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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 행궁동 레지던시의 존폐(存廢)

사설/칼럼  - 행궁동 레지던시의 존폐(存廢)


데스크승인 2014.12.26  | 최종수정 : 2014년 12월 26일 (금) 00:00:01

 

수원행궁 앞, 행궁커뮤니티아트센터에는 행궁동 레지던시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행궁동 레지던시는 행궁동 발전위원회와 수원의제21추진위원회 주최로 2009년 5월 발족되었다. 주민들과 함께 행궁동 역사문화만들기 추진사업을 해왔고, 수원에서 시립미술관 건립이라는 문화예술씨앗을 심은 예술가들이다. 행궁 앞은 2009년만 해도 인적이 드물고, 낙후된 지역이었다. 작가들의 입주로 공공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시민들에게 예술체험의 장(場)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였다. 현제 행궁동 레지던시는 6기 작가들까지 배출한, 그야말로 불모지에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당사자 들이다. 그러나 미술관 건립과 동시에 이곳은 철거가 예정된 사업이 추진 중이다. 30명이 넘는 작가들이 아무런 대안 없이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서있다. 작가들의 입지에서 보면 그들은 늘 피해자로 남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 행궁동에서 레지던시 작가들이 철거 건물을 청소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하자 주민들은 작가들을 화성인 취급을 했다. 그러니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시도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작가들은 많은 시간 지역주민과 친구 되기부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마을 잔치자리도 함께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행궁동 역사문화만들기 사업은 진행되었다. ‘상상 자유! 현실이 되다 ’ 프로그램이 시작된 셈이다. 창작시간을 쪼개어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사업은 시작되었다. 낙후지역거리조성사업으로 벽화를 그리고, 간판을 만들고, 문패를 만들고, 노인정을 작가들이 방문하여 어르신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마을 지도도 만들고, 국제 레지던시, 나혜석생가문화예술제를 진행하고, 전시장을 만들어 작가들이 행궁동에서 문화예술씨앗 역할을 기꺼이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들은 신풍초등학교와의 문화예술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주민센터와 작가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작가들은 신풍초등학교와 많은 교육프로그램들을 진행했고, 이후 수원 전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지금 신풍초등학교는 행궁복원사업으로 분교로 남아있다. 학생들은 인근학교로 전학을 했고, 현재는 전교생이 한 학급 정도 남아있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수업에 대한 열의가 높다. 신풍초등학교는 재학 중인 학생들이 모두 졸업을 마쳐야 행궁 복원사업이 진행된다. 그동안 유휴 건물이다. 이곳에서 학생들과 작가들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문화공간을 구축하는 일은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초등학교교육은 의무교육이다. 그들은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다. 소수의 학생들이 배제되는 교육행정이나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작가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은 문화홀대에서 오는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다.

행궁동은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이 있다. 그들은 모든 문화예술프로그램이 예술가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안다. 인적자원의 고갈로 앞으로 연계 프로그램의 공백을 우려한다.

시차원에서 작가들의 공간들을 마련해 이주하는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은 미술관과 더불어 새로운 복합 문화예술 공간임을 강조한다. 행궁동은 주민들과 작가들의 노력으로 문화예술마을 만들기에 성공한 곳이다. 이런 사업은 미술관건립과도 무관한 일은 아니다. 미술관 건립으로 작가들의 예술 창작 공간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문화진흥 정책에도 역행되는 일이다. 효를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도시 수원의 시립미술관 기초다지기 첫 단추는 시민들과의 문화예술로의 소통이다. 행궁동 레지던시의 존폐(存廢)는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지혜로운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다.

최경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