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박근혜는 권력의지를 제외하곤 대통령이 되기에 필요한 덕목 중 어느 것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현안이 산적한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에겐 다음과 같은 덕목들이 요구됐다.

첫째, 훌륭한 인품과 자질이다. 여기서 훌륭한 인품과 자질이란 진실성, 정직, 청렴함, 책임감, 겸손함, 포용력, 소통능력, 판단력, 결단력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진실성과 정직, 청렴함, 책임감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진실하지 않고 부정직하며 책임감이 없고 청렴하지 못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겸손함과 포용력 그리고 소통능력은 계층, 지역, 이념, 세대 간 대립과 갈등이 매우 격렬한 한국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대통령이 꼭 갖춰야 할 조건이다. 아울러 국내·외에 산적한 현안들을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고도의 판단력과 단호한 결단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완성도 높은 국가발전전략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발전전략이란 절차적 및 실질적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시장경제 모델의 발굴, 인간적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제도의 구축 등을 포괄한다.  또한 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 등의 양극화가 한국사회 최대 현안인 만큼 양극화 해소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통일한국에 대한 비전이다. 이를 위해 다음 대통령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할 전략, 통일의 방식과 통일 후 남북이 지향해야 할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명쾌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급변상태에 대한 대비책도 필수다.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발전위원회 및 시·도지사 오찬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넷째, 세계정세를 꿰뚫을 수 있는 눈(眼)이다. 이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징후가 도처에서 발견되고 중국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아울러 신자유주의의 몰락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불황이 엄습하는 중이다. 이런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대통령의 혜안이 필수적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박근혜에게 위의 덕목 중 하나라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분별력을 의심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 박근혜에게 기대하는 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임기를 마쳐주었으면 하는 것, 그것 뿐이다. 대한민국을 힘센 자와 부자의 천국으로 만들고, 나라를 심리적 내전상태로 재편하는 것만은 멈춰달라는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허망하게 느껴진다. 궁중암투를 방불케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구중궁궐 청와대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에게 이런 소리가 들릴 리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