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민호의 혼자생각] 본령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에서 ‘후원요청’이 들어옵니다.
단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국회의원입니다. 후원요청과
더불어 항상 접하게 되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입니다.
지난 1년간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니
꼼꼼히 따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요.
제가 보는 대부분의 의정보고는 99%가 예산 얼마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이번 예산심사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예산을 챙겨왔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 그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닙니다만 거의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보면서 문뜩 국가의 본령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국가의 본령이란 무엇일까?
사실 따지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픈 문제입니다.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국회에 갔으면 그 시민들이 원하는 예산을 가져오면 되는 것이지
무슨 국가의 본령까지를 따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그 이름이 바뀌었지만 <정의당>을 이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민참여당>의 맴버였습니다. 그 국민참여당의 구호가
<국가는 정의롭게, 시민은 자유롭게>였는데 저는 지금까지
이보다 훌륭한 구호를 보지 못했습니다. 학자마다 또는 정치인마다
국가의 본령이 무엇인가를 얘기하지만 저는 국가의 본령을 당연히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정의롭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국가의 본령을 ‘정의’라고 규정하고 나면 그 국가를 운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임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혼이 없다는 공무원들을 빼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운영직
공무원들이 포진해 있지만 제가 보기에 누구도 ‘정의’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죠. 이 얘기를 거꾸로 해석하면 ‘마땅히 부담해야
할 것을 부담시키는 것’도 정의가 됩니다.
예산 몇십억, 몇백억을 가져왔다고 유권자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매커니즘이
그런 ‘이익’에 관련되어 돌아가는데 국회의원에게만 ‘고고한 삶’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또 대다수의 사람들이 ‘너 얼마 가져왔는데?’
이렇게 묻는 현실에서 생뚱맞게 ‘국가적 정의’를 대답으로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보내는 의정보고서를
볼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를 위해 저는 이런 노력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더 이런 노력을 하겠습니다.... 직장내 여성의 차별개선을
위해 저는 이런 법안을 발의했고 이런 노력을 했으며 사회적으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과 4일동안 밤을 세워 같이 아파했습니다.....
너무 낭만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의정보고도 한켠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욕심일까요?
맹자가 선혜왕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나라에 이익이 되겠는가를 묻는
선혜왕에게 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왕께서 이익을 구하시면 신하는 자신의
이익을 구하고 백성또한 자신의 이익만을 구하게 됩니다. 이가 아닌 의를
구하는데 힘쓰시면 아래에서도 자연스럽게 의를 구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이 나라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300년전 왕이나 누릴 호사를 누리며 삽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를 말합니다. 맹자가 말한 ‘의’를 오늘날의
‘정의’로 치환해 본다면, 우리는 지금 너무 ‘정의’에 대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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