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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와 음악- 민인기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가을 편지와 음악- 민인기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데스크승인 2014.10.06  | 최종수정 : 2014년 10월 06일 (월) 00:00:01

 
 

며칠 전, 우연히 듣게 된 노래가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가을편지’란 가요이다. ‘향수’라는 노래를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 이동원 씨도 불렀고, 명문대 성악과 출신으로 ‘호반에서 만난 사람’ 등을 불렸던 가수 최양숙 씨도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이다. 늘 무대에서의 최고의 공연을 위해 긴장된 연습의 반복 그리고 강의, 세미나 등으로 때론 ‘내가 누구인지’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측은한 삶 가운데 문득 다가온 ‘가을 편지’란 노래는 클래식 음악과는 사뭇 다른 마치 달콤한 외식과도 같았으며 잠시 잊었던 옛 아날로그적 감성에 한동안 머무를 수 있게도 했다. 음악에는 클래식음악은 물론 대중음악에도 특별한 회귀(回歸)의 힘이 있다.

지난 7월 칼럼에서 필자는 디지털로 인해 피폐해진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음악은 인간의 지치고 쇠약해진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아날로그적 치료제이다. 아날로그적 향수에 또한 대표적인 유산이 있다면 바로 ‘편지’일 것이다. 이제는 ‘이메일’ 또는 ‘문자’로 대신하는 통신문화로 인하여 사라져버린 ‘편지’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들의 가장 소중한 그리고 낭만적인 소통이었다. 밤새 쓴 편지를 고이접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어 우체통에 넣고는 받을 이의 모습을 상상하던 행복한 ‘편지’. 그리운 이에게서 온 ‘편지’는 희망이고 행복이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만 또한 음악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에는 역시 낭만주의 음악이 제격이다. 그 중 가을과 편지를 떠 올릴 수 있는 작곡가는 낭만주의 음악의 선도적 존재였던 브람스이다. 오래된 연인들을 위하여 쓴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의 바로 그 브람스이다. 요하네스 브람스는 스승 슈만의 아내였던 클라라와 수 많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생각 그리고 음악세계에 대해 후엔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마치 사랑하는 이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애절한 마음이 있고 슬픔이 승화되어 아름다움이라 표현하고픈 고통의 소리가 있다. 브람스의 작품 중 대표작인 ‘독일 진혼곡’ (Ein Deutsches Requiem)과 ‘교향곡 1번 c단조 4악장’그리고 ‘교향곡 3번 F장조 3악장’을 이 가을에 감성회복의 묘약으로 추천하고 싶다. ‘독일진혼곡’은 근심과 고통에 잠긴 영혼에 대한 위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통 받는 자는 복이 있으며 인간의 육체는 풀과 같아 언젠가 마르고 꽃은 떨어짐을 이야기하며 우리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브람스는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로, 극복할 수 없었던 장애에서 승리 그리고 천국에의 소망을 꿈꾸려 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으로 불릴 만큼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던 브람스는 자신의 첫 교향곡 작곡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거의 20여년이란 긴 시간동안 작곡한 브람스의 혼을 담은 교향곡 제1번과 ‘브람스의 영웅교향곡’이라 불렸던 교향곡 제3번의 각 악장 속에서 흘러나오는 청명하고 영혼 깊은 소리가 이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짧아져만 가을이 더욱 소중한 이유는 음악이 있고, 진한 커피와 함께 누구에겐가 쓰고 싶은 편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인기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