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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떠난 땅, 민간사업자들 ‘금싸라기’ 잡기 경쟁

공공기관 떠난 땅, 민간사업자들 ‘금싸라기’ 잡기 경쟁

한전 부지 10조5500억 매각 계기로 본 실태

세종=이용상 기자
입력 2014-09-23 03:5

공공기관 떠난 땅, 민간사업자들 ‘금싸라기’ 잡기 경쟁 기사의 사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121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던 기존 부지가 매물로 나오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은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사들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지는 아예 매입기관에 팔리거나 거래가 묶여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매각이 완료된 부지는 76곳이다. 전체 부지는 510만8485㎡로 매각액은 15조5270억원이다. 한전 부지처럼 서울 강남 3구 등 요지에 위치한 부지는 주로 민간이 사들였다. 강남에 있는 한국감정원 부지는 2011년 삼성생명에 2328억원에 팔렸다. 공개경쟁 입찰로 당초 예정가였던 2233억원보다 4% 비싼 가격이다.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도 예정가보다 11% 비싼 701억5400만원에 민간에 매각됐다. 한국소비자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도 모두 강남, 서초, 송파에 위치한 곳이다.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 않은 부지 중에도 금싸라기 땅이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사옥(예정가 2784억원)은 현재 서울대 분당병원이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정산 방법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당에 있는 LH 오리 사옥(예정가 3524억원)과 서울 서초동 우면산 기슭에 자리 잡은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도 민간 사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매물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우 전체 부지의 50% 정도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어 예정가가 798억원에 불과하지만 규제가 풀릴 경우 가치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기도 수원 안양 등지에 있던 부지는 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LH 등 매입기관에 팔렸다. 개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애초부터 공개경쟁 입찰을 포기했다. 수원에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 농촌진흥청 등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안양), 국립경찰대학(용인) 등은 전부 매입기관에서 사들였다.

일부 공공기관은 사려는 곳이 없어 부지와 사옥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경남 진주로 청사를 옮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여의도 사옥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상태다. 주변에 국제금융센터(IFC),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이 밀집해 있어 알짜부지로 평가받지만 올 2분기 여의도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면서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공개매각에서 2차례 유찰된 뒤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입주자들의 반대로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미 지난 1월 대구 혁신도시 신사옥으로 이전을 마쳤지만 기존 건물 매각은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임대료 할인을 받고 입주했던 숭실대 산학협력단, 기업주치의협력재단, 산업클러스트학회 등 벤처지원 기관들이 임대료 상승을 우려해 매각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논리상 민간 사업자들이 개발 가능성이 부족한 땅을 매입하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투자 설명회를 하거나 부지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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