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교체기의 난맥상인가? 조직적 저항인가?
출범 보름 만에 ‘남경필호’에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간부들의 개인플레이 때문에 조직 내부가 편을 갈라 반목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 지사의 리더십이 소통을 중시하는 탓에 일사분란했던 과거와는 비교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임 도지사의 령(令)이 안서는 것 같다. 임기 초(初)인지, 말(末)인지 헷갈린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①핵심 간부 개인플레이 … ‘불통’ 비판으로 번진 조직개편안
남 지사는 16일 경기도공무원노동조합 간부, 본청 경제투자실, 북부청 평생교육국 소속 직원들과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경제투자실 소속 5개 과를 북부청으로 이관하고 평생교육국을 본청으로 옮기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다. 남 지사는 “경기북부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직개편이라 이해해달라”고 설득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4일 노조가 ‘불통’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남 지사를 공개 비판한 것이 원인이 돼 마련된 자리였다. 남 지사는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핵심 간부들의 개인플레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뒷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본청에 신설하기로 했던 교통국의 경우 행정2부지사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북부청에 편재되는 바람에 평생교육국이 본청으로 이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경투실 ‘All or Nothing’ 논란 역시 경투실장이 9개 과(課) 198명을 전원을 북부청으로 보내달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면서 촉발시켰다. 결과적으로 남 지사는 지난 2일 월례조회에서 직접 조직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경투실장과 세차례 맞짱토론을 벌이는 소통을 하고도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②한 핵심간부, 산하 기관 고위 간부, ‘마이웨이’
경기도 한 핵심간부는 도지사의 ‘통치 예산’이나 다름없는 시책추진보전금 사용권한을 북부청에도 나눠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청이 관할하는 10개 시·군에 대한 예산 지원 여부를 북부청에서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현재는 본청에서 시·군의 재정상황 등을 감안해 비슷한 비율로 지원해주고 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시·군과 협력해 북부지역을 발전시켜보겠다는 이 간부의 의지는 이해가 되지만, 도지사의 통치예산이나 다름없는 예산을 나눠달라는 것은 자신이 북부지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한가족인데, 사사건건 본청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경기도청에서 징계요구 한 본청 K팀장을 청문감사실 팀장으로 영전 발령냈다. 현행법에는 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감사부서에 근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K팀장은 소방재난본부 고위간부의 고등학교 후배로 알려졌다. K팀장은 지난해 5월 고장난 119신고전화시스템을 방치해, 당시 119에 6차례 응급전화를 걸은 응급환자의 전화를 받지 못했고 이 환자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기도는 이달 초 K팀장에 대해 경징계 할 것을 도(道)소방재난본부에 통보했다.
③공약 “안돼” … 단합 “못해”
일부 부서는 온갖 안되는 이유를 들어 남 지사의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공약이 도민은행, 판교 청년전용임대주택 건설, 경기도립대학원 설립 등이다
한 핵심 간부는 지난주 말 남 지사가 제안한 단합모임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남 지사가 직원화합을 위해 모임을 제안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했다”면서 “첫 회동 제안이었는데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남 지사의 경기도청 해당부서는 공약추진 불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에 진행된 남 지사 혁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경기도민은행 설립에 대해 해당 부서는 정부가 부정적이어 설립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도청 한 관계자는 “특성화된 은행은 설립이 가능한데도 시도도 하지 않고 안된다는 의견만 내더라”라고 말했다. 도립대학원 설립에 대해서도 해당 부서는 부정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행법상 수도권 지역에서는 대학설립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법 개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보고다. 판교 청년전용 임대주택 ‘2030 하우스’ 건립 공약에 대해서도 해당부서는 부정적이다. 판교테크노밸리내 유보지는 땅값이 비싸고 기업체의 수요가 많은데 임대아파트 짓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다. 경기도는 17일 공약추진을 위한 추가 대책회의를 갖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④관료 출신은 ‘유임’ … 민간인 출신은 ‘퇴임’ 오락가락
남 지사는 최근 사의를 표했던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임기를 오는 12월까지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사표를 조건부 반려했다. 경기관광공사가 한국도자재단과 통폐합 대상에 올랐고, 예정된 행사를 치르려면 현 사장이 필요하다는 조직 내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슷한 시기 사의를 표했던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사표는 그대로 수리됐다. 경기문화재단 역시 경기도문화의전당과 통폐합 대상이고,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축하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후임이 있는 곳은 사표를 수리했고 마땅한 후임이 없는 곳은 사직서를 반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구기자/prime@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