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서 치러지는 6·4지방선거에 나설 새누리당 시장·군수, 경기도의원, 시·군의원 공천신청자 수백명을 ‘컷오프’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천위) 구성 및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자인 유승우(이천)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자초한데다, 유 의원이 공천위가 구성되자마자 공천위원들과 상견례만 하고 해외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공천접수 마감후 나흘째 개점 휴업 상태다. 유 의원은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히 이천시가 여성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는 과정에 유 위원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데다, 또 다른 공천위원인 이우현 의원이 특정 여성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공천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더구나 도당 공천위는 중앙당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잡는 바람에 경기도의원과 시·군의원 공천신청자는 하루에 172명을 벼락치기로 면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컷오프 결과에 따라 부실 면접 시비도 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새누리당 경기도당에 따르면 당내 인사 9명과 외부인사 9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 도당공천위는 오는 25~27일 3일간 시장·군수 공천신청자 168명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하루에 56명씩 면접을 하는 셈이다.
이어서 28~31일 4일간은 공천위원들이 각 지역을 방문해 경기도의원(213명)과 시·군의원(479명) 공천신청자 690명을 면접한다. 하루 평균 172.5명을 면접 심사해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짠 것이다.
도당 공천위가 지난 10일 구성됐는데도 공천심사 일정이 이처럼 빡빡하게 짜인 것은, 경기도당이 공천서류를 정리할 시간을 요구한데다 공천위원들의 개인일정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다.
당장 공천위원장이 지난 14일 공천위워들과 상견례를 한 후 외국으로 출장을 떠나 오는 23일 오전 귀국하게 바람에 공천 심사 기준조차 논의하지 못했다.
경기도당 한 관계자는 “위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위원회 소집이 불가능하다”면서 “공천 신청자 서류 정리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는 25일 오전에 2차 회의를 갖고 곧바로 오후부터 시장·군수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천 신청서 접수 마감(3월 15일)후 1주일을 허송세월한 탓에, 경기도의원과 시·군의원 공천 심사의 경우 후순위로 밀리면서 날림 심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민간 공천위원은 “시장·군수 168명 면접을 3일만에 완성하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은데, 690명을 4일간 면접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적어도 10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 공천위원은 “중앙당에서 결정한 일정 자체가 지킬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공정하고 정확한 심사를 위해서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당 공심위가 공전하자 공천 신청자들이 벌써부터 부실 심사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시의원 공천 신청서를 한 예비후보는 “면접장에서 발언권이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사전 서류심사에서 사실상 정리를 한 뒤 면접은 요식행위로 하려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