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당공천 폐지하면 ‘기호2번’ 어떻게 되나
폐지하면 '기호2번'빈 자리로…선거법개정, 오픈프라이머리 카드 만지작
이슬기 기자(wisdom@dailian.co.kr)
▲ 지난 2013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인쇄소에서 직원이 인쇄된 4·24 재보선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은 이미 전날 광화문 광장에 모여 정당공천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20일 오전부터 고위정책회의와 공동 기자회견, 오후에는 의원총회까지 공천폐지 릴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공동 기자회견에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실제로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오는 6.4 지방선거의 ‘기호2번’은 어떻게 될까?
공직선거법 제 150조 3항에 따르면, 투표용지에 게재하는 정당 또는 후보자의 기호는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국회에서 의석을 갖고 있지 아니한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의 순으로 하고 △정당의 게재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후보자 등록마감일 현재 국회에서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 국회에서 의석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정당의 순으로 매긴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이어 원내 의석 수 2위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매번 ‘기호2번’으로 출마했다.
여야 정치권 모두 정당공천폐지에 합의할 경우, 숫자로 나타내는 기호는 사라진다. 대신 숫자 외에 다른 종류의 표식이 쓰이며 추첨과 같은 방식으로 선택하게 된다. 물론 투표용지에도 후보의 순서를 나타내지 않는 방식으로 이름만 기재된다.
반면 민주당만 무공천을 선택할 경우, 기호2번은 빈 공간으로 남는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후보라면 모두 탈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무소속 후보와 마찬가지로 정당에 소속된 후보의 번호가 끝나는 직후부터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새누리당 반대에 민주당도 이견 분분, 가능성 적어
물론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아 전체는 고사하고 일단 새누리당부터 ‘상향식 공천제’도입을 끝으로 선을 그었다. 여기에 정당공천폐지에 대한 위헌 소지까지 들고 나오는 판에 새누리당이 무공천으로 선거에 임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민주당만 ‘공약 이행’을 앞세워 무공천으로 나서기에는 지방선거에서 받을 타격이 너무 크다. 이름만 대면 알 만큼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아니고서야, 민주당 후보임을 알리는 유일한 지표는 ‘기호2번’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 지난 2013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인쇄소에서 직원이 인쇄된 4·24 재보선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죽하면 ‘어르신들은 기호1번이면 무조건 찍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만큼 기호는 선거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물론 새누리당은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가평군수(무소속)와 경남 함양군수, 기초의원은 서울 서대문 마, 경기 고양시 마, 경남 양산시 다 선거구에서 무공천으로 도전장을 냈다. 해당 지역에서 ‘기호1번’을 비워두고 무소속으로 나선 것이다.
결과는 함양군과 양산시에서의 승리. 무소속 1석(가평군), 민주당 2석(서대문구, 고양시)과 비교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소득이었지만, 이는 지역 특성상 새누리당 후보 개인의 인지도 및 지지도가 높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기호의 중요성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공천폐지에 대한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가 이미 ‘당론 확정’을 내걸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대거 탈당’의 엄청난 타격을 고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맞서 일부 강경파는 지도부에 삭발·단식투쟁까지 요구하며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로 방향 틀기 시도하지만…갈 길 먼 민주당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민주당은 폐지 대신 절충점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우선 거론된 대안은 대거 탈당을 피하면서 공천 폐지의 모양새를 낼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것.
현 공직선거법(제52조 제1항 7호)상, 정당의 당원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면 등록이 무효처리 된다. 대거 탈당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피하려면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한다.
그러나 법 개정은 기본적으로 여야 합의가 필수다. 새누리당이 정당공천폐지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과 합의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법 개정이라는 게 야당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권자의 편의를 높이면서 여야 모두에게 윈윈인 경우가 아닌 이상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 전략을 세울지는 몰라도 이번 지선에서 (법이)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내 한 3선 의원은 “법 개정도 한 방법이긴 한데 아직 그건 더 논의되거나 추진하고 있진 않다. 탈당까지 가면 안 된다”면서 “그것보다 우리 주장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당내 여론도 좋다”고 확답하면서도 “일단 지금 민주당 입장은 (새누리당에게)공천 폐지하라, 약속 지키라니까 현재 취할 입장은 그것밖에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다. 오픈 프라이머리로 방향이 재설정될 경우 ‘모바일 투표제’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
즉, 나름대로 찾은 대안마저 당권파와 친노계 등 애써 묻어두었던 당내 계파 갈등에 불씨로 번질 게 뻔한 상황이다. 정당공천폐지를 두고 민주당의 갈 길이 더욱 멀어 보이는 이유다.
한편 예비후보 등록(21일)을 하루 앞 둔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주호영 위원장을 포함해 단 4명만이 출석했다.
개회 직후 해당 회의는 모두발언 몇 마디를 끝으로 비공개로 전환됐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데일리안 =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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