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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을 획득한 빙속여제 이상화가 14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경기 일정을 마무리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아직도 허벅지가 콤플렉스"라며 웃었다.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화는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듯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 가며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과 소감 등을 특유의 톡톡 튀는 어법으로 털어놓았다.
"허벅지가 콤플렉스"라고 하거나 "체중은 비밀"이라고 이상화가 말할 때마다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상화는 "지금은 이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서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상화와의 일문일답.
--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하고 대회를 마친 소감은.
▲ 4년간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것 같아서 좋다. 일단 이 기쁨을 많이 누리고 싶다.
나도 기록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다. 1차에 실수 있었는데 2차에 잘했다. 부담이엄청났는데, 그걸 이겨내서 굉장히 뿌듯하다.
-- 우승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을 때, 전광판의 기록을 봤을 때 굉장히 놀랐다. 다른 선수들이 잘 탔기 때문에 2차 레이스는 아무래도 긴장이 됐다. 그런데 전광판에 1위로 올라오고, 내 이름이 위에 오른 것을 보고 '다시 해냈구나'하는 감동이 밀려왔다.
-- 애국가를 들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애국가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더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애국가를 들으면 모두 눈물을 흘릴 것이다.
-- 가장 큰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다.
▲ 1차 월드컵부터 세계신기록 세웠는데, 그것을 토대로 생긴 자신감이 컸다. 세계기록도 세웠는데 다음에 못할 게 뭐냐는 마음으로 임했다. 체중 줄인 것에도 도움 많이 받았다. 세계기록을 세우고 좋은 느낌을 가지고 올림픽까지 온 것 같다.
-- 세계신기록 세우며 자신감이 생겼다지만, 부담감도 생겼을 텐데.
▲ 시즌 초반에 잘했는데 정작 올림픽 가서 못하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 겹쳤다.
그게 부담으로 작용해 힘들었다. 그래도 올림픽이 아닌 월드컵처럼 생각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 밴쿠버 때 메달을 땄기 때문에 못 따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했다. 이미 금메달이 하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 감기에 걸리는 등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 미국서 마지막 세계신기록 세우고 정말 심하게 감기 걸렸다. 체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약 먹고 쉬면 나으니, 회복하고 다시 운동하면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 러시아 팬들의 응원이 방해되진 않았나.
▲ 앞 조가 러시아 선수였다. 함성이 너무 커서 내 소개가 안 들리더라. 그러나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4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니, 그때 '본때'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 스케이터로서 향후 계획은
▲ 아직 향후 계획을 생각해본 적 없다. 일단 올림픽에 집중했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경기가 엊그제 끝났다. 다음 계획을 생각하기보다는 2연패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한국에 들어가면 일단 쉬고 싶다. 바빠질 것 같기도하지만, 지금 몸 상태가 정말 안좋기 때문에 집에서 엄마, 아빠 얼굴 보고 TV 보면서 쉬고 싶다.
-- 결혼설이 있다.
▲ 그건 아닌 것 같다. 1,000m 타기 전에 기사를 접했다. 1,000m도 중요한 경기이고, 집중해야 하는데 추측성 기사가 나와서 나도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 모태범과는 이야기를 했나.
▲ 밴쿠버에서는 기자회견장에 친구들과 함께였는데 이번엔 혼자라 속상하다. 모태범의 경기를 선수단이 함께 관람했다. 너무 아쉽고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 그래도 내 친구들은 이미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4년 뒤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있으니, 거기서 메달 획득한다면 더 큰 환영을 받지 않을까.
-- 무릎 부상 등 몸 상태도 관심사다.
▲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이런 고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무릎이 아파서 걱정되긴 했다. 무리하면 많이 아프고,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올해는 올림픽 시즌이라 할 운동만 하되 무리하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필요한 운동만 했기 때문에 제 무릎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 외국인 코치진의 도움은 어땠나.
▲ 코치님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 컸다. 나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하니까, 그냥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 모태범이 "네덜란드 선수들이 부럽다"고 했다.
▲ 나는 부럽지 않다. 만약 내가 500m에서 금메달 못땄다면 나도 부러웠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태범이를 대신해서 금메달을 땄다. 우리나라에도 금메달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부럽지 않다. 우리 시스템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링크장 환경도 그렇고…그러나 어쩌겠나. 그에 맞게 해야지. 너무 시스템이 잘 구성돼 있는 것은 나도 부러운 부분이긴 하다.
--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 밴쿠버올림픽 이후인 2010-2011시즌이다. 정상에 오르니 2등이나 3등도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고치려 노력했다. 동계아시안게임 때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 또 힘든 시간이 오지 않을까.
▲ 이제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경험이 있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2연패도 성공했는데 뭔들 못하랴'하는 마음이다. 이제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 네덜란드에서 사이클 훈련 많이 했다는데 본인은 어떤 훈련이 가장 도움됐나.
▲ 나는 해 왔던 모든 운동이 도움이 됐다. 모든 운동을 내게 플러스가 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 본인의 재능과 노력이 어느 정도 라고 생각하나.
▲ 50대50이다. 타고난 건 50%다. 거기에 다른 것을 더해 이 자리까지 왔다. 예를 들면 순발력이다. 나는 순발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기술까지 겸비해서 이렇게 좋아졌다. 정말 컸던 것은 체중 감량이다.
-- 감량의 이유는.
▲ 예전에는 몸집 크고 다리는 더 두꺼워야 유리하다고들 했다. 지금은 모든 선수들이 슬림해지는 추세다. 나도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체중을 조절했다. 감량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스케이팅이 수월해진다.
-- 감량의 비결이 있나.
▲ 없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꾸준히 원하는 체중이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 먹으면서 뺀다. 예전에는 안 먹으면서 뺐는데 요요가 오더라.
-- 실제 체중은 얼마인가.
▲ 경기 전에 공개된 체중은 4년 전 써놓은 기록이다. 사실이 아니다. 그것보다더 감량했다. 체중은 비밀이다.
-- 늘 허벅지가 화제가 된다.
▲ 사실 아직도 콤플렉스가 허벅지다. 밴쿠버 때는 꿀벅지, 금벅지에 철벅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밴쿠버 이후에도 허벅지가 따라붙으니 조금 그렇긴 하다.
-- 김연아의 별명은 '여왕'이고 이상화의 별명은 '여제'다.
▲ 나는 좋다. 기록으로 하는 경기이니까, 여왕보다는 여제라는 별명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뭐지?'란 생각이었는데, 자꾸 불러주시니 익숙해졌다.
-- 김연아가 경기를 앞두고 있다.
▲ 늘 하던대로 하면 연아도 좋은 결과 나올 것 같다. 나는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까도 연아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경기 때까지 즐기라고 조언했다. 연아도 걱정하고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나보다 나은 것 같다. 느낌이 좋다.
-- 선수 생활을 하는 데 가족은 어떤 의미였나.
▲ 오빠와 어렸을 때 스케이트를 같이 시작했는데, 오빠보다는 내가 스케이트를더 잘 타서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미안하다. 오빠도 계속 하고 싶어했는데, 당시에는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 올림픽 메달도 획득한 만큼 이 기쁨을 가족과 누리면 오빠도 행복해하지 않을까. 부모님이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 주셨다.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워서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 스피드스케이팅의 매력은 뭔가.
▲ 나도 쇼트트랙으로 시작했다. 어릴 때 타다가 얼굴을 다쳤다. 너무 무서워서못 타겠더라. 앞 선수와 부딪힐 일도 없고, 내 갈 길만 간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그냥 혼자 하는 레이스가 좋았다. 내 운동량과 노력에 따라 기록이 나온다. 기록을 단축하려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서 지금껏 달려온 것 같다.
-- 한국 빙상의 실력이 뛰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우리나라 쇼트트랙은 세계 강국이다. 그것을 토대로 전통이 생겨 지금까지 한 것 같다. 같은 빙상에서 어느 한 종목이 잘해주면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그런 것 같은데…어렵다.
-- 밸런타인데이인데 남자친구와 만날 계획은.
▲ 그런 계획 전혀 없다. 초콜릿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