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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作 '쌍호흉배' |
⑤감상에서 참여로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성준
박물관에서의 전시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시 목적과 의도의 구현은 관람객과의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된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명품 유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미디어아트 작품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관람객을 전시에 참여시키는 모험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참여 전시의 주인공은 3년째 박물관에서 실력을 갈고 닦고 있는 문화동호회 회원 50여 명이다.
경기도박물관 문화동호회는 2011년 9월 민화동호회의 첫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스스로가 주인이 돼 현재 민화·규방공예·생태미술 동호회가 운영 중에 있다. 모든 강좌는 무료로 운영되지만 결코 수준이 떨어지거나 시간때우기식의 프로그램이 아닌데, 현직 작가로 구성된 전문 강사의 적극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림 속에 표현된 생물이 주제이기 때문에 동호회에서 준비할 작품도 ‘동·식물’이라는 범주 안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전시 기획 단계부터 어떤 작품을 모사할지, 주제와의 연관성을 어떻게 풀어갈지 등에 대해 재능기부 강사와 전시 기획자 간의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민화동호회에서 30여 점, 규방공예 동호회에서 70여 점의 작품이 약 3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이중 경기도박물관 소장 조석진(1853~1920)의 ‘영모도’의 동물만을 모사하고 그 앞 아크릴판 위에 나머지 배경을 부착하여 입체감을 살린 작품은 여느 설치미술 못지않다. 신사임당(1504~1551)의 작품으로 전하는 ‘초충도’ 등을 16폭을 모사하여 원본(영인본)과 함께 전시ㅙ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규방공예 동호회에서도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는데, 이름도 예쁜 나비·낙지발·생쪽매듭 장식의 주머니, 형형색색의 박쥐·연잎·국화무늬 보자기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재능기부 강사인 정봉훈(민화) 작가의 ‘십장생병풍’, 이선희(규방공예) 작가의 ‘쌍호흉배’는 참여 전시의 백미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생물전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프로의 세련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기자기한 표현과 서툰 붓질이 관람객들에게 편안함으로 다가온 것일까. 많은 관람객들이 그 공간에 머물며 감상하고, 이야기하고,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어렵기만 했던 박물관 전시가 관람객에서 작가로 변신한 동호회 회원들의 작품을 통해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2014년에도 경기도박물관 문화동호회는 힘찬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으며, 신규 회원은 3월 중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