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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친박’ 對 ‘비박’ 갈등 심상치 않다이슈마다 첨예한 대립…당권 갈등도 동시 진행 중

 

새누리, ‘친박’ 對 ‘비박’ 갈등 심상치 않다이슈마다 첨예한 대립…당권 갈등도 동시 진행 중
박상민 기자  |  ekdzhdtkd@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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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3  18: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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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새누리당 내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전당대회·지방선거 공천폐지·개헌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자칫 분열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에서는 ‘입단속’까지 당부하고 나서는 광경도 포착되고 있다.

   
▲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점차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비롯해 전당대회 개최 시기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뉴시스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양상은 이른바 ‘친박(親朴)’으로 일컫는 주류 의원들과 ‘비박(非朴)’으로 불리는 비주류 의원 간의 기 싸움이다. 또한 두 번째 양상은 올해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과 8월로 일정이 잡혀가고 있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서히 불거지고 있는 차기 당권 경쟁이다.

사안마다 충돌하는 친박과 비박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 일어나는 친박-비박 세력 간의 갈등, 그리고 당권 경쟁을 둘러싼 전면적인 대결 양상 모두 그 중심축에 서청원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친박·비박 갈등의 경우 비박 세력의 대표 주자들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작심한 듯 서청원 의원에게 공격의 포문을 열고 있다”며 “당권 경쟁 양상 또한 서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비박 간 갈등 양상이 가장 불거져 있는 사안은 바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에 대한 당론 결정 여부다. 지난 1월 22일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비주류 측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가 나서서 위헌 가능성은 물론 검증되지 않은 후보 난립 등의 부작용을 근거로 “불가피하게 공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 토론 시간에 이르러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특히 친이계·비주류 간판으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김동완·김용태·신성범 의원 등 네 명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당 공천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역시 비주류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지난 1월 21일 지도부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 입장에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바 있다. 결국 당 지도부는 기초선거 공천유지 당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국회 정개특위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분란의 확산을 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또한 차기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싸고도 주류-비주류 사이의 팽팽한 대립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6·4 지방선거 이후인 8월에 개최하자는 의견을 공론화하고 있지만 비주류 측 의원들을 중심으로 “5월 전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오 “눈치 같은 건 안 본다”
일단 당 지도부는 ▲5월 15일로 예정된 황우여 대표의 임기 만료 ▲6·4지방선거 ▲7·30재·보궐선거 등 빡빡한 당내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전당대회를 8월에 치러야 한다”는 기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예정대로 5월에는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 뒤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해서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치르는 게 타당하다”며 “이를 감안하면 8월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당내 흐름에 대해 비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월 22일 이재오 의원은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차기 전당대회를 8월에 한다는 것으로 굳혀져 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는데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전당대회는 5월 임기 전에 열어 새로운 지도부가 책임 있게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은 “지금 지방선거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비상체제로 선거를 치르고 그 뒤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면 전당대회 준비 기간과 선거 운동 기간이 겹치게 된다”며 “이러다가는 자칫 당이 지방선거에 전념하기 쉽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월 전에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게 좋다”는 취지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친박-비박 의원들은 개헌 논의를 놓고 전면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논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른바 ‘개헌 블랙홀’론을 옹호하고 나서자 적극적 개헌론자인 이재오 의원이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정면 비판하고 나서 불편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새누리 당내에서 사안마다 갈등과 충돌을 빚는 광경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자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입단속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고 나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1월 27일 정우택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머지않아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는 보다 정제된 내용의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며 입단속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이튿날 JTBC ‘뉴스9’에 출연한 자리에서 “정치인이 본인의 정치적 발언을 하는데 눈치 보고 신경 쓸 거라면 정치인을 하면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서 이재오 의원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에서 정우택 의원이 한 것 같은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안 된다”며 “앞으로도 계속 할 말을 하겠다”고 조금도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과 더불어 최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또한 연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24일 김문수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귀중한 취임 초기 1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비판해 청와대와 여당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 새누리당 차기 당권 문제는 친박 vs 비박 간 잠복된 갈등의 핵심 배경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차기 당권 경쟁은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간 빅매치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뉴시스

서청원-김무성 기 싸움도 이미 시작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이러한 폭탄 발언에 대해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은 “여당 도백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김 지사의 발언은 당에 자해 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혹독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문수 지사는 새누리당 내 친박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신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져 가는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월 28일 “내가 제일 고참이고 당을 지킨 나에게 해당이 어떻고 당심이 있는지 어쩌고저쩌고 하는 사람들은 건망증 아닌가”라고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이날 김 지사는 경기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보다 먼저인 1994년 3월8일 민자당에 입당했고 그 뒤 한 번도 탈당을 하거나 해당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조건 청와대만 쳐다보는 당은 소용없는 당”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친박-비박 의원들 사이의 기 싸움이 격화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당내 갈등 축인 ‘당권 경쟁’ 또한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다. 여건 상 8월 전당대회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일찌감치 당권 경쟁을 가시화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가장 적극적인 행보와 세 과시를 펼치고 있는 인물로는 단연 김무성 의원이 꼽힌다. 유력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이미 당권 도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며 폭을 넓히는 데 전념하기 시작했다. 현재 김무성 의원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근현대사 연구교실' 및 ’퓨처라이프 포럼’은 물론 오는 2월에는 ‘통일연구모임'을 새롭게 발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김 의원은 당내 지지기반을 야심차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김무성 의원이 보이는 ‘쾌속질주’를 견제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및 당내 주류인 친박 세력은 차기 당 대표로 서청원 의원을 훨씬 선호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렇게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사이의 긴장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 1월 27일에는 서 의원이 김 의원을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드디어 가장 강력한 차기 당권 후보들로 꼽히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기 싸움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날 서청원 의원은 오찬간담회에서 “당권은 당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전격적으로 발언했다. 물론 서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며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한 이야기”라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서 의원의 이 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당연히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청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혼란’ 양상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박근혜 정부가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여당에서 혼돈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난맥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지방선거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전당대회가 개최되는 8월까지는 이런 혼란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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