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앞두고 시의원 의석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충청권 국회의원이 촉발시킨 지역구 의석수 늘리기 시도가 기초의회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중부일보 취재결과 고양·용인·의정부·김포·남양주·안양·군포·광주·파주 등 9개 시의회가 의석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시의회는 현재의 시의원 의석수가 인구비례의 원칙이 무시됐다면서 의석수 확대 또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석수 확대 또는 조정하려면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론마저 싸늘해 이번에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물것이란 전망이 많다.
▶“표 등가성 원칙 무시한 의석수는 불합리”=의석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시의회들은 현재 시의원 정수가 시·군의 인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표의 등가성과 지역 대표성 등 객관적인 가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단순히 시의원 1인당 주민수만 놓고보면 이들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해인 2009년 12월 말과 올해 10월 말 인구를 비교해보면 이런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고양시의 경우 이 기간 인구가 4만4천723명이 늘어 성남시를 추월했지만 시의원 숫자는 4명이 적다.
박윤희 고양시의회 의장은 “고양시 인구가 98만여명으로 성남시보다 많아졌는데도, 시의원 의석수는 고양 30명, 성남 34명”이라면서 “앞으로 고양시 인구가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의원 정수를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8개 시(市)도 여건은 똑같다. 같은 기간 용인시 인구는 9만9천393명, 파주시는 7만7천782명, 김포시는 8만2천846명이 각각 늘었다.
용인시의회의 경우 용인시 인구는 95만여명으로 부천시(86만명)보다 10만명 가량 많지만 시의원 의석수는 25명으로 부천시의회보다 4명이 부족하고, 인구가 비슷한 성남시(98만여명)보다는 9명이나 적다.
용인시의원 1인당 평균 주민수가 3만8천여명인데 반해, 성남시는 2만9천11명으로 1만명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우현 용인시의회 의장은 “시의원 1명당 인구 3만명 정도로 선이 맞춰져야 한다. 어디는 1만명, 어디는 4만명인데 말이 안된다”면서 “표 등가성의 원칙에 따라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정원 확대 안되면 인구수 비례해 의석수 조정해야”=의석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시의회들이 희망하는 최선책은 도내 31개 시·군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승현 김포시의회 의장은 “경기도에서 늘리는 것보다는 중앙에서 법을 개정해 기초의원 총원 자체를 늘려야 한다”면서 “경기도 내부에서 조정할 경우 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시·군의원의 선거구를 획정하는 역할을 하는 경기도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체 의석수를 늘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윤희 의장은 “성남시의원 의석수를 2명 줄여서 고양시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인구수에 맞춰 각각 32명으로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찬일 파주시의회 의장도 “기초의회 총 의석수는 공직선거법에 정해져 있어 조정이 어렵다”면서 “다른 곳의 인원수를 줄여야 하는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나머지 총원 내에서의 정원 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의석수 늘리기 사실상 불가능 …“수준 부터 높여야”=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시·군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예정이지만, 각 시·군의회별 의석수는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의석수를 늘려달라는 시의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도선거구획정위원들이 이런 한계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 변경에 따른 선거구 조정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도 이들 시의회 편이 아니다.
상당수 주민들은 “기초의회를 아예 폐지하거나, 의석수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의석수를 늘려달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기초의회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대비 의원수라는 것은 국가적 합의를 도출할 때 적용할 내용으로, 현재 지자체에서는 아무 필요가 없다”면서 “지자체에서는 비용이라는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인구비례 대표의 수보다는 기능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확충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현기자/ljh@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