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론조사, 웃다가 울다가...더 치명적인 현실은?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김철수 기자
박근혜 여론조사.
4.11 총선이 치러진 지 어느덧 1주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총선 직후 실시된 차기 대통령선거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안철수 원장을 9.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6일 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3.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총선 직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안철수 원장에 크게 앞설 수 있었던 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한 데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안철수 원장과의 격차는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의 양자대결에서도 16.3%포인트 차이로 격차를 벌렸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근혜-안철수 간 격차 만으로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형성됐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박근혜-안철수 간 당시 여론조사 격차는 총선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에서였다.
앞으로 나타나는 박근혜 위원장의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총선 결과와 맞물려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야권연대에 압승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당 득표를 기준으로 볼 때 오히려 야당이 얻은 표가 새누리당 득표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현 상황 대로 대선을 치른다면 박근혜 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간혹 나오듯, 안철수 원장을 포함한 야권연대 후보에 이긴다는 보장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총선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 42.8%, 자유선진당 3.2%, 한나라당(옛 영남신당 자유평화당) 0.9%, 국민생각 0.7%, 친박연합 0.6% 등 보수 성향의 정당들이 얻은 득표는 48.2%였다. 이에 비해 민주통합당 36.5%, 통합진보당 10.3%, 진보신당 1.1%, 창조한국당 0.4%, 정통민주당 0.2% 등 진보.개혁 성향의 야당이 획득한 표는 48.5%였다. 양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나머지 10개 군소 정당들이 얻은 득표는 3.3%였다. 결국 보수와 진보 진영이 얻은 득표는 48% 대 48%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진보 진영의 결집도보다 보수 진영의 결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것이므로, 만약 박근혜-안철수 간 대선 구도가 현실화된다면, 판세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비대위 체제의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패했다.
이번 총선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에 치러지는 선거로 '정권심판론'이 기본구도였는데, 새누리당은 보수진영의 확고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박 위원장은 '자신과 이명박 대통령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에 대한 심판 대신 미래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고, 전국적 야권연대에 맞서 신승을 일궈냈다.
양적으로 볼 때 특표율과 의석수에서 모두 야권연대의 패배라고 할 수 있지만 질적으로는 과거의 선거와 뚜렷하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야권연대가 완승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지역인 셈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서울의 경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내준 대부분의 지역구를 되찾아 왔다. 새누리당은 강남벨트 외에 은평을, 양천갑·을, 노원갑, 서대문을, 강서을, 강동갑 등 16곳에서 겨우 이겼다. 민주통합당은 18대 7석보다 23석이 많은 30석을 차지했고, 통합진보당은 노원병과 관악을에서 승리하면서 수도권 지역구 돌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연대는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힘을 잃었다. 전국의 선거 결과를 그린 지도에서는 이런 특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새누리당이 신승을 거둔 것은 전체 의석이 67석이나 되는 영남권에서 야당의 도전을 뿌리치고 싹쓸이 하다시피 수성한 데 따른 것이다. 강원을 싹쓸이 하고 충청권에서도 자유선진당을 대체하면서 선전한 요인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부산은 결코 새누리당이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총선 기간동안 부산을 5차례나 방문했는데 그만큼 야당의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야권은 부산 대부분의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보여주면서 당선권 직전까지 육박했다. 그만큼 지역주의가 힘을 잃고 있다는 증거다.
수도권에서 야권연대와 정권심판론이 힘을 발휘했다면 농촌과 도농복합지역, 영남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 이념공세도 영남권과 도농복합지역에서는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선 6,70년대의 '여촌야도(與村野都)가 재현된 것처럼 보였다. 이는 박 위원장 입장에선 대선으로 가는 길의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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