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나무가 있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 앞 화단. 국기 게양대를 중심으로 양쪽은 기념수 10여 그루로 가득하다. 1970~80년대 심은 나무로 당시 노동부 장·차관, 이사장, 벨기에 왕국 주한 벨기에 대사, 벨기에 왕국 개발협력성 장관 등 여러 인물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나무마다 박혀 있다.

이 가운데 경남지사 출입구 쪽에 가까이 있는 잎이 풍성한 한 나무 앞에는 '설립자 박근혜'라는 표지판이 있다. 주차장과 화단 사이에 있는 풀이 높게 커 상대적으로 낮은 돌에 붙은 표지판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화단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표지판에 나와 있는 날짜는 1978년 6월 7일. 같은 날짜에 나란히 심은 것으로 보이는 '벨기에 왕국 왕자 알베르공' 기념수가 바로 옆에 있다. '설립자 박근혜' 나무는 금목서, 이보다 키가 더 큰 '벨기에 알베르공' 나무는 독일가문비나무로 알려졌다. 다른 기념수 종류는 향나무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 기념수./박일호 기자  

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 건물은 과거 한백(한국·벨기에) 창원 직업훈련원이었다. 벨기에의 장비 지원과 고문관 파견으로 설립된 훈련원으로 젊은이들에 대한 기술 교육 등이 이뤄진 곳이다. 이후 2006년에는 창원기능대학과 한백직업전문학교를 통합해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가 만들어졌다.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e영상역사관(www.ehistory.go.kr)'에서 <대한뉴스> 제1189호를 보면 '한국, 벨기에 창원 직업훈련원 개원식' 소식이 나온다. 제작일자는 1978년 6월 16일로 37초 분량 뉴스다.

뉴스는 설립자인 박근혜와 공동 설립자인 벨기에 왕국 알베르 왕제가 참석했다고 전한다. 퍼스트레이디 대행 시절로 이 자리에 온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긍지를 갖고 새역사를 창조, 개척하는 기능인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훈련생들과 악수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박 대통령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 중 벨기에를 찾았고, 알베르 2세 전 국왕의 아들인 필립 국왕을 만나 한백직업훈련원의 기여가 컸다고 평하기도 했다.

현재 기념수 화단의 모습은 오랜 세월 탓에 돌보지 못한 흔적도 엿보이지만, 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가 1년에 한 차례 정도 관리 중이라고 했다. 화단 옆에는 '기술인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旗手)'라는 문구를 담은 기념탑도 있다. 아래에는 '본 탑의 글씨는 과학기술인의 조국 근대화의 참여의식 제고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께서 휘호 해주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기념수와 기념탑은 1970년대 급속히 진행됐던 근대화·산업화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본 탑의 글씨는 과학기술인의 조국 근대화의 참여의식 제고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께서 휘호 해주신 것'이라고 기록된 기념탑./박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