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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변은 없었다. 최대한 조용히 선거를 치르겠다며 시종일관 ‘나 홀로 선거운동’에 주력, ‘큰 인물 지역발전론’으로 표심을 공략한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기존 한나라당)가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62.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 7선(選) 고지에 올랐다.
민주당 오일용 후보(29.2%)와의 표차는 무려 33.5%포인트다. 통진당 득표율(8.1%)을 합친 여야간 득표율 차(25.4%)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차이(12%)의 2배 이상이다.
‘7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선거 기간 동안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지역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자세를 낮춰 주민과 접촉했다. 결국 화성 시민은 서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고 화성갑 지역구 국회의원 서청원을 탄생시켰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고 집권당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싶다”고 강조해 온 서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예상 보다 더 큰 표 차로 압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무엇보다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았으며, 중앙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치권 지각변동 초읽기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서 전 대표의 원내 복귀는 여야 관계는 물론 여권 내부의 역학 구도에도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최 다선에 속하는 7선 의원이면서 친박계 가운데도 가장 ‘어른’으로 평가돼 당내 리더십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당청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으로 조성된 여야 간 대치 정국도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권이 다시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개입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어 온 새누리당이지만 화성갑과 포항에서의 압도적 승리에 탄력을 받아 새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정권의 주요 과제들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압승과 서 전 대표의 당선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큰 뒷심을 보태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 선을 긋고 민생정책을 필두로 국정에만 집중한다는 이른바 ‘마이웨이’ 스타일의 정국 운영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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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 전 대표가 앞으로 당직을 맡을지, 어느 정도의 정치적 보폭으로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그가 친박계에 강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는 듯 하다.
서 전 대표가 중앙정치 무대에 설 경우 평행선을 달리던 야당과의 관계도 변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 전 대표는 오랜 경륜을 바탕으로 대야(對野) 관계에서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서 전 대표는 당선소감을 통해 “소중한 기회를 준 화성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또 새로운 기회를 배려해준 새누리당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정파를 초월한 대한민국의 중심과제”라면서 “그 버팀목이 되고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선의 열정, 7선의 경륜.
서 전 대표는 “화성의 초선의원이 됐다”고 말한다. 초선의 열정과 7선의 경륜으로 화성시 발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각오이자 약속인 것이다.
비교적 중립 지대인 화성지역에서 큰 표 차로 서 전 대표가 압승한 것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민심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신분당선 전철 봉담∼향남선 연장, 유니버설 스튜디오(USKR)·송산그린시티 조속 추진 등 지역 내 산적한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집권당의 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표심으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 전 대표는 당선 직 후 승리 요인을 묻는 질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 것이 이길 수 있는 요인이 됐다”면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봉담·향남지역의 신분당선 전철 봉담·향남 연장 공약이 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 전 대표는 거물급 정치인답게 막대한 예산 배정과 첨단 산업단지 유치 등 굵직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지난달 2일 출마선언에서는 “화성시를 전원과 산업, 주거가 조화된 수도권 제1중심도시로 정비 하겠다”며 지역구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숙원사업인 유니버셜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 송산그린시티개발, 화성 공룡서식지 개발 등을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분천~송산간 국도 대체 우회도로와 홍성~송산간 서해선 복선 전철, 제부 마리나 항 건설 등 신규 및 계속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마련도 공언했다.
서 전 대표는 “그동안 화성 구석구석을 발로 뛰면서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제 그 소명을 실천 하겠다”며 “언제나 화성시민 만을 바라보고 화성시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도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만하지 않고 정치를 혁신하면서 민생 살리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며 “공약으로 국민들께 약속한 것들을 하나하나 충실히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서 전 대표. 그에게 거는 화성 시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서청원, 과연 그는 누구인가.
1943년 4월3일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속세골에서 태어난 서 전 대표는 중앙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조선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첫 당선됐으나, 12대 총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12대 총선에서 야권 정치인 중심으로 창당된 ‘신민당 돌풍’을 목격한 서 전 대표는 1985년 ‘김영삼계’와 ‘김대중계’의 야당 인사들이 연합해 구성한 재야정치단체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들어갔다. 1989년에는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상도동계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후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선봉에 섰고,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정무 제1장관과 신한국당 원내총무를 맡으며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지금의 원내대표에 해당하는 원내총무 시절 그는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는 협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서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구 달성 재보선 공천에 직접 관여하면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박근혜 캠프’에 전격 합류하면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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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계에 밀려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낙천되기도 했다. 이에 서 전 대표는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친박연대’를 결성, 대표직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의석수 14석을 확보, 이른바 ‘친박 돌풍’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공천 헌금 비리 사건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옥고를 치르게 된다. 서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사면·복권됐으며, 새누리당은 그 해 4월 서 전 대표의 복당을 승인, 상임고문에 위촉했다.
서 전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공천 헌금 비리 사건과 관련, “내가 돈을 받은 게 아니다. 당에 들어간 돈에 대한 당 대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거듭 호소한 바 있다.
화성 시민들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그를 선택했다. 서 전 대표는 선거 승리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았으며, 정치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처럼 서 의원은 지난 1981년 국회의원 금배지를 처음으로 단 이후 30여년 정치사를 목도한 노정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정치적 부침을 겪어 ‘풍운아’라는 별칭도 붙었다.
서 전 대표를 아는 원내외 인사들은 그를 인간 냄새가 풍기는 정치인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고 있다. ‘서청원이 나서는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는 말도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서 전 대표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선거 이력에 또 하나의 승리를 추가했다.
부인 이선화(69)씨와 1남 1녀.
<약력> 1943년(70세) 충남 천안 ▲중대부고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중앙대 총학생회장 ▲조선일보 기자 ▲국회의원(11·13~16·18대) ▲통일민주당 대변인 ▲정무장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신한국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대표 ▲친박연대 대표 ▲새누리당 상임고문
글| 조정훈 기자 hoon77@ <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