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말했다. Genius is one percent inspiration, ninety-nine percent perspiration.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만들어진다’로 번역된다. 본인의 노력이 타고난 환경보다 중요함을 뜻한다. 물론 세상엔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 많다. 분야마다 타고난 천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에디슨의 이 말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노력과 성실성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선거는 1%의 노력과 99%의 바람으로 결정 난다’. 에디슨식(式) 명언을 우리네 선거에 대입하면 다다르게 되는 결론이다. 후보자 본인의 노력보다는 정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물론 당(黨)이 죽을 쑤어도 당선되는 후보는 있다. 유권자가 적거나 지역색이 강한 곳에서 자주 그런다. 그런데도 선거판에서는 이런 ‘바람 공식’이 정답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선거역사에 새겨져 있는 ‘바람’의 괴력 때문이다.
판세 결정할 판결 2건
지방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매번 바람이 불었고 그때마다 판세는 일방적이었다. ‘정권 견제’ 바람 두 번에 한나라당 싹쓸이 8년이 만들어졌고, ‘무상복지’ 바람 한 번에 민주당 싹쓸이 4년이 만들어졌다. 8개월 뒤 지방 선거도 그럴 것이다. 이번에도 바람은 불 거고, 30만 이상 대도시의 성적표는 빨강이나 파랑 중 한 가지로 도배될 거다. 모두의 관심도 그 바람이 언제 어디서 불거냐에 가 있다.
그 바람 중 하나가 법원(法院)발 태풍이다. 댓글 재판과 내란 음모 재판이 법원에 가 있다. 댓글 재판은 민주당이, 내란 재판은 새누리당이 칼자루를 쥐었다. 새누리당은 ‘재판 결과를 보고 사과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댓글 비난을 미뤄뒀고, 민주당은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당론을 유보하겠다’며 내란 비난을 미뤄뒀다. 양쪽 모두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한 수조(水槽)의 수챗구멍을 ‘법원 선고’로 막아 둔 셈이다.
그 수챗구멍이 터지는 날-두 사건의 1심 재판 선고일-이 하필 선거 즈음이다. 그 결과로 각 당이 맞게 될 최상ㆍ최악의 조합은 이렇다. ‘국정원(댓글 재판) 무죄+이석기(내란 재판) 유죄’-새누리당이 휩쓸 조합이다. 민주당 후보라면 출마 자체부터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국정원(댓글 재판) 유죄+이석기(내란 재판) 무죄’-민주당이 싹쓸이할 조합이다. 새누리당 후보라면 패배부터 각오해 놓고 뛰어야 할 상황이다.
‘꾼’-정당, 언론, 시민단체 등-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내년 선거가 법원 판결에서 결판난다고 진즉에 결론 낸 듯하다. 그래서 시작된 게 법원 달달 볶기다.
느닷없이 국민참여재판이 불거졌다. 보수 진보 양쪽 모두에서 ‘국민참여재판, 문제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도입된 지 5년이나 지난 제도다. 거론되는 모든 문제점들이 애초에 제기됐던 것들의 재탕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식상한 소리를 약속이나 한 듯 쏟아내고 있다. 결국엔 법원 목 조르기다. 법원발 태풍의 방향을 내 쪽으로 돌려놓겠다는 속내다. 혹시 지더라도 ‘법원 판결이 틀렸다’는 보험을 들어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놓고 법원 청사로 몰려가는 세력도 있다. 이석기 재판을 앞둔 수원지법 앞 오거리. 통진당의 ‘보라색 물결’이 오거리를 가득 메우며 으르렁댔다. 길거리에 드러누운 보수 인파가 이석기 호송차를 가로막아 섰다. 어찌 알았는지 호송차 통과시간까지 정확히 맞춘다. 정식 재판은 시작도 안 됐는데 이 정도다. 역시 같은 속내다. 재판부에 세(勢)를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여차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이다. ‘선거는 1%의 노력과 99%의 바람으로 결정 난다’.
꾼들, 법원 흔들기 시작
참 나쁜 말이다. 유권자를 구경꾼으로 쫓아내는 말이고, 지역 공약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말이 틀리다 할 수 없으니 그게 안타깝다. 법원 앞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선거운동을 멈추라 할 수 없으니 그게 안타깝다. ‘이번에도 선거는 바람이 결정할 것이고, 그 바람은 2건의 재판 결과에서 시작될 것이고, 후보자가 할 일은 그 바람에 운명을 맡기는 것뿐이다’. 참으로 나쁜 말인데 달리 남길 예언이 없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8개월 뒤 지방선거, 법원만 쳐다보다]
김종구 논설실장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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