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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15>의원 댁 문턱 넘으면 공천 문턱 넘는다?

[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15>의원 댁 문턱 넘으면 공천 문턱 넘는다?
출마자들 주민 아닌 정당에 목 매…줄세우기·밀실공천
 
 
 
 
지방 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초 선거 정당 공천 폐지'가 지역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모든 권한을 중앙정치권이 갖고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실을 개선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강한 목소리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천 의지'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결정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고 새누리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역 정치권은 "중앙정치권에서는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가 결국 기득권 포기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조차 정당 공천 폐지가 실현되지 않으면 한국의 지방자치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지방자치 무력화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2005년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가 허용된 이후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새누리당 소속이고, 기초단체장은 대구 8명 전원이, 경북은 23명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대구시의원은 29명 전원이, 경북도의원은 58명 중 54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독식 구조가 다소 완화됐지만 정치적 성향은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당공천제가 지속되는 한 출마자들은 주민이 아닌 정당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특히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면서 줄세우기, 밀실공천, 공천헌금 등 온갖 폐해들이 나타나고 있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지난해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내걸었다. 정당공천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재 여야 모두 드러내놓고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약(空約)으로 그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의원 및 기초단체장에 한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지만 부결을 우려해 상정을 못 하고 있다. 부결되면 공약 폐기라는 후폭풍을 우려한 탓이다.

전직 군수를 지낸 한 인사는 “정당공천제가 부조리의 근간”이라며 “지역 주민보다 공천을 준 사람을 더 의식하게 되고, 고유업무보다 공천을 준 정치인을 더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이 공천을 주기 때문에 그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이 몰려들게 되고, 그것이 독선과 독단을 낳는다”고 진단했다.

결국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정치권이 지방자치에 깊이 개입하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들은 지역민보다는 공천에 목을 매고 있다.

이창용 기초정당 공천폐지국민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지방정치가 중앙에 예속된 탓에 지방에서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앙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중앙의 논리가 지방에 전파되면서 지방자치가 실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공천제 폐지, 이번만은 꼭

2010년 4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경북도당에서 열린 공천심사위원회 회의장은 소동이 벌어졌다.

기초의원 후보자 A씨와 지지자 20여 명이 회의장에 몰려와 사무집기를 부수며 강한 항의를 했다.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공천 내정자로 확정됐다가 번복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동은 지방선거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다.

지역 민심과 다른 후보가 중앙당이나 국회의원의 독단적 결정으로 공천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에 한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 도입이 20년이 넘었고 여야가 모두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은 지방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 창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일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가장 낮은 지방자치 단위인 ‘게마인데’에서 유권자 단체들이 지역정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를 본받자는 것이다. ‘자유유권자연대’ ‘일반유권자공동체’ 등의 유권자 단체들은 실제 게마인데 의회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자유유권자연대’는 각 지역정당의 연합으로 전국 조직을 갖고 있고 2008년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 제3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세헌 경북대 교수는 “결국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능력과 비전을 지닌 지역 일꾼을 뽑을 수밖에 없다”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선거공영제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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