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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vs 무용지물' 논란 자전거路, 발상의 전환 필요

 

'확대 vs 무용지물' 논란 자전거路, 발상의 전환 필요

자전거 500만 대, 자전거 이용 인구 1000만 명 시대에 들어섬에 따라 자전거도로가 급속히 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또 중앙차로와 전용 공원 설치, 전용 제설기 도입 등에 힘입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로 인한 교통 체증, 사고 발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자전거도로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치열해지고 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을 맞아 자전거도로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2000년부터 조성한 자전거도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도심 자전거도로 상당수가 사고 발생 위험 등을 이유로 마니아들로부터 외면 받는가 하면 차량 운전자들로부터는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딛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 갈수록 거세지는 자전거도로 회의론 =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옆 왕복 12차로. 이곳 갓길에 설치된 폭 1.5m의 자전거길은 버스, 화물트럭, 택시 등에 점령당했다. 인근 KBS 본사 앞 여의서로(윤중로)에 설치된 자전거도로 수백m 구간도 자동차 전용도로로 변모하다시피 했다.

자전거 마니아들은 이와 관련, 단속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에 촉구하고 있다. 또 자전거 출퇴근과 쇼핑 등의 편의를 위한 도심 자전거도로 확장과 편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승용차 이용자, 택시와 버스 운전자, 건물주, 요식업계 종사자 등은 교통체증과 사고 발생을 이유로 도심 자전거도로 확장에 반발하고 있다.

자전거 동호인 모임인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출퇴근자는 2006년 9월 5만 명에서 2013년 3월 49만 명으로 9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자전거도로를 둘러싼 대립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 자전거도로의 콩쥐팥쥐 = 자전거도로는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이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안행부와 국토부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조성한 자전거도로는 각각 705㎞와 1806㎞다.

안행부는 2019년까지 1545㎞를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이밖에 LH 등과 각 지자체가 조성한 자전거도로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안행부, 국토부, LH 등은 주로 도심을 벗어난 강변, 시외곽, 신도시 등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고 있다. 이들 자전거도로는 차량 운전자 등으로부터 별다른 반대 없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서울∼춘천 구간 70.4㎞의 북한강 자전거도로 등이다.

LH는 2015년 말까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안에 전장 191㎞의 자전거길을 조성, 주민들의 자전거 수송 분담률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지자체는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따라 도심에 건설한 자전거도로가 오히려 교통난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판단 아래 2011년부터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인천시는 연수구 선학동 자전거도로 250m 등 자전거도로 3.2㎞를 철거했으며 대전시와 서울시도 각각 대덕대로와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자전거도로를 철거했다. 이밖에 지자체가 도심에 설치한 자전거도로 중 상당수도 사고 발생 위험, 이용객 부족 등의 이유로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 시민들의 의식 전환과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필요 = 박길상 인천일보 대표는 “국내에서 레저용 자전거는 자리를 잡았지만 생활용 자전거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태”라며 “자전거로 15년간 출퇴근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전거 마니아들도 “정부나 지자체가 도로에 선만 긋는 식으로 자전거도로를 급조하지 말고 주거지에서 특정 전철역이나 학교에 이르는 구간 등에 대한 안전, 편의성, 교통체증 유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자전거도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지자체도 최근 안전대책 수립에 발 벗고 나섰다. 안행부는 지난겨울 파손된 자전거도로에 대한 원인 분석이 나오는 대로 개선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자전거 안전캠페인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갈 방침이다.

정태옥 안행부 지역발전정책관은 “도심은 교통이 복잡한데다 행인과 차량이 많기 때문에 장거리를 이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출퇴근 등 생활형 자전거는 5㎞ 미만 거리에서 이용하길 권장하고 레저형으로 시원하게 달리고 싶은 경우에는 시외곽이나 강변 등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이용의 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김윤림·박영수 기자 y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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