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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서울 불바다’가 어려운 이유 / 김종대

 

[세상 읽기] ‘서울 불바다’가 어려운 이유 / 김종대

등록 : 2013.03.14 19:13 수정 : 2013.03.14 19:13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북한의 도발 위협보다 대형마트 휴무가 더 불편한 일”이라고 말하는 서울의 중년들에게 북한은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북한이 말로 뱉어낸 위협대로라면 서울은 벌써 수십번은 불바다가 되고도 남았을 일이지만 이제 그런 ‘한반도 묵시록’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 서울을 핵무기나 장사정포로 타격하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이미 수도권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모두 140만9577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78만1616명(55.4%)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베트남 16만2254명(11.5%), 미국 6만8648명(4.9%), 남아시아 6만2862명(4.5%), 필리핀 5만9735명(4.2%) 순이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 ‘핵바다’로 만들기 위해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댄다면 그들의 동맹국인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 외국인이 몰려와 있다. 경기 안산시(6만583명), 서울 영등포구(5만7180명), 구로구(4만3239명), 경기 수원시(4만537명)로 모두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70㎞) 안이다. 북한은 세계와 전쟁을 해야 한다.

둘째, 전쟁 때 이 외국인들은 탈출하기 어렵다. 특히 영미계의 외국인이 전쟁 때 본국으로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각국 대사관이 마련한 비상계획대로 성남 서울공항에 집결해야 한다. 여기서 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하여 사실상 유사시 서울공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다음 집결지는 오산 미 공군기지인데, 우리 군은 교통을 전면 통제하게 되면 걸어서라도 가야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결국 퇴로가 차단된 외국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서울 불바다의 인질이 되는데, 이것이 김정은을 난처하게 한다.

셋째, 서울이라는 이상한 도시는 북이 쏠 테면 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 현재 수도권에 화생방에 대비한 1등급 대피시설은 23곳(6000평)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핵전쟁에서 전체 거주자의 0.08%밖에 수용할 수 없다. 방사성 진료기관 역시 1차 진료기관이 12곳, 2차 진료기관이 14곳밖에 없기 때문에 유사시 사상자 처리 대책이 거의 없다.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에는 총 2만6000여곳의 대피시설에서 견딘다고 하지만 에너지·식수·통신 공급이 전면 차단되기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시민을 피난시키는 정부 계획을 세우기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무방비로 목숨을 내놓겠다는데 이것은 김정은을 더욱더 난처하게 한다.

역사상 적의 대포가 불과 40㎞ 밖에서 위협하는 전쟁터에 1500만명이 거주하는 경우는 없었다. 비좁은 전쟁터에 이렇게 높은 인구밀도는 역사상 어떤 전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의 도시가 아니라 전세계가 공유하는 도시다. 전쟁 위협 앞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서울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억지와 방어라는 안보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이상한 도시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직관적으로는 “전쟁은 없다”는 사실을 서울시민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그걸 아는 북한은 자신의 불바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크게 허탈해할 일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