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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트라우마

새누리당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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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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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자 새누리당이 `단일화 트라우마(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에 시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단일화 트라우마는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진보진영에 정권을 뺏겼던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한나라당 시절인 1997년 대선의 김대중-김종필(DJP)연합과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인해 `이회창 대세론`이 연거푸 무너졌던 기억이 새누리당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비록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으로 정권을 되찾기는 했지만 보수진영은 이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부를 만큼 타격을 입었다.

그랬던 새누리당에게 문·안 후보 단일화 합의는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 해도 티가 날 수 밖에 없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3자 대결을 했을 때는 필승이지만 양자대결 구도가 됐을 때는 어느 쪽도 이기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 당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치적 쇄신이 없이는 단일화 논의가 부적절하다”고 밝힐 때만 해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는 일만은 없기를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판에서도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머피의 법칙`은 자신이 하는 일은 언제나 꼬이고, 항상 재수없는 일만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심리적 상황을 말한다. 이 법칙은 실제 확률은 50%지만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서 잘못될 확률이 높게 인식되는 경우라는 게 정설이다.

어쨌든 문·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 새누리당은 일대 혼돈상태에 빠져든 것처럼 보인다. 이정현 공보단장이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국무총리 구상을 가리키며 “`문통안총`조건부 단일화”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와 선대위 지도부가 원색적인 용어를 써서 삿대질이다. “권력나눠먹기” “구태정치” “일종의 포장술” 등으로 논평하다 급기야 선대위 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넘어갈 것이라고 국민을 `홍어X`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문·안 후보의 단일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전략상 손해일 뿐 아니라 국민들 보기에도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다. 진보진영에 속하는 두 사람이 단일화할 것이란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미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던 일인데, 유독 새누리당이 욕지거리까지 동원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스스로 약세를 드러내는 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 선거판세를 전쟁에 비유해 분석해보자.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는 공격의 3대 요결을 선제(先制), 주동(主動), 의표(意表)라는 세 단어로 요약하고 있다. 치사하고 비겁해 보이지만 상대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먼저 주먹을 날리는 게 `선제`다. 첫 타격을 안겨준 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 싸움을 주도하는 게 `주동`, 그리고 상대가 다른 곳을 볼 때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는 게 `의표`다.

지금의 국면에 대입해보면 새누리당이 야권의 문·안 후보로부터 선제공격과 주동을 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전세를 바로 잡으려면 야권의 단일화에 집중할 게 아니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후보 단일화에 골몰하고 있는 야권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는 민심을 아우르는 방책, 그것이 타개책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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