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인근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 롯데가 대규모 복합쇼핑타운을 건설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경인일보 11월 7일자 1면 보도), 경기도와 수원시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한 사전 협의도 없이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상생을 유도해야 할 지자체가 사실상 대규모 점포 규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역전시장, 역전지하도 상가, 매산시장 등 전통상업보존구역내 롯데수원역복합쇼핑타운(주) 건축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승인을 통과시켰다. 건축법(제11조 2항)에 연면적 10만㎡ 이상인 건축물을 지을 때 해당 시·군에 건축허가를 받기 전 도지사에게 사전 승인을 받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해 5월 '수원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원시가 해당 지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했지만, 도는 건축법에 해당하는 심의기준만 심사한 뒤 롯데 쇼핑타운 건축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도 관계자는 "어차피 사전 승인은 건축과 관련된 부분에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물만 심사하면 된다"며 "주변 전통상업보존구역은 이에 해당하는 심사기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수원시도 같은 입장이다. 롯데복합쇼핑타운 관련 건축 심의위원회에 전통시장 관련 부서인 경제정책과가 참석해 "해당 지역은 전통상업보존구역"이라고 언급했을 뿐, 심의위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건축 심의를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롯데가 경기도와 수원시로부터 별 다른 제재조치 없이 건축허가를 받은 것은 전통시장내 점포 제한 등에 관한 조례 탓이 크다.

조례는 전통상업보전구역 내 대규모 점포 개설에 필요한 영업등록 시 '건축허가 또는 점포개설공사 60일 전'에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과 상생협의서 등의 내용이 담긴 사업개설계획서를 제출, 영업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대규모 점포 사업자들은 완공을 뜻하는 점포개설공사 전에 영업등록을 신청, 사실상 대규모 점포 영업 등록에 별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건물을 지어놓고 영업등록 신청을 해야 허가가 쉽다"며 "전통상업보존구역 내에 짓는 롯데의 상황이라면 건축도 하기 전부터 굳이 영업등록을 해서 전통시장 상인들과 부딪힐 이유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건축 허가 후에 상인들과 롯데가 만나 상생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