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러가지의 칸 ===/◇기타 여러가지 잡동사니

[천자춘추] 이름에 걸맞기

[천자춘추] 이름에 걸맞기
최유천  |  webmaster@kyeonggi.com
   
 

사물엔 이름이 있다. 지방에 따라 방언이 있다 보면 두세가지 이름이 있을 수 있고 복수의 표준말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하나의 이름이 있는데, 이를 일물일어설로 일컫는다.

사람의 경우도 이름이 있는데 성과 이름으로 구분되어 성은 내림이고 이름은 개인마다 짓는다. 성이 내림이다 보니 바뀌지 아니 한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 바뀔 수도 있는데 고려왕조가 망했을 때 왕족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왕(王)씨에 획하나 보태 옥(玉)씨, 획 두 개를 보태 전(全)씨로 바꾼 경우가 있고,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민족 말살정책에 따라 대체로 외자 성씨를 일본식 두글자 성씨로 바꾼 경우도 있다.

이름은 개인마다 짓되 스스로가 아니고 부모나 조부모가 소망을 담아 짓기 마련이다, 착하게(善), 이쁘게(美), 빼어나게(秀), 베풀며(德), 부유하게(裕), 길하게(吉), 조신하게(淑), 현명하게(哲) 등 인간의 갖가지 소망 중 한 두가지를 대표적으로 골라 짓는다.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부를 수 있도록 음양오행의 조화를 갖추고 부르는 사람이 제대로 부를 수 있도록 발음까지 염두에 두되, 대개 두자 간혹 한자로 짓다보면 오랜기간 생각하며 짓는다.
 

   
 


이렇게 지어진 이름은 그 개인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고 대체로 부모의 선택이지만 본인의 삶의 궤적은 그 이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좋은 이름이 좋다는 뜻인데, 그 이유는 부모의 소망이 이름에 담겨 있듯이, 자녀를 키울 때 훈육과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부모 소망이 학습된다.

그렇다보니 집안의 문화나 부모의 소망이 자녀 개인에게 후천적·묵시적으로 내재화되고 본인 또한 그리 노력하다 보니 이름에 상응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고 개인의 노력이 집중되어 그 길을 따르게 되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지향하게 된다.

반면 상호나 기관의 명칭은 본인의 뜻 보다는 고객의 눈을 고려하여 짓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건강보험’ 분야에서의 급여비용을 ‘심사평가’라는 준정부기관(院)이다.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의료급여나 보훈진료비나 응급의료비까지 업무범위에 포함되고 있는데, 이름으로 정해진 분야를 훨씬 뛰어 넘지만 그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름이 아직 와 닿지 않다 보니 본디 이름보다 훨씬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준정부기관 중 공사는 공적인 회사로서 영리를 업으로 하는 곳이고, 공단은 공적인 단체로서 비영리로 업을 하는 곳이다.

이렇듯 사람이나 단체나 모두가 각기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소망과 사용됨을 담고 있으니 만큼 자기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고 제구실을 해야 한다. 곧 모두가 제대로 이름값을 해야 한다.

최유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