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원의 거리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기류가 흐른다.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훈훈한 분위기와 사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그것이다. 수원시는 2년전 민선5기 염태영 시장이 취임하면서 마을만들기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마을르네상스라는 또 다른 이름답게, 사라져가는 공동체문화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이 사업은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 시장의 오랜 고심과 수원지역의 젊은 선구자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참여 등을 토양으로 수원의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일 발생한 오원춘 사건, 그리고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강남진 사건은 수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지동 지역은 그 이전 마을만들기사업이 활발히 진행된 일종의 모범사례지역이라 할만한 곳이다. 화성 성벽을 따라 오밀조밀 들어선 낡은 주택가에는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 그려지고,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을 가꾸는데 재미를 느껴가기 시작했다. 벽화골목과는 멀리 떨어진 동네 한켠에서 갑자기 발생한 오원춘 사건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족이나 중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월세를 받아 생활하던 노인가구들은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또 언론이 만들어낸 동네의 암울한 이미지는 동네장사를 망치고 말았다. 지동의 마을만들기에 정열을 쏟아붓던 수원시 한 공무원은 "경찰의 시스템 문제로 사건이 일어난 건데 언론이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한 마을을 죽여버렸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최근 강남진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유흥가가 들어선 파장동 인근 골목은 저녁이후 인파의 북적임이 사라졌다. 이곳에 자리한 술집에서 최초 사건이 벌어진 탓이다. 인접한 정자동 주택가도 인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범인이 무작위로 골라 일반주택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만큼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꼭꼭 잠긴 창문.대문들은 그 심정을 반영하고 있다.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강남진이 거주하던 이곳은 천천동 아파트단지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 | 강남진 사건의 여파는 파장동과 정자동을 거쳐 천천동 아파트 단지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이는 사건 당시 강남진의 동선과 일치한다. 사건 당일 강남진은 주거하고 있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 속칭 갱생원(천천동 소재)에서 나와 정자동을 거쳐 파장동으로 향했었다. 갱생원이 자리한 천천동 주민들은 현재 비슷한 범죄가 발생할까 두려워 관계기관에 갱생원 이전을 위한 민원을 넣고 있다. 갱생원이 세워질 90년대 당시 허허벌판이던 천천동 일대는 현재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게다가 갱생원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에는 동남유치원, 천천초등학교, 천일초등학교, 천천중학교, 천천고등학교, 경기체육중학교, 경기체육고등학교, 영생고등학교, 동남보건대학 등 교육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반경 주변으로도 대평초등학교, 대평중학교, 대평고등학교, 동신초등학교, 효천초등학교 등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강남진 사건이 현재진행형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수원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의 행정기관과 치안기관이 한마음으로 수원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거두워주길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