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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멘붕사회

[창룡문]멘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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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2    전자신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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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신조어(新造語)가 생겨난다. SNS로 파생된 새로운 문화와 세상의 빠르기가 신조어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신조어는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풀이를 하는 낭패를 겪게 된다. 또 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한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신문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면 새로운 단어에 고립된 기분을 느껴야 한다.

정치적 이슈가 되는 신조어를 빼고도 고고씽, 교과서 튜닝, 귀차니즘, 로열로더, 사생팬, 셔틀, 싱하, 짤방 등은 인터넷을 뒤져 열심히 공부해야 할 단어들이다. 반면 얼짱, 꿀벅지, 스펙 쌓기, 레알 등의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로 사용돼 언젠가는 국어사전에도 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신조어 가운데 ‘멘붕’이라는 단어도 있다. 정신을 뜻하는 멘탈(mental)의 붕괴를 축약한 이 단어만큼 현재 우리사회를 진단하는 단어는 없을 듯싶다. 정상적인 이성이나 감성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공황상태 혹은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수원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을 다치게 했다. 이 남성은 새벽에 주점에 들어가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를 휘둘렸다. 그리고 도망도중 문이 열린 주택에 침입해 60대 중반의 할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하고 가족도 상해했다. 서울에서는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선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성폭력 전과자가 체포됐다. 그는 성폭행 전과자여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짐승같은 욕정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서산에서는 20대 여대생이 미래를 포기하고 자동차에 안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대생은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던 피자가게의 30대 사장으로부터 성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포항에서는 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던 모범생도 목숨을 끊었다. 친구에게는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라. 미안하다”는 짧은 유서를 남겼다. 여수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여중생들을 “산채로 파묻겠다”며 협박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챙기다가 구속됐다.

이러한 내용은 불과 2~3일간 벌어진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일탈을 넘어 패역과 음습함, 그리고 무가치한 사회풍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멘탈붕괴가 아니라 가치가 붕괴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본다. 상처가 있음을 깨닫는다면 의사가 있을 것이고, 치료법도 나올 것이다. 멘붕사회를 살면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대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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