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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묻지마 강력사건’ 방지 위해 필요한 것은

[박병두의시선]‘묻지마 강력사건’ 방지 위해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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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7    전자신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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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나리오 작가

경찰에게 왜 이리 힘이 없는 것인가? 경찰이 치안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왜 그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경찰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경찰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무서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이 바로서야 한다. 아무튼 경찰에게 힘이 없어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권을 생각하자니 치안이 흔들리고, 사회 질서를 생각하자니 인권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경찰이 바로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 미아동 사건, 의정부 전철역 사건, 서울 여의도 무차별 칼부림사건, 수원 한밤중 술에 취한 30대 남자가 흉기를 마구 휘두르는 ‘묻지마 강력사건’이 또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 강모(39) 씨는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공포의 칼부림은 15분 만에 종료됐다. 이 사건으로 고모(65) 씨가 사망하고 윤모(39·여) 씨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1일 새벽 0시 55분쯤 수원 장안구 파장동 H주점 안으로 들어간 강 씨는 아침부터 마신 술 탓에 이미 만취상태였다. H주점 안에 여주인 윤 씨만 있는 것을 확인한 강 씨는 “옷 벗어”라며 흉기로 윤 씨를 위협하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윤 씨는 저항했고, 때마침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강 씨는 당황했다. 이후 공포의 칼부림이 시작됐다. 강 씨는 윤 씨의 목 부위를 한 차례 찌른 후 가게 문 앞에서 마주친 손님 임모(42) 씨의 복부도 찔렀다. 500여m를 달아난 강 씨는 오전 1시5분쯤 정자동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대문이 열려 있는 한 주택으로 침입했다. 거실에 있던 고 씨가 소리를 지르자 흉기로 가슴과 복부를 10여 차례 찌르고, 이에 놀라 거실로 나온 고 씨의 부인(60)과 아들(34)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다시 달아난 강 씨는 오전 1시10분쯤 고 씨의 집으로부터 150여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강 씨는 경찰 신고 접수 후 12분이라는 신속한 시간 안에 경찰에 검거됐다. 하지만 이미 목숨을 잃은 이는 어찌한단 말인가. 범행 이후 검거돼 인근 지구대에 끌려온 강 씨에게서는 반성과 후회의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최초 검거 후 지구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내가 사람을 죽여 감방에 다녀온 놈이다. 겁날 게 뭐 있겠냐”고 했다.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연행된 후에도 “졸려서 조사를 받기 어렵다. 한숨 자고 일어난 뒤 시원하게 다 말하겠다”고 했다. 뻔뻔스럽게도 그는 유치장 안에서도 제공되는 식사를 아무 일 없다는 듯 거뜬히 해치웠고, 경찰조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내 얼굴이 공개되면 무조건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최근 경찰은 ‘주취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이들은 경찰의 저지에도 마주잡이식으로 폭력을 휘두르곤 한다. 이는 경찰에 대한 무서움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 강 씨가 보인 태도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사회에서 또다시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

우선 경찰 근무모를 정모로 착용하도록 바꿔야 한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경찰의 정신을 버리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경찰의 모습이 필요하다. 경찰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그래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경찰이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직무에 임하는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공권력의 회복이 급선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강력사건들은 경찰력을 증대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경찰 인력에 의존해서 장비를 늘리고 인원을 늘리는 일은 이제 그만 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에게 공권력에 강한 힘을 줘야한다. 주취자가 파출소 안을 뒤집는 일이나 폭력사건 현장에서 경찰의 진압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위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권은 더더욱 중요하지만 법규를 위반하거나 악마같은 범죄자들은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경쟁사회에서 쌓인 분노와 억압이 잇달아 발생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모방 심리까지 겹쳐” 치안상황이 비상이다. 경찰의 강한 힘이 시급하다. 경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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