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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박지원은 왜 언론에 서운하다 했을까

[Why 뉴스]박지원은 왜 언론에 서운하다 했을까

 
"이상득-대선자금 문제 어디가고 내 얘기만"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준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편집자 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언론에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30년 넘게 정치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언론에 유감을 나타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여기저기서 부풀려서 보도하면 그 피해는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이냐"며 "언론이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보도를 하는 것은 안 된다. 이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박 대표는 "조선일보에서 실명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간 뒤 34일 동안 이상득 문제나 대선자금 문제는 어디로 가고 TV나 신문, 인터넷, 라디오에 박지원 얘기만 보도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은 박 대표가 검찰조사를 받고 나온 1일 검찰관계자의 말로 "구속영장 청구" 또는 "재소환"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결정된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왜 언론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언론에 뭐라고 했냐?

= 박지원 원내대표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나타냈다. 박 대표의 정치인생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자들을 향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여기저기서 부풀려서 보도하면 그 피해는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이냐"며 언론보도에 직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저는 오랫동안 여러분과 함께 생활했다. 짧지 않은 정치인생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언론이 지금처럼 막무가내식 보도를 하는 것은 안 된다. 이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언론계에서 조금 더 성숙한 보도를 하는 것이 개인의 인권과 정치인의 생명과 검찰의 수사를 바로잡는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왜 언론에 유감을 나타낸 거냐?

= 저도 궁금해서 박 원내대표에게 왜 유감을 나타낸거냐?라고 물어봤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30여 년간을 언론을 상대하는 역할을 했고 지금도 정치인 중 기자들과 가장 많이 접촉한다"며 "언론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조선일보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며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보도한지 34일이 지났는데 그동안 대선자금문제나 이상득 문제는 모두 어디로 가고 박지원이 뉴스의 중심에 서서 모든 방송 TV나 라디오, 신문, 인터넷에 박지원만 있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오늘도 봐라 어제 조사했는데 조사에서 나오지도 않은 것을 1억 원 받았다고 보도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런데 알지고 못하는 사람에게서 돈을 받겠나? 알아야 돈을 받던지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해서 그런 보도가 계속될 때 당사자는 어떻게 되느냐? 인권도 인격도 특히 정치인의 생명이 완전히 가버리지 않느냐? 그래서 언론이 있는 사실만 보도해 달라고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을 증권사 정보지 같은데서 나온 얘기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서 정치인 죽으면 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확인된 사실만 보도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보다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데?

= 검찰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지만 어제 발언은 언론을 향한 것이다. 박 대표는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정치인의 생명을 죽인다"며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나타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언론이 보도한 걸 검찰에 따지면 검찰은 모른다고 하고 매일 의혹이 보도되는데 그 실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검찰에서 '리크'하더라도 무턱대고 쓸게 아니라 '확인된 사실'만 보도해 달라고 거듭 강조를 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언론의 보도에 문제가 있는 거냐? 아니면 검찰이 의도적으로 흘리는 거냐?

=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언론보도의 책임은 언론이 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 검찰에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면서 피의사실이 계속적으로 공표돼 언론에서 보도가 됐지만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언론은 수사단계에서는 1면 톱이나 주요기사로 보도하다가도 무죄가 나거나 하면 슬그머니 빠져버린다.

재판을 통해 무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사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치유하기 힘들게 된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처럼 언론은 검찰 쪽의 말만 듣고 보도를 했지만 두 차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무죄가 선고됐지만 국민들은 '설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나'며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니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의사실 공표금지'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언론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 언론보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경우조차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언론보도로 상처를 입는데 대해서는 언론이 책임을 져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사실을 언론에 줄줄 흘렸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마무리됐지만 언론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 뒤에도 언론의 이런 보도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검찰취재를 오래했으니까 언론이 검찰이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기도 하는 거냐?

= 법조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있다. 언론보도에 '검찰 고위관계자'로 나오면 법조출입 경력이 오래된 법조팀장급 기자들이고 '검찰관계자'는 검찰을 취재하는 주니어급 기자들을 지칭한다는 것이다.

언론들의 보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검찰이 수사내용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을 경우 언론으로서는 예측보도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등장하는 '검찰 고위관계자'나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언론의 예측보도가 전혀 터무니없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시기적으로는 좀 앞서가는 것이지만 검찰의 입장이나 행보 그리고 검찰 수뇌부나 수사관계자들의 평소 발언을 유추해서 보도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 영장청구 방침' 이렇게 보도를 하는 것은 검찰이 세 차례나 소환을 통보했고 체포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이니까 당연히 다음 수순은 구속영장 청구로 가겠구나. 예측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검찰 발 언론보도는 최소한 검찰 내부의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듣고 쓴다고 봐야 한다. 그게 의도적인 리크냐? 아니면 기자의 취재노력으로 확인한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검찰 내부의 언급 없이 보도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검찰내부에서도 이 점은 인정한다. 검찰의 고위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 "언론이 누군가의 말을 듣고 보도를 했겠지만 수사관계자라고 해도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언론이 단정적으로 영장청구니 재소환이니 이렇게 단정적으로 보도하면 굉장히 자극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금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수사를 한 경험 있는 검사가 "그 정도면 영장치지 않겠어?"라고 얘길 하면 그 얘길 들은 취재기자는 수사에 정통한 검찰관계자가 '영장 칠거라고 하더라' 라고 데스크에 보고하게 되고 그러면 언론은 '구속영장 청구'라는 제목을 뽑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구속영장 청구'로 보도되더라도 결정되지 않은 사실일 수도 있다는 거냐?

= 앞으로 일어날 수는 있지만 당장은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검찰이 박지원 원내대표를 다시 소환할 것이다.'하는 것과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2일 아침 신문에도 '재소환' 또는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의 제목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이 문제를 확인해보니 "어느 것도 결정된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와 통화를 했는데(실명을 밝힐 수도 있지만 이 관계자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신병 처리방향이나 재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바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검찰 고위관계자의 발언대로라면 기사를 쓰기 어렵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고 소환이나 영장청구 문제가 정치권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만큼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고 "재소환"이나 "영장청구" 여부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검찰에 '박지원 대표는 충분히 해명됐다고 하는데 해명 된 거냐?' 이렇게 물었는데 "(범죄혐의 입증)자신도 없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소환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한다. 그러면 취재기자로서는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걸 보면 곧 영장을 치겠구나. 이렇게 해서 보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관계자가 "검찰은 히든카드는 보이지 않았다"거나 "급히 오는 바람에 특식은 못 먹고 기본만 먹고 갔다."는 발언을 한다. 그러면 언론에서는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 외에 또 다른 혐의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확인 작업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보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이 어떤 부분에 혐의를 두고 수사하는지를 당사자가 알 수도 있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정치인들은 일단 부인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행들이 쌓이면서 언론의 보도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책임을 따지자면 언론에 있는 거냐? 흘리는 검찰에 있는 거냐?

= 언론에 책임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검찰의 태도는 어떤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에 대해 수사할 때는 보안을 철저히 하면서 야당과 관련된 수사를 할 때는 피의사실이 줄줄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때를 돌아보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게 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리수사는 민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이 야당 유력 정치인의 비리의혹을 언론에 줄줄 흘리고 언론은 다른 큰 비리는 외면하면서 이를 대서특필하는 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줄줄 흘리는 검찰이나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대서특필하면서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이나 양쪽 다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특히 검찰은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해서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그랬는데 막상 박 대표가 스스로 출두해서 조사를 받고나니 "히든카드는 내보이지도 않았다"거나 "급히 오는 바람에 특식은 못 먹고 기본만 먹고 갔다"는 말을 했다. 세 차례나 소환을 통보했을 정도면 충분하게 준비가 이뤄졌다고 봐야 할 것인데 뒤늦게 새로운 혐의 운운하는 건 당당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태도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소환하면서 그 정도 준비도 안했다는 건 수사가 미진하다는 얘기고 그런데도 체포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낸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도 "수사팀에서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수뇌부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때처럼 공여자가 부인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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