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하나의 가격이 128만 위안(약 2억 3천만원)이다. 표면 전체가 순금 도색이다. 말 그대로 황금 변기다. 2011년 11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시(海南省 海口市)에서 개최된 ‘세계 화장실 엑스포’에 나왔다. 한국 출신의 가수 유승준씨가 홍보대사였던 행사다. 중국에서는 올 5월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었다.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상하이에서 개최된 ‘주방&욕실 박람회(Kitchen & Bath China 2012)’다. 세계 화장실 산업도 손에 넣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원래 화장실 문화의 총 지휘소는 세계화장실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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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WTA)다. 지난 2007년 출범한 정식 UN 산하 기구다. 화장실 엑스포 또는 화장실 박람회 등의 행사가 국제적 공인(公認)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이 WTA의 승인이 필요하다. 2011년 하이난성의 세계 화장실 엑스포나 2012년 상하이 욕실 박람회 등에는 그게 없었다. 짝퉁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권위를 인정하긴 어려운 국제 행사였음은 틀림없다. 그런데 WTA의 본부가 경기도(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99-22)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도민은 많지 않다. 2007년 이후 협회 활동이 뜸해지면서 더욱 그렇게 됐다. ▶수원에서 뒤늦게 세계 화장실 문화 산업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2016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준비하는 기획안에 ‘세계 화장실 엑스포’가 포함됐다. 각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국제 화장실 심포지엄과 화장실 욕실 관련 산업 박람회 구상이 들어 있다. 화장실 문화를 알리는 전시회와 화장실 관련 공모전도 계획됐다. 화장실을 통해 지역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시도다. 수원시가 관련 용역을 확정하면 화장실 산업 박람회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화장실 문화의 선구자는 故심재덕 수원시장이다. WTA가 창립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타개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 2008년 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변기 위에 앉아서 했다. 몰핀 주사를 맞은 상태에서 했다는 그 날 인터뷰의 마지막 당부도 ‘화장실 문화를 선도해달라’였다. 그런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이 있다. “사람은 먹고 싼다. 그런데 인류 문화는 먹는 곳에만 집중됐다. 싸는 문화는 그대로 남아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큰 블루오션이다.” 화장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쉽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말이다. 첨단 반도체의 도시 수원시가 이번엔 화장실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게 될지 ‘2016년 세계 화장실 엑스포’를 지켜보자.
김종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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