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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3人의 키워드… 박근혜는 길, 문재인은 門, 안철수는 答/박근혜 '여전사'…문재인 '신사의 품격'…안철수 '교수님'/박근혜는 '보아' 닮은 꼴, 문재인·안철수는?

 후보 3人의 키워드… 박근혜는 길, 문재인은 門, 안철수는 答/박근혜 '여전사'…문재인 '신사의 품격'…안철수 '교수님'/박근혜는 '보아' 닮은 꼴, 문재인·안철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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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후보 3人의 키워드… 박근혜는 길, 문재인은 門, 안철수는 答/

박근혜 '여전사'…문재인 '신사의 품격'…안철수 '교수님'/

박근혜는 '보아' 닮은 꼴, 문재인·안철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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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3人의 키워드… 박근혜는 길, 문재인은 門, 안철수는 答

 
출마 연설문·선언문에 나타난 '단어 네트워크' 분석해보니
朴 "국민에게 새로운 길 제시" - 국민·국가·당원 함께 쓰여… 지지층과 국민을 일체화해
文 "시대·변화의 門 연다" - DJ·盧 전 대통령 자주 언급… 자신의 계보 확실히 드러내
安 "새 정치의 답 주겠다" - 미래·통합 등 추상적 말 연결… 정치 강조했지만 내용 불명확

조선일보는 28일 대선 후보 정책 평가 교수 모임인 '정책과 리더십 포럼'의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 대해 단어 네트워크 분석을 실시했다.'글잡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가장 빈도가 높은 보통명사 20개를 추출한 후 '노드엑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단어들이 얼마나 자주 함께 출현하는지의 연관 관계(네트워크)를 분석했다.

◇朴, '국민과 당원 동지' 일체화

박근혜 후보 연설문의 최대 키워드는 '국민'(29회 사용)이었고, '국가' 및 '당원 동지'라는 말이 자주 함께 쓰였다. 국민과 국가, 당원을 연계시킴으로써 자신의 지지층과 국민을 일체화하려 한 것이다. 전당대회 연설문임을 감안하더라도 '박 후보 자신→당원→국민→국가'로 연결망을 넓히면서 '나'와 '국민'을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의 화법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다 보니 '국가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인상도 준다.

박 후보의 또 다른 키워드는 '경제'(8회)였는데, '산업' '성장' '일자리' '복지' '민주' 등의 단어와 연결돼 있었다.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성장을 포괄적으로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두 핵심 키워드인 '국민'과 '경제'는 연결선이 없었다. 국민에 대한 메시지와 경제 분야 정책이 밀접한 연관성 없이 따로 전달됐다는 얘기다.

◇文, '시대·변화의 門' 강조

문재인 후보의 연설은 '시대'(24회)와 '문(門)'(23회), '변화'(13회)라는 세 개의 키워드가 삼각 축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 '존경'이란 말도 연관어로 나타났다. 키워드들을 연결시키면 '시대·변화의 문을 열고 국민을 존경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가 된다.

문 후보의 연설문은 키워드 간 네트워크가 비교적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정책 키워드인 '일자리' '복지' '성장'과 핵심 키워드인 '시대·변화' 간의 연결선은 거의 없었다. 자신을 시대 변화의 상징으로 부각시키긴 했지만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시키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연설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주 언급, 자신의 계보를 확실히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문'이란 말을 '시대·변화' '문재인' 등과 연결시켜 연설의 전달력을 높이고, 정권 교체의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레토릭(수사 어구)'이 많이 사용됐다는 인상이 있다.

◇安, '정치'에 메시지 집중

안철수 후보는 출마 연설에서 '정치'(22회), '국민'(20회), '선거'(10회)라는 말을 가장 빈번하고 밀접하게 사용했다. '선거-과정' '문제-생각' '국민-힘'도 연관성이 높았다. 이 말들을 엮어보면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생각과 힘으로 정치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정치인으로서 첫 연설인 만큼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를 어젠다로 집중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밖에 있었지만 가장 정치적인 연설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 '미래' '통합' '분열' 등 추상적인 용어들만 연결돼 있었다. 정치를 강조했지만 그 내용은 미지수인 셈이다. 또 후보 당선 연설문이 아닌 탓인지 경제·일자리·복지 등 정책 관련 키워드가 거의 없었다. 다만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선 '변화'를 거듭 강조, 대중 설득력을 최대화했다.

◇朴은 '길', 文은 '문', 安은 '답' 제시

박 후보는 직접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을, 문 후보는 은유적 수사(修辭), 안 후보는 쉽고 간단명료한 화법을 주로 사용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는 한 음절 단어로 '길', 문 후보는 '문', 안 후보는 '답'을 자주 사용했다. 각자 앞으로 나갈 길, 새 시대의 문, 문제의 답을 제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연설문에서 총 870개, 안 후보는 892개의 낱말을 썼고, 문 후보는 가장 많은 1427개를 사용했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
배성규 기자 veg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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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여전사'…문재인 '신사의 품격'…안철수 '교수님'

 
대선후보 '3인 3색 패션스타일'

박근혜, 청재킷·집업 점퍼로 젊음·활동적 이미지
문재인, 둥근테 안경·무채색 수트…따뜻하면서 친근함 강조
안철수, 노타이에 셔츠단추 풀어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


정치권에선 패션도 전략이다.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인 대선 활동을 벌이면서 이들의 패션과 스타일 뒤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로빈 기브핸 워싱턴포스트 패션 에디터는 “정치인의 옷차림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했다. 그만큼 패션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전사’ 별칭이 붙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멋을 아는 ‘신사의 품격’ 소리를 듣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선생님 같다’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3인3색’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박 후보는 그야말로 단정하다. 남성 경쟁 후보들 사이에서 여성성을 감춘 바지 정장을 선보인다. 평소엔 어두운 계열의 슈트를 즐겨 입지만 후보가 된 이후 청재킷이나 ‘집업 점퍼’ 등 나름대로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현재 상징색인 빨간색과 이전의 상징이었던 푸른색 계열을 자주 입는다. 가끔 노란색 보라색 등 원색 계통을 선택해 산뜻하고 밝은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젊음과 활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의상이 차분한 반면 브로치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착용해 ‘강약’을 조절한다. 핸드백과 구두는 의상과 색상을 맞춰 꼼꼼한 성격을 드러낸다. 대부분 국산 제품이다. 어떤 옷을 입든 헤어스타일은 올림머리를 고집한다. 고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이 머리모양은 박 후보가 직접 아침마다 실핀 10여개를 꽂아 완성한다.

문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는 안경과 백발이다. 후보가 된 이후 바꾼 둥근테 안경은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를 풍긴다.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나타나는 강한 인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흰머리를 굳이 염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기고 있다. 인자해 보이면서도 신중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옷은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의 슈트에 흰색 와이셔츠를 즐겨 입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샐러리맨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신 넥타이를 맬 때는 화려한 색이나 스트라이프 패턴을 선택해 열정적인 느낌을 준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땐 붉은색 카디건을 입기도 했다. 당내 경선 때부터 코디네이터를 둘 정도로 패션에 신경쓰는 편이다.

안 후보 하면 떠오르는 건 2 대 8의 복고풍 가르마 헤어스타일이었다. 한쪽 눈썹을 가리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안 후보의 제스처도 대중에게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는 출마 선언 이후 무스나 젤 등 스타일링 제품을 발라 머리카락을 넘겼다. 단정한 모습으로 변신한 것이다.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한두 개 풀어 놓는 ‘교수님’ 패션은 여전하다. 다만 남방을 즐겨입던 과거와는 달리 검은색 톤의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안 후보의 이런 스타일은 기성 정치인과 거리를 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넥타이를 매야 하는 자리에선 블루 컬러를 택한다. 푸른색은 신뢰감을 주는 색으로 정치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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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보아' 닮은 꼴, 문재인·안철수는?

 
[현장 속으로] 대선 후보 3인 이미지와 소통 스타일

미국 UCLA의 앨버트 메라비언 명예교수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 목소리는 38%, 몸짓이나 눈빛 등 이른바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끼치는 반면 정작 말의 내용은 7%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효과적인 의사 소통에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93%나 된다는 얘기다. 대중의 호감을 표로 연결시켜야 하는 대선주자들도 최근 ‘비언어적 의사 소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모와 패션, 연설 때의 표정과 어조·화법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메라비언 법칙’을 적용해 대선주자들의 비언어적 소통 방식을 분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취재팀이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한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유형’으로 부드러움과 치밀함이 조화된 스타일로 분류됐다. 또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적이고 차분한 유형’으로 친밀한 느낌을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정치인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유형’으로 일상적인 모습들을 자기만의 특징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로 평가됐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박 후보는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아서인지 ‘개인’의 모습보다는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늘 신중하고 절제된 행동은 어릴 적부터 트레이닝을 받아온 한류스타 보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 후보는 반백의 머리, 조용조용한 말투와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잘 짜인 주름살과 온화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안성기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말투가 부드럽지만 강약을 찾기 힘들고 옷에도 별다른 특징이 없다”며 “눈에 띄는 행동이 없는 대신 성공한 CEO의 이미지가 강해 빌 게이츠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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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 화법

 박근혜 후보는 ‘절제된 중성미’를 지녔다.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신뢰감을 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런 박 후보의 화법을 ‘응축된 단문단답형’이라고 규정지었다. 참모회의에서 “그것은 원칙에 어긋나지 않나요?”라는 한마디로 논란을 정리하거나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짧은 말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식이다.

 반면 단문단답형에 익숙해지다 보면 30분 이상의 대중연설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는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연설을 위해서는 단상 없이 마이크 하나만 들고 청중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는 “박 후보가 아, 그, 저 등의 습관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원고를 자주 보는 모습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후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핵심을 찔러 묻는 ‘차분한 문제제기형 화법’을 잘 구사한다. 공격형 화법에 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방어형 화법’에 익숙한 문 후보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조금 높였다. “기존 정치인들처럼 웅변하는 연설은 내겐 안 맞는 것 같다. 대신 내용에 진심을 담겠다”면서다.

 다만 발음이 부정확하고 이미 다 외운 원고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점은 개선할 부분으로 꼽힌다. 윤영미 전 아나운서는 “문 후보가 연설의 집중도를 높이려면 목소리와 발음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며 “‘인제’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의 김영준 다음기획 대표는 “후보가 임플란트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해 또박또박 끊어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관심 가는 화두를 공개적으로 던지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일으키는 ‘감성 화법’ 에 능하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연설에는 익숙지 않다는 게 공통된 평이다. 작고 가는 목소리 때문에 호소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전 아나운서는 “지금까진 안 후보가 강의를 주로 했지만 이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해야 한다”며 “이른바 싯다운(sit down) 스피치에서 주로 사용하는 ‘해보셨어요? 그렇지 않나요?’와 같은 말은 ‘했습니까’나 ‘했습니다’로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유세장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스타일로 말하면 대중에게 묻힐 수 있다”고 충고했다. 허 소장은 “아랫입술만 움직이며 말하는 건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긴장하면 입이 마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스처 & 표정

 단상 주변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손을 높이 들었다 책상을 내려치고, 두 손으로 원을 그리거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등 다채로운 제스처를 사용하는 미국의 대선후보들과 달리 한국의 대선주자들은 유독 몸을 사용하지 않는다. 연설 말미에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미소를 띠는 게 그나마 보이는 행동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직된 자세로 연설하는 세 후보를 두고 ‘차렷 연설’이라는 신조어도 나온다.

 윤 전 아나운서는 “박 후보는 팔을 몸에 붙이고 제스처도 많지 않은 편이라 역동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손과 얼굴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미경 대표는 “박 후보는 강조할 때 무의식적으로 턱을 흔드는 경향이 있다”며 “얼굴 대신 손으로 강조점을 찍어야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웃어야 이긴다’는 말도 들린다. 웃을 땐 자애롭고 따뜻한 이미지인데 표정이 굳으면 다가가기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인간적인 면을 전달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손동작이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경 대표는 “대선 출마 전보다는 동작이 커지고 표정도 단호해졌지만 대중의 확실한 호응을 이끌어낼 정도의 카리스마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좀 더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안 후보는 대중연설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동작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도 다소 긴장한 듯 서 있었고 손도 단 한 번 들어올렸다. 허 소장은 “안 후보는 손을 보일 듯 말듯 움직이는 편”이라며 “작은 제스처는 섬세해 보일 순 있지만 강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입꼬리가 약간 아래로 처진 듯한 모습도 자칫 우울해 보일 수 있다”며 “최대한 웃는 얼굴이 안 후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것은 카메라 응시 기술. 세 후보는 원고를 모두 외울 정도로 암기력과 연설 파악력이 뛰어난데도 청중이나 카메라가 아닌 연설문·프롬프터와 ‘교감’하고 있어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은 연예인보다 더 자주 카메라를 대하는 만큼 카메라와의 기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원고 대신 카메라나 청중들과 시선을 맞춰야 대중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충고다.

외모 & 패션

 패션은 단기간에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감성정치 수단이다. 후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 바지 차림에 붕대를 감은 손으로 전국을 누비던 ‘잔다르크 패션’으로 효과를 봤다. 한결같은 무채색 계열 바지 정장과 긴 재킷을 고집하는 박 후보는 ‘기품 있는 여전사 스타일’로 통한다. 최 소장은 “박 후보는 어머니의 유산인 올림머리, 새마을 신사복을 연상시키는 V자형 셔츠를 매칭해 부모의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올림머리와 바지 정장이 박 후보를 기품 있는 여전사로 보이게 한다”고 평했다.

 캠프에서는 여성답게 패셔너블하고 최신 유행을 좇아가는 이미지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적잖았다. 그러나 박 후보는 “그냥 자연스럽게 할래요”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나갔다. 실제 박 후보가 입고 있는 옷의 대부분은 2007년부터 입어온 것들이다. 세 벌을 돌려 입다가 최근 두 벌을 더 구입했다고 한다. 구두도 백화점에서는 오래 전 철수한 브랜드 제품을 십여 년째 신고 있다.

 일각에선 올림머리를 두고 ‘너무 고전적이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전 아나운서는 “헤어스타일을 좀처럼 바꾸지 않고 정장 역시 과거 양장점 스타일을 고수하는 모습은 자칫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머리를 자르거나 원색 또는 밝은 톤의 치마 정장을 시도하는 등 변화를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반백머리와 무테 안경을 쓴 ‘선비 스타일’이다. 단정한 검은 정장에 부드러운 안경, 짙은 눈썹과 회색빛 머리가 어우러져 현명한 지도자 인상을 풍긴다. 문 후보는 “자연스러운 게 가장 훌륭한 코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네모난 안경테를 둥근 테로 바꾼 게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다. 김영준 대표는 “사각 안경 때문에 문 후보의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가 딱딱하게 비춰진다는 판단에 몇 차례 상의 끝에 지금의 안경으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옷도 넉넉하게 입는 편이었는데 체형에 딱 맞게 입으면서 젊고 강단 있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한때 염색을 했으면 좋겠다는 주변의 얘기도 있었지만 문 후보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은 것”이라며 마다했다고 한다. 노타이 차림이나 소매를 걷는 스타일은 편안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문 후보의 오랜 습관이다. 출마선언 때나 후보 수락연설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똑같이 담쟁이색 넥타이를 맸다. 문 후보의 흰 머리에는 튀는 색상의 넥타이보다는 톤다운된 색상이 안정감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머리가 회색이라 회색 옷은 피하고 주로 짙은 감색 등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기존엔 가늘게 매던 넥타이를 최근 두껍게 매기 시작한 것도 좀 더 카리스마 있게 보이려는 시도라는 전언이다.

 안 후보는 노타이에 세미 정장을 즐겨 입는다. 정장에 백팩을 메 활동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스타일에도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안랩에서 경영자로 활동할 때 푸른 와이셔츠에 백팩을 메고 웃는 사진은 젊은 CEO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안 후보는 아침에 일어나 아무 옷이나 자연스럽게 입고 나온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게 어느새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다만 지금의 코디는 너무 평범하고 다소 어려 보인다”며 “기존 지지층이 아닌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중요한 자리에서는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거나 단정한 셔츠를 입어 정돈된 느낌을 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늘 가르마를 탄 생머리를 고집하는 안 후보도 변화를 통해 ‘패션 효과’를 가져온 적이 있다. 2000년 안철수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가 백신회사에서 통합보안기업인 안철수연구소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내보낸 광고에서다. 안 후보는 머리카락을 빳빳하게 세운 채 앞머리를 무지개 빛깔로 물들여 평소의 단정한 모범생 이미지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허 소장은 “안 후보가 필요한 순간에 무엇을 노출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나름의 패션과 마케팅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채윤경.이소아.김경진 기자 <pchae joongang.co.kr="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순)=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채윤경.이소아.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경진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ap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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