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두 / 시인·시나리오 작가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대개 책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그들은, 성공하거나 실패한 수많은 결정에 참여했으면서도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례가 드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공무원들이 남긴 기록이 별로 없다.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 목민심서'는 이러한 관례를 깨고 출간하는 첫 번째 저서라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산을 사랑하는 수원시 공무원 모임'은 지난 5년여간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함께 따라 읽으며 공부했다. 1년 6개월간 다산 생가와 유배지를 답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이들은, 지방행정 현장의 문제와 사례들을 모으고 토론하면서 현대판 '목민심서'를 내놓게 되었다.

다산은 1762년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에서 탄생했다. 다산은 경기도 광주부 초부면(草阜面) 마재(馬峴·현재는 남양주시)에서 태어났다. 1801년(순조 1) 신유사옥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관료로, 이후에는 유배생활을 하며 집필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2012년 8월 3일에 출간되었는데, 출간일을 이때로 맞춘 것은 다산 탄신 250주년을 기리기 위함이다. 이 책의 중요한 지침들은 모두 목민심서의 가치를 따라 정리했으며, 편제 또한 철저히 목민심서의 목차를 따라 일반행정(기획, 인사, 회계), 지적, 세무, 건설(토목), 건축, 녹지(임업), 복지(사회), 정보(통신)의 8개 직렬 순으로 배치했다.

공직사회의 내부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공직자들이 하는 일, 또 그들의 고민과 애환까지 엿볼 수 있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행정학 분야의 교양서이다. 해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어떤 부서에서 그런 일을 하는지,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공직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고,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지, 공무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어떤 문제들이 개입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겪는 공무원들의 고민과 애환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밝히고 드러냈다. 공무원에게 가졌던 시민들의 오해를 없애 줄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정신무장은 물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부패의 종류와 유형, 사례를 가감 없이 까발려 부록으로 실었다. 또 부패가 일어날 개연성을 실제 사례와 함께 일일이 나열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언을 각 분야별로 나누어 게재했다. 부패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감시와 접근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선정한 1인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이다. 다산은 강진 18년 유배생활 중에도 집필을 멈추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저자들도 이런 다산의 정신을 이어받아 출간 인세를 전액 장학재단에 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의 현대적인 해석서가 아닌 완전 현대판 '대한민국 목민심서'인 셈이다.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이나 철학을 다루거나 담지는 못하였다. 책 이름 그대로 현대판 '대한민국 목민심서'로 21세기형 공직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으로 여겨진다"고 추천했다. 이 책의 저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필자는 이 책이 "공무원과 시민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가교"라고 말하고 싶다. 올바른 공직의 길을 걷고자 하는 공무원, 지방행정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시민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