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공화국’이라는 울산시를 보자.
현대중공업이 울산시에 쏟아 부은 기부액이 1천899억원이다. 방어진 순환도로에 1천464억원(2003년), 방어진 체육공원·예술 공원에 69억원(2001년), 축구장 건설에 138억원(1996년), 현대 예술관에 212억원(1998년), 동부 도서관에 16억원(1991년)이다. 같은 계열사인 현대 자동차도 541억원을 내놨다. 아산로에 341억원(1996년), 북구종합복지관에 200억원(2008년)이다. 후발주자인 SK(주)의 울산 파고들기도 만만치 않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울산 대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1천20억원의 돈을 쾌척했다.
이렇게 도움받은 울산의 1인당 GDP는 5천400만원이다(2010년 기준). 미화 4만8천불로 2만불을 겨우 오르내리는 전국 평균의 2.2배다. GDP로만 보면 일본보다 높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인구 문제도 딴 세상 얘기다. 지난 4월 말 현재 115만 8천665명으로 한 달 새 1천874명이 늘었다. 월 증가율 0.15%로 이 역시 전국 최고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울산을 ‘산업수도’라고 부르고 있다. 전국 최고의 도시 울산은 이렇게 전국 최고의 대기업 기부가 있어서 가능했다.
‘삼성 공화국’ 수원시는 어떤가.
다들 ‘수원은 삼성이 먹여 살린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수원에만 삼성전자(주)(매탄동 416번지), 삼성전기(주)(매탄동 314번지), 삼성 LED(주)(매탄동 314번지)가 몰려 있다. 일과 후 쏟아져 나오는 종업원만 3만4천576명이다. 매탄동, 영통동, 원천동, 인계동 등 대여섯 개 동네가 직접 소비시장이다. 3개 사업장에서 나오는 지방세도 847억원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하나만 유치하려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른 시·군의 눈에 수원은 분명히 ‘삼성이 먹여 살리는 동네’다.
너무 다른 현대 공화국과 삼성 공화국
그래서 들여다봤다. 삼성의 지역 기부액은 얼마나 될까. 현대와의 옳은 비교를 위해 같은 기간을 기준 삼았다. 40억원을 들여 기부한 수원 야외음악당이 있다(1996년). 그런데 그게 끝이다.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시였나. 울산에서는 계산하지 않았던 행사 지원이나 봉사 기부를 합쳐 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10년 한 해 동안 삼성이 기부한 행사·봉사 기부는 12건에 9억4천200만원이다. 어떻게 보더라도 울산 현대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여기서 역(逆)기여, 다시 말해 삼성을 위해 들어간 지역의 기여를 보자.
본래 삼성전자 사업장을 관통하는 중앙로는 도시계획도로다. 시민이 주인인 도로였다. 하지만 인근 영통 신도시가 자리 잡은 이래로 삼성이 쭉 독점했다. 민선 3기 들어서는 아예 도시계획도로 지정이 폐지됐다. 통째로 넘겨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받는 주민 불이익은 말도 못한다. 2천300원 내면 될 택시를 5천원이나 주고 돌아 다닌다. 버스를 타든 자가용을 이용하든 손해의 크기는 똑같다. 추상적 피해가 아니라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눈앞의 손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삼성을 위해서’라며 꾹 참고 산다.
삼성로 확장 공사도 그렇다. 누가 보더라도 삼성이 쓸 도로다. 그런 도로를 확장하는데 도민과 시민이 돈을 내고 있다. 경기도민이 430억원, 수원시민이 440억원을 부담한다. 이 도로에 넘겨주는 시민의 혈세만도 삼성이 기부한 야외음악당 건축비의 11배다. 여기에 반도체 공장부지 좀 싸게 주라며 머리띠 동여매고, 지방이전 강요하지 말라며 삭발해온 시민들의 ‘무형의 삼성 지원’도 있다.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몬(못) 합니다’라며 발 빼 버린 월드컵 축구 경기장의 얽힌 배반의 역사는 나중에 다른 톤으로 얘기하기로 하자).
수원과 삼성, 누가 누굴 먹여 살리는가
알고 나면 두 번 놀랄 일이다. 삼성의 수원지역 기여가 ‘이 정도밖에’라며 놀라고, 현대의 울산지역 기여가 ‘저 정도까지’라며 또 놀라고.
이건 아니지 않나. 지금부터라도 ‘나머지 삼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삼성 종업원이 4만5천명이라면 삼성과 무관한 시민은 105만5천명이다. 삼성의 소비권이 5개 동이라면 삼성과 무관한 동네는 34개다. 847억원이 삼성에서 나오는 세수라고 하면 삼성과 무관한 세수는 3천986억원이다. 이 나머지-96%의 시민, 87%의 동(洞), 82.5%의 세수-에 대한 역할을 얘기해야 할 때다. 책임이라 생각해도 좋고, 도리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울산시민에 기부된 현대그룹(중공업 지원금+자동차)의 기여액 2천440억원, 수원시민에 기부된 삼성그룹(전자+전기+LED)의 기여액 40억! 수원시민들이 자세한 비교표를 안 봐 온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삼성의 수원 기부 40억, 현대의 울산 기부 2400억]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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